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9년 4월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전수조사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3일 공매도(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거래) 거래를 부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 시점까지 그동안 투자자들의 불만이었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규제들이 담겼다. 시장조성자 공매도에 ‘업틱룰(uptick rule)’을 적용하는 것과 시장조성 거래에 대한 거래세 면제 철회 등이 그 내용이다. 이번 호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시장조성자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시장조성자 규제가 문제인지 알아본다.

당신이 주식을 사고 싶다면 주문을 내야 한다. 주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량’만 내는 주문이다(시장가주문·market order).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호가들(주문 가격) 중에서 가장 좋은 가격(매수라면 가장 싼 가격, 매도라면 가장 비싼 가격)에 체결하라는 뜻이어서 따로 가격은 정해두지 않는다. 가격조건이 없으니 ‘즉시 체결’의 장점이 있다. 다른 방법은 지정가주문(limit order)으로 수량과 가격을 함께 내는 주문이다.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8만5000원에 100주를 사겠다고 지정가매수 주문을 내면 이는 당신이 최대 8만5000원까지 낼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만약 같은 가격에 매도주문을 냈다면 이는 당신이 8만5000원 아래로는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즉 당신의 주문은 당신이 낸 지정가에서 체결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주문들은 ‘오더북(order book)’이라고 불리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개된다. 기본적으로 시장가주문은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지정가주문을 수용해 체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끼리 주문을 내어 매매 경쟁을 하는 것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주문주도형 시장(order-driven market)’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은 자주 ‘한쪽으로 쏠림’이 일어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테면 시장에 앞으로 2차전지 산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면 관련 종목을 누구나 사고 싶어 해 매수 쪽으로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또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유동성이 낮은) 종목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위험이 크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실제로 유동성이 소수의 종목들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거래대금이 가장 큰 종목들 10%가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8%에 달했다(2019년).

거래 부진은 적정 주가(fair price) 추정을 아주 어렵게 만든다. 다양한 의견이 활발한 거래를 통해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어야 하는데(이를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라고 한다) 거래가 부진할 경우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래가 많지 않은 주식들은 호가 하나, 뉴스 하나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 변동성(volatility)이 커진다. 따라서 가격 폭락 위험(crash risk)에도 노출된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거래소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제도를 도입했다. 시장조성자는 ‘브로커-딜러’라고도 불리는데 매수와 매도 주문을 연결(match)해주는 중개자(broker) 역할과 함께 자신의 자본을 직접 투자해 거래에 참여하는 딜러(dealer) 역할을 모두 실행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종목들에 대해 ‘시장을 조성’할 ‘의무’를 부여받고 그 대가로 거래소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시장을 조성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함으로써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시장조성자가 있는 시장을 ‘호가주도형 시장(quote-driven market)’이라고 부른다. 근래에는 주문주도형 시장을 기본으로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해 호가주도형의 장점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장(hybrid market)을 지향하는 거래소들이 많다. 미국 뉴욕거래소, 나스닥 등이 그 예이며 한국거래소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이 모든 개념을 종합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메커니즘(‘시장 미시구조·market microstructure’라고 한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거래 매매 앱을 여니 〈그림 1〉과 같은 정보가 실린 오더북 화면(‘호가 창’)이 뜬다.

7만7500원에 10주, 7만7600원에 200주를 팔겠다는 매도주문이 대기 중이다. 매수 쪽에선 대기 물량이 7만7200원에 20주, 7만7100원에 150주 있다. 이 오더북에 의하면 당신이 이 주식을 팔 수 있는 가장 비싼 값(‘최우선 매수호가·best (or highest) bid price’)은 7만7200원이고,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값(‘최우선 매도호가·best/lowest offer/ask price’)은 7만7500원이다(당신의 매수주문이 오더북의 매도호가와, 매도주문이 매수호가와 매칭되는 것이 헷갈릴 수 있겠다. 당신의 매수는 다른 사람이 이미 ‘팔려고 내놓은’ 주문을 해소하는 주문이므로 오더북에 있는 매도호가와 연결되어야 한다. 매수호가도 마찬가지다).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를 영어로는 ‘BBO(Best Bid-Offer)’라고 부른다. 그리고 두 값의 차이 300원을 ‘최우선 매수-매도호가 스프레드(BBO Spread)’, 또는 간단히 ‘스프레드’라고 부른다. 이것의 의미는 당신이 이 주식 1주를 사자마자 바로 팔아버리면 300원을 손해 본다는 뜻이다. 이 300원은 이 주식을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당신이 대가로 지불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또는 ‘유동성 비용(liquidity cost)’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시장조성자들에게는 수익의 원천(market-making profit)이 된다.

사실 스프레드는 우리가 주변에서 항상 쉽게 접하는 것이다. 당신이 1000달러를 사기 위해 가까운 은행을 찾았다고 하자. 은행에서는 1달러를 1130원에 팔고(‘달러를 사실 때’ 가격이라고 친절하게 써 있을 거다), 1100원에 사들이고(‘달러를 파실 때’) 있었다. 이는 각각 매도, 매수호가가 되며 이 경우 스프레드는 30원이다. 당신은 113만원을 내고 1000달러를 샀다. 설령 이 거래를 하고 나서 1초 후에 마음이 바뀌어 1000달러를 그 즉시 다시 팔더라도 11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차액 3만원은 당신에겐 거래비용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은행에겐 당신이 쉽게 달러를 사고팔 수 있게끔 해준(즉 시장을 조성해준) 대가로 얻는 수익이 된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위의 오더북을 기초로 시장가매수 주문 100주를 냈다면 당신의 주문은 7만7500원에 10주, 그리고 나머지 90주는 7만7600원에 체결된다. 가중평균 매수가는 7만7590원(=7만7500×(10/100)+7만7600×(90/100))이 된다. 만약 시장가매도 주문 100주를 냈다면 당신의 주문은 7만7200원에 20주, 그리고 나머지 80주는 7만7100원에 체결된다. 이때 가중평균 매도가는 7만7120원(=7만7200×(20/100)+7만7100×(80/100))이 된다. 이제 여기에 시장조성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그림 2〉).

시장조성자는 7만7400원에 100주 매도주문을, 그리고 7만7300원에 100주 매수주문을 냈다(비어 있던 두 가격에 수량이 붙으면서 오더북이 더 촘촘해졌다). 이제 BBO는 7만7300원-7만7400원으로 바뀌었고 스프레드는 100원으로 줄었다. 당신이 주식을 100주 매수하겠다면 7만7400원에 모두 매입할 수 있다. 또 100주를 모두 7만7300원에 매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수치들을 시장조성자가 없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시장조성 제도의 장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평균 매수가격은 주당 190원이 줄었고(=7만7590-7만7400), 매도가격은 주당 180원이 늘었다(=7만7300-7만7120). 시장조성자 덕분에, 다시 말해 시장조성자가 스프레드를 줄여준 덕분에 당신이 본 이득이다. 스프레드가 작아지면 거래비용이 줄어서 그만큼 이득이 커진다.

스프레드는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매도호가 쪽으로 주문이 ‘쏠리고’,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매수호가 쪽으로 주문이 쏠린다. 이렇게 되면 스프레드가 커져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유동성이 낮은 종목뿐 아니라 거래가 많은 대형주들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보통 대형주들은 유동성이 높아 시장조성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형주들에도 쏠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이 극도로 악화될 전망에 관한 믿을 만한 보고서가 나왔을 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보자). 이럴 경우 시장조성자는 쏠림을 방지하도록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의무적으로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촉진해야 한다. 거래가 늘면 가격 발견 기능이 좋아져 주가가 적정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당연히 변동성도 떨어져 주가가 좀 더 안정적이 된다.  

이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시장조성자 ‘공매도(short-selling:주식을 빌려와 매도하고 이후 주식을 사서 갚아 청산하는 거래)’에 대해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당신이 어느 주식을 1만원에 100주만큼 사고 싶다고 치자. 그러나 팔려는 사람이 없다면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시장조성자들이 당신의 주문에 대응해 1만원에 100주를 팔아주었다면 이는 시장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시장조성자가 시장을 조성할 물량이 없다면, 다시 말해 당신이 사고 싶은 주식 100주를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시장조성자들이 시장이 원하는 물량을 항상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고비용(inventory cost)과 재고를 유지함으로 인해 다른 곳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있기 때문이다.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시장조성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장조성자는 그 주식들을 어딘가에서 ‘빌려와 팔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공매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시장조성자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 조성될 수가 없다. 그러니 당신은 아마도 1만원 대신 오더북의 높은 호가에 맞추기 위해 매수가격을 올려, 예를 들어 1만500원씩 지불해야 주식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시장조성자 공매도가 금지됨으로써 생긴 명백한 기회비용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시장조성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규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매도 규제와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업틱룰’이다. 이는 공매도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공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에서만 낼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어떤 주식이 방금 1만500원에 거래가 체결되었다면, 당신의 공매도는 1만500원 이상에서 주문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예를 들어 1만300원에 공매도 주문을 내면, 이 주문은 (업틱룰에 맞도록) 1만500원으로 자동 수정되어 오더북 화면에 나타난다.

이제 업틱룰을 시장조성자 공매도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살펴보자. 어느 주식이 방금 1만500원에 거래되었고 당신이 1만원에 매수 주문을 냈다고 하자. 물량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시장조성자는 주식을 공매도해야 한다. 그러나 1만원에는 공매도할 수가 없다. 업틱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장조성자는 직전 체결가인 1만500원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이제 당신이 이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1만원이 아니라 1만500원을 내야 한다. 시장조성자에게 업틱룰을 적용한 탓에 올라간 비용을 당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 당신이 거래를 포기한다면 이는 더 심각한 일이다. 시장조성이 실패한 셈이기 때문이다. 싸게 살 수 있는데 기를 쓰고 비싸게 사겠다고 고집하는 게 무슨 이유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AP Photo미국 뉴욕 금융가 증권거래소 앞에 상승장(불마켓·bull market)을 상징하는 황소상이 설치되어 있다.

시장조성은 활발히 일어날수록 좋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또 다른 규제는 증권거래세에 관한 것이다.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거래는 통상적으로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자신의 수익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 거래 촉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홍콩·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미국·독일·일본 등은 아예 거래세 자체가 없다).

시장조성은 활발히 일어날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조성 거래에 세금을 매기면 빈번한 시장조성 행위는 오히려 시장조성자에게 더 많은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장조성자들은 시장조성 거래를 자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거래세가 매겨지면 시장조성자는 스프레드를 ‘넓혀서’ 호가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세금을 내더라도 수익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앞에서 스프레드는 당신에겐 거래비용이지만 시장조성자들에게는 시장조성을 위한 대가로 받는 수익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자). 스프레드가 커지면 거래비용이 커지니 거래가 줄어들고 따라서 가격 발견 기능 저해, 변동성 상승, 유동성 하락 등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만약 시장조성 거래에 세금을 걷는 이유가 세수 증대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시장조성의 결과로 일어나는 거래 유발 효과로 인한 세수 증대를 무시하는 정책적 실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2월3일 금융위원회 간부들이 공매도 재개 여부 결정 회의를 마친 후 의결 내용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시장조성자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규제들은 우려스럽다. 혹시라도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하겠지만 시장조성 행위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에 업틱룰을 적용하거나 시장조성 거래에 거래세 면제를 철폐하라고 하는 건 당신이 주식을 더 비싼 값에 사고 더 싼값에 팔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뜻과 같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한 수 거든다. ‘투자자들이 비싸게 사고 싶다는데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다니,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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