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때때로 뛰어난 작품을 만든다. 사진은 2000년 경북 경주시 경주계림의 풍경.

한때 사진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발달된 디지털 기술과 사진 교육 환경의 개선 등으로 이제 사진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교화된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기술로 사진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진은 태생적으로 민주적인 매체였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하게 된 중산층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귀족계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초상화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사진은 이런 대중적 욕망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1889년 코닥 카메라가 대중에 보급되면서 사진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활동이자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세계 곳곳의 모습을 자신의 손으로 촬영한 여행 사진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의 평범한 일상성

이렇듯 사진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진 매체다. 전문적인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사진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뭔가를 ‘일상 사진(vernacular photography)’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vernacular는, ‘교양 있고 세련되며 공식적’이라기보다는 ‘일상의 삶에서 사용하는 거칠고 투박하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의미다. 일상 사진은 아마추어가 찍는, 형식이나 의도성을 가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진이다. 일상 사진은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통이다. 가족이나 연인·친구를 촬영한 스냅사진이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진정성’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을 촬영하곤 한다. 그러나 그 결과물인 사진이 너무 평범하게 나와서 실망할 때가 있다. 혹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찍었거나 실수로 셔터를 눌러 촬영한 사진이 놀라운 ‘명작’으로 확인되는 기이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현상은 사진의 ‘우연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진은 촬영하는 사람의 경험을 쉽고 빠르게 기록할 수 있는 매체다. 누구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때로는 어떤 사진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 작가처럼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진만이 가지는 독보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의 ‘평범한 일상성’과 관련해서, 내가 〈뉴욕타임스〉의 스태프 사진기자 앙헬 프랑코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싶다. 그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 네 살 되던 해부터 카메라를 다루게 해줬다. 아이가 매일 스스로 경험한 것을 사진으로 옮겨보라고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카메라를 처음 접한 네 살짜리 꼬마가, 라이카 사진 메달(Leica Medal of Excellence)을 세 번이나 수상한 아빠의 사진을 능가하는 ‘작품’을 매일 찍어내고 있더란다. 프로 사진가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찍은 일상의 진솔한 모습이 사진에 담긴 것이다. 일상 사진의 힘이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추어는 예술가의 미성숙으로 규정된다. 아마추어는 직업적 숙달의 경지에 오를 수 없는, 혹은 오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사진에서는 아마추어가 전문가의 지위로 올라가 있다. 아마추어야말로 사진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진가’가 양산되는 오늘의 사진계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일상의 ‘진정성’을 담은 아마추어 정신의 부재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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