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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김연희 기자는 “2021년 어느 시점엔 일종의 골든 크로스가 발생할 것”이라고 씁니다. ‘골든 크로스’는 백신접종이 코로나19의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서 방역 강도를 낮춰도 되는 순간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상의 회복’이 시작되는 시점이군요.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이야기도 곁들여집니다. 골든 크로스가 상반기 내에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겁니다.

드디어 백신접종이 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장밋빛 희망’을 갖기보다는 냉정하게 앞으로 도래하거나 각오할 상황, 해야 할 일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전달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 커버스토리를 기획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백신접종 현황도 개괄했으니 한국의 지금 상황을 비교·점검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1년 3월 초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55.1%)을 기록 중인 이스라엘의 경우, 유행 자체는 숙지지 않았으나 입원 및 사망자 수가 꾸준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니 좀 위안이 되네요. 다만 지금까지의 방역 업무를 지속하면서 예방접종이라는 짐까지 추가로 떠맡게 된 방역 일선의 인력 문제에, 정부 당국이 시급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한 달 넘게 지속 중인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 행동에 대한 천관율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서 미얀마의 운명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란 점을 새삼 깨닫습니다. 천 기자는 미얀마 정치체제의 역사와 미국·중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을 교차시킨 지점에서 한국에 대한 미얀마 민주항쟁의 시사점을 찾아냅니다. 죽음을 무릅쓴 투쟁을 전개 중인 미얀마 시민들(3월4일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54명이라고 합니다)에게 연대감을 표시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해서 부끄러운 심정입니다.

김동인 기자와 양승훈 경남대 교수의 글은 ‘수도권 이외 지역’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가를 거대하고 중차대한 문제인 것은 확실하지만, 적절한 대안의 제시와 실천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김 기자는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교의 ‘신입생 기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 도시들의 게토화 조짐을 감지합니다. 동남권 산업도시 연구에 천착해온 양승훈 교수는 앞으로 경기상승 국면이 도래해도 이 도시들의 쇠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며 이른바 ‘고진로(高進路)’ 전략을 요구합니다. 쉬운 길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적 합의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오는 4월 지자체 보궐선거에서 내년 대선에 이르는 정치의 계절이 대한민국의 운명에 정말 중요한 의제들을 가려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적 시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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