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민주당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이 추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후보를 확정했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야권 단일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임기 후반 선거는 흔히 ‘여당의 무덤’으로 통하는데, 이번 선거는 누가 유리할지 관측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여당 심판 기조가 센데 야당인 국민의힘도 대안이 되지 못했다. 국정 지지냐, 정권 심판이냐 하는 시소게임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여도 야도 아닌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

〈시사IN〉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7명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3대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데이터 전문가, 컨설턴트, 전업 정치인 등 최대한 다양한 관점의 분석가들 의견을 모은 후 어떤 변수를 가장 결정적이라고 보는지 추려봤다. 선수가 정해지고 이제 막 막이 오른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볼 조감도를 그렸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정치 컨설턴트), 박상병 정치평론가,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그 외 익명을 요구한 정치 컨설턴트와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답변에 응했다.

1. 야권 단일화보다, 단일화로 시너지를 내느냐가 핵심 변수

7인 모두 야권 단일화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민주당 의원은 “정책 선거가 아닌 정치 선거다. 정권심판론이 작동하는 선거인데 이걸 잘 담아내는 그릇(후보)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한 바구니에 담아낼 수 있으면 좋고, 그게 큰 바구니면 야당에 유리해지는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여러 여론조사는 3자 대결 시 여당 후보가 우세하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여야가 오차범위 안쪽 접전인 가운데 약간이라도 야권으로 추가 기운다고 관측한다. 3월7일 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맥주 회동’을 하며 후보 등록일(3월18~ 19일) 이전에 단일화 협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야권 단일화 협상은 여러 번 결렬되며 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단일화 그 자체보다는 과정에 더 주목했다. 단일화는 둘 중 한 후보를 그저 탈락시키고 끝날 수도 있고, 두 후보의 지지층을 결합시키고 무당층까지 끌어들이는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어떤 단일화냐’가 문제라는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열흘 남짓한 기간에 대하드라마 같은 미니시리즈를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간은 촉박한데 협상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단일화 방식(국민참여경선제 vs 100% 여론조사), 설문 문항(누가 적합한가? vs 누가 경쟁력 있는가?), 기호(2번 vs 4번) 등을 두고 힘겨루기 중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두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양보할 수 없을 테고, 오 후보는 정당의 조직력을 포기할 수 없으니 국민참여경선을 양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3월22일부터 여론조사를 시작해 3월24일까지 단일 후보를 확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서 ‘후보 적합도’ ‘여당에 대한 경쟁력’을 반반씩 묻고 그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한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은 3월25일이다.

단일화 과정의 갈등이 너무 커지면 둘 다 망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은 마이너스 효과를 냈던 사례다. 샅바 싸움이 계속되다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안 후보가 대선후보를 사퇴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단일화는 이긴 후보보다 진 후보가 더 중요하다. 이긴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적극 나설 수 있느냐,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느냐가 단일화 변수에 모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배 위원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진영 싸움에 지친 중도 개미들의 선택이 본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와의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중도 확장성 때문이다.” 평지풍파를 겪더라도 야권 단일화는 결국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분석가들의 예측이었다. 판세를 가를 만큼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지는, 두 후보가 어떤 단일화를 연출하느냐에 달렸다.

2. 부동산,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 끼칠까

서울·부산 보궐선거의 주요 프레임 중 하나는 ‘정권 심판’이다. 야당은 부동산 시장 과열, 윤석열 총장 사퇴 등 정부 정책을 겨냥한다. 후보나 정책보다는 정권 지지도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거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여론조사(2월22일부터 3일간 1007명 조사)를 보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43%)이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40%)보다 컸다. 그러나 서울 지역(196명)만 놓고 보면 ‘국정 안정 여론(39%)’보다 ‘정권 심판 여론(48%)’이 우세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153명)도 심판 여론이 45%로 안정 여론보다 8%포인트 더 높다.

2020년 총선 때만 해도 국정 안정 여론이 컸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가 한몫했다. 1년 만에 민심이 뒤바뀐 배경으로 분석가들은 부동산 문제를 꼽는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지지층이 다수 이탈했고, 잇따른 공급 대책으로도 민심 달래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 민주당 출신 전 국회의원은 LH 건의 파급력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는 공무원 비리였지만 정권과 직접 관련된 인사가 연루된 걸로 나올 경우 여당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LH 건이 주요 변수라고 봤다. “스윙보터인 중도층은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가 높다. LH 건 대응 과정의 크고 작은 잡음, 의혹들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 분석가들은 문 대통령 지지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 지지도는 부동산, LH 건이나 검찰개혁에 대한 민심의 종합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월 넷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3주째 39%를 유지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임기 5년 차에 40% 지지율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공고하면 여당 후보에게 힘이 실린다. 반대로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지면 정권심판론이 우세해지는 기점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투표가 예정된 4월 첫째 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3. 대권주자들의 행보(윤석열과 이낙연)

3월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후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서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보궐선거는 1년 남은 대선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차기 주자들에게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이다.

윤 전 총장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라며 정치 도전을 시사했다(22~24쪽 기사 참조).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는 ‘움직이는 표(부동층)’를 얼마나 결집해내느냐가 관건이다.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선거가 표를 다질 기회다. 숟가락 하나라도 올려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야권 후보 유세까지는 아니더라도, 격려 방문만으로도 충분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망국의 범죄” “부패 완판”이라 비판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을 대상으로 하는 ‘반부패 전선’을 형성하려 시도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오히려 야권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제3 지대’가 강화되면 기존 국민의힘과 제3 지대의 통합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 분석가들은 보궐선거 이후 정계 개편 흐름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주요 진원지는 야권이다. 누구로 야권 단일화를 이루고,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대선 대결 구도가 달라진다. 김능구 대표는 “여당이 승리할 경우 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후보로 반등할 것이다. 반대로 여기서 밀리면 대선에서도 밀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가 되면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기에다 장외에는 윤석열 전 총장도 있다. 배철호 전문위원은 “보수 진영에서는 오세훈이 되느냐 안철수가 되느냐에 따라 정계 개편의 속도와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라고 내다봤다. 단일화의 결과가 야권 재편의 방향까지 규정할 것이라는 취지다.

4. 전직 시장의 성 비위는 가려졌다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성 비위 문제로 촉발되었다. 그러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은 선거 의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정책을 발표하며 “피해 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끄러움을 모른다”라고, 안철수 후보는 “양심이 있으면 ‘피해 호소인 3인방’ 남인순·진선미·고민정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정치 분석가 7명 중에 젠더 문제가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제1, 제2 도시의 시장을 동시에 뽑는 큰 선거지만 여론의 관심이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정치 컨설턴트는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리더가 나온 것도 아니고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맞붙는 국면도 없다. 오로지 승리에만 관심을 둔 선거판이다.” 여론은 뜨뜻미지근해도 정치권의 관심은 훨씬 더 높다. 야권 재편의 향방과 2022년 대선 구도가 이 보궐선거에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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