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절 각종 매체의 대선 전망 기사에서 자주 보는 문장은 이런 것이다. ‘한국 정치는 엄청나게 변화가 빨라서 1년 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맞는 얘기다. 민주주의 역사가 긴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도 불안정하고 자주 요동치며, 정당이 생기거나 쪼개지는 이합집산도 더 잦다.

그러나 이렇게만 말하면 또 다른 중요한 현실을 놓친다. 한국 유권자들은 직전 대선의 ‘강력한 2위’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든다. 2017년 대선을 이긴 문재인 후보는 5년 전 대선에서 48%를 얻은 강력한 2위였다. 2012년 승리자인 박근혜 후보는 5년 전 대선의 ‘실질적 2위’였다. 2007년 당시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이 사실상 본게임이었다.

1997년 승리자인 김대중 후보도 1992년 2위, 1992년 승리자인 김영삼 후보도 1987년 2위였다. 이렇게 보면, 역대 대선에서 강력한 2위가 다음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례는 이회창 후보(1997년, 2002년 2위) 하나밖에 없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너무나 극적이어서 착시효과도 크다. 한국 유권자들은 그런 극적인 반전보다 재수생을 뽑는 착실한 선택을 더 자주 했다. 민주화 역사가 40년도 되지 않았으니 이걸 무슨 법칙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으나, 경향성은 뚜렷하다.

국민들은 일단 2위를 시켜본 정치인을 5년 더 지켜보는 것 같다. 거기서 국정을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들면 그를 다음 대통령으로 뽑는다. 이 관찰로부터 두 가지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다.

첫째, 2022년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는 2017년의 강력한 2위가 중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2007년의 실질적 2위가 한나라당 경선의 박근혜였던 것처럼, 2017년의 실질적 2위는 민주당 경선의 안희정이었다. 김지은씨의 ‘미투’는 한국 정치의 경로를 정말로 크게 바꾼 사건이었다.

둘째, 유권자들은 일부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책임 있고 신중하다. 국가 지도자를 최대한 오래 지켜보고 성실하게 판단하려 애쓴다. 반대로 언론은 기사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모든 대선을 ‘불확실성과 반전의 드라마’로 묘사하고 싶어 한다. 한국 정치에는 반전의 드라마와 신중한 책임감 두 바퀴가 다 있다. 우리가 드라마에만 유난히 관심을 가질 뿐이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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