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김혜진 지음, 원더박스 펴냄

“무슬림이나 외국인이라서 겪는 편견과 차별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지중해에 있는 서아시아 시리아에 대해 아는 정보는 많지 않다. 시리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리아인 압둘와합은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한국’에 관심을 가졌지만 관련 정보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직접 왔다. 그는 한국의 시리아인 1호 유학생이 되었다. 책은 NGO 활동가인 저자가 압둘와합을 만나 친구가 되며 겪은 일을 담았다. 양국의 문화차이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꼬집는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전쟁이 극에 달하던 때에 타지에서 마음 졸이던 압둘와합이 구호단체 ‘헬프시리아’를 만들어 활동한 내용도 상세히 담겼다. 시리아의 비극적 상황을 세상에 알린 이유로 정부군의 협박을 받는 압둘와합의 고통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조재원·장성익 지음, 개마고원 펴냄

“더러운 오염물질이 유익한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혁명적 변화.”

한 사람은 하루에 200g 정도의 똥을 눈다. 1년 동안 70㎏이 넘는 똥을 눈다. 한국인 전체로는 연간 350만t이다. 오줌의 양은 계산하지 않았다. 쓰레기 처리는 3R 원칙에 따른다. 가능한 한 배출을 줄이고(Reduce), 재사용하며(Reuse), 버려지는 것은 재활용(Recycle)해야 한다. 똥은 이를 적용할 수 없다. 결국 비용과 수고를 들여서 ‘쓰레기’가 된 똥을 처리한다.
저자들은 똥을 오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이 고안한 ‘비비 변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비 변기는 오줌과 똥을 분리한다. 미생물 소화조로 보내진 똥은 수만 마리 미생물로 인해 분해된다. 그러면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져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오줌은 액비로 만든다. 똥오줌이 근사해진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조애나 러스 지음, 박이은실 옮김, 낮은산 펴냄

“브론테는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나? 적어도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남몰래, 죄책감을 느끼며 읽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익숙하다. 그 책들로부터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여성적’인 책을 읽는다는 부끄러움과 조바심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는 남자, 백인, 중산층을 문학의 ‘잘못된 중심’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그 중심은 “이미 죽은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 책은 특이하고, 친절하지 않아 ‘정전(正典)’에 포함되지 못한 여자들이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해온 일들을 추적한다. 그들을 묻어버리려 했던 흔적도 놓치지 않는다. ‘증거’는 각주 359개와 미주 239개에 담겼다. “이토록 주석이 많이 달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유”를 절로 곱씹게 된다.

 

 

 

 

 

 

 

 

만두
박정배 지음, 따비 펴냄

“만두와 교자는 삼국에서 각기 다른 문화로 분화 발전했다.”

중국에서 만두(饅頭, 만터우)와 교자(餃子, 자오쯔)는 다른 음식이다. 만두는 반죽을 발효시켜 쪄 먹는 음식이고, 교자는 발효시킨 반죽을 쓰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만두에는 소가 없다. 중국 북방에서는 소가 없는 만두를 반찬과 함께 먹는다. 한국인이 먹는 만두는 사실 교자에 가깝다. 일본에서 만주(饅頭)는 양갱과 함께 과자로 여겨진다.
책 제목이 딱 두 글자 ‘만두’다.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라는 부제를 달았다.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가 이 오래된 음식을 파헤쳤다. 알 듯 모를 듯 헷갈리는 한·중·일 만두의 세계를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책을 읽고 나면 왜 ‘만두’라는 일반명사를 제목으로 삼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음식천국 노회찬
이인우 지음, 일빛 펴냄

“그가 행복했던 곳에서,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생전에 노회찬은 지인들로부터 음식 책을 내보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음식에 조예가 깊었다. ‘직업을 바꾼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요리사와 작곡가’를 꼽았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였다.
노회찬의 옛 동지들과 오랜 벗들이, 생전에 그가 즐겨 찾던 음식점에 모였다. ‘음식천국 노회찬’팀이다. 그가 없는 식당과 주점에 앉아 그가 걸어갔던 삶과 꿈꾸었던 비전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1980년대 혁명조직인 인민노련 비밀조직원에서부터 현재의 진보정당 당원 100여 명이 그를 기억하고, 식당·주점 27곳이 등장한다. 노회찬이 사랑했던 맛집을 소개하는 동시에 ‘노회찬의 추억’을 떠올린다.

 

 

 

 

 

 

 

 

노가다 칸타빌레
송주홍 지음, 시대의창 펴냄

“몸을 써서 움직여야 무거운 걸 옮길 수 있고, 그게 확인되어야 일당을 받을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싶었다. 아직 짓고 있는 중인 아파트라서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만 빼면. 최고기온이 35℃를 넘는 한여름 건설 현장 취재를 간 날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21층 옥상 단열재를 까는 날이었다. 그늘 한 점 없는 옥상에서 직사광선을 그대로 흡수하는 단열재 사이를 걸어다니며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을 하는 청년 노가다꾼이 책을 냈다. 인력사무소에서 출발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 바닥에 굴러다니는 온갖 공구와 자재까지 꼼꼼히 설명하며 공사‘판’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읽고 나면 ‘노가다’는 더 이상 쉽게 쓸 수 있는 비유가 아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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