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많은 분들이 ‘나라 살림’을 ‘가정 살림’에 빗대 설명하시곤 합니다. 특히 정부지출의 증가를 반대할 때 다음과 같은 논리가 상투적으로 동원됩니다. ‘가정에서 돈을 빌려 함부로 펑펑 낭비하다간 집안이 망해. 나라도 마찬가지야.’ 가정이든 나라든 쓸데없는 대출이나 지출을 삼가야 한다는 점에는 완전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두 영역은 많이 다르고 각자의 고유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거든요. 부모가 자녀들의 고급 과외나 사치를 위해 자신의 수입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면, 그 가정의 앞날은 절대 순탄할 수 없습니다. 큰 빚을 지게 되며 종국에는 파산을 피할 수 없어요. 그러나 정부는 해당 국가의 통화로 빌리는 한 적어도 미상환으로 파산하는 일은 없습니다. 많은 부작용과 경제적 후과가 따를지 몰라도 자국 통화를 더 찍어서 갚으면 그만이거든요. 한편 가정에서는 구성원들이 지출을 늘리면 재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는 좀 달라요. 정부의 지출이 민간 부문에는 소득으로 나타납니다. 민간 부문이 돈을 쓰지 못하면 정부가 빌려서라도 효율적으로 지출해야 경기를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이 늘어난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된다면 그만큼 국가의 창고도 부유해질 수 있겠지요.

차형석 기자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를 ‘국가채무’로 잡은 계기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4차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이었습니다. 추가경정예산 15조원을 편성하면서 그 가운데 9조9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빌릴 계획이거든요. 예상했던 대로 벌써 ‘좌파(?) 정부가 돈을 빌려 흥청망청 뿌려대니 재정건전성 훼손으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저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차 기자는 이런 주장이 현실이나 이론에서 타당한지 국가채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해줍니다. 그의 기사를 읽어보시면, 선입견(?)과 달리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서 ‘흥청망청’은커녕 지독한 구두쇠였으며, 국가채무의 구성 또한 의외로 안정적이라서 우려 중 일부는 접어도 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차 기자가 국가채무를 팍팍 늘려서 마구 뿌려대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나가 개선되면 다른 하나는 필연적으로 악화된다는 ‘재정건전성’ ‘국민부담률(GDP에서 조세 및 사회보험 분담금의 비율)’ ‘복지수준’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시민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하자고 제안할 뿐입니다. 국가채무의 등락(‘재정건전성’)만이 국가경제를 결정하는 것처럼 수선을 떠는 ‘구시대’적인 짓은 그만하자는 거지요. 까다롭고 긴 이야기입니다만, 큰 어려움 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차형석 기자와 편집팀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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