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2020년 7월1일 브라질 국경경비대 진료소에서 야노마미족 원주민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필자는 유전자 기반으로 신약을 연구하는 기업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유전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의 팬데믹 기간에 일어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추세를 살펴봐왔다.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시퀀싱(sequencing)’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3만여 개 ‘문자(염기서열)’로 구성된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시퀀싱’이란 쉽게 말하자면 이 3만여 개 문자를 읽어내 글자가 바뀐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원래 문자와 바뀐 부분이 있다면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테라젠바이오에서는 자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시퀀싱 작업 가운데 일부를 수행해왔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변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전파력이 더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지에서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다만 이런 소식 중에는 실제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부분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전파가 일어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로는 중국 하얼빈의 쥐, 네덜란드의 밍크, 미국 뉴욕 동물원의 호랑이와 사자 등이 보고된 바 있다. 고양이와 개가 감염되는 경우는 미국·프랑스·벨기에·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서 확인되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과 동물로 전파되어 복제를 일으킬 때마다 변이를 획득할 기회를 얻는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감염시킬 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만여 염기 가운데서 평균 한 개꼴로 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유전자를 이루는 3만여 개 문자 가운데 한 글자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변이 가운데서도 실제로 전파력을 높이거나 병독성을 심화하는 식으로 바이러스를 바꿔놓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이는 무의미하며 많은 경우 오히려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낮추게 된다.

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된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614로 불렸다. 이 D614는 이미 같은 해 3~4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다른 변이주(變異株)인 G614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G614 타입은 D614보다 감염 전파력이 높다. G614는 유럽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유럽과 미국을 통해 증폭되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재까지 시퀀싱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가운데 95% 이상이 G614다. 지금 국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오리지널 타입인 D614가 아닌 G614다. 다만 G614는 전파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백신의 효능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아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변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이어 보고된 영국·남아공·브라질 등의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 변이주들이 현재 개발된 백신의 효능을 낮추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NIAID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시사IN 윤무영2020년 4월23일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가 게놈 분석 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존 백신의 변이 바이러스 대응 한계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기존 코로나19(G614)보다 감염 전파력이 최소 30% 높은 변이 바이러스 B.1.1.7이 발견되었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수행된 코로나19 유전자 시퀀싱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행했을 정도로 유전체 분석에서 앞서가는 국가다. 이 B.1.1.7 타입은 주로 ‘영국 변이’라고 불린다. 영국에서 발생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었는데 뛰어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 ‘영국 변이(B.1.1.7) 바이러스’의 유입은 끝났고 해당 국가 내에서 감염이 급증하는 단계다. 지금 시점으로부터 1~2개월 뒤면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대체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영국에서 B.1.1.7 타입이 보고된 이후 변이 모니터링이 한층 공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남아공과 브라질에서도 전파 감염력이 높아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각각 B.1.351(남아공 변이) 타입과 P.1(브라질 변이) 타입으로 분류된다. 과학자들은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가 ‘재감염(코로나19에 걸렸다가 치유된 사람이 다시 감염되는 경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아공과 브라질은 인구의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나라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아마존 원주민들은 약 80%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어서 면역물질(항체)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다시 노출되면 오리지널 타입은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오리지널 타입에 대한 면역에 내성을 가지는 식으로 변이가 진행된 바이러스는 살아남아 숙주 안에서 번식을 이어간다. ‘면역 회피주’라고 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남아공 에이즈 프로그램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압둘 카림 교수는 지난 2월7일 코로나19 백신이 현재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은 중국(D614), 유럽(G614), 영국 변이(B.1.1.7) 타입까지는 비슷한 예방 효과를 보이나 남아공 변이(B.1.351)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백신 효능에 대한 실험 평가와 임상시험 결과를 요약해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6%에서 22%로, 노바백스 백신은 89%에서 49%로, 얀센은 72%에서 57%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에이즈 연구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호 컬럼비아 대학 교수도 모더나의 백신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두 백신 모두 영국 변이의 경우에 생성되는 중화항체가 다소 감소했다. 중화항체의 감소 폭은 남아공 변이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알레한드로 발라스 하버드 대학 교수의 연구팀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10종에 대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중화항체 형성 정도를 평가했다. 대체로 중국(D614), 유럽(G614), 영국 변이(B.1.1.7), 캘리포니아 변이(B.1.429)에 대해서는 중화항체가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브라질 변이(P.1)와 남아공 변이(B.1.351)에 대해서는 중화항체가 아주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었다. 반면 그 뒤 연이어 나온 연구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이 브라질 변이(P.1)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임상 3상 데이터를 제출한 코로나19 백신(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얀센)의 경우, 영국 변이는 비교적 잘 막지만 남아공 변이에 대해서는 예방효과가 상당히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브라질 변이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

ⓒAP Photo2020년 12월13일 미국 미시간주 화이자 글로벌 서플라이 공장에서 백신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

인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이미 바이러스 변이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여왔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빈번하게 변이를 일으킨다. 시민들이 새로운 타입의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해 매년 가을 독감백신을 맞는 이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사한 대응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들어가는 2021년은 계속해서 진화하려는 바이러스와 그 변이를 막으려는 인류가 ‘군비경쟁’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타입은 2021년 3월 초 현재까지는 거의 100% 유럽형(G614)이다. 그러나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들이 결국 한국 내에도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2월25일 기준 총 142건으로 영국 변이 122건, 남아공 변이 14건, 브라질 변이 6건이라고 밝혔다. 쉽지는 않겠지만 집단면역 목표인 전 국민 백신접종 70%에 도달할 때까지 최대한 변이주의 유입을 저지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미 해외 입국자의 2주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영국발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시킨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은 새로운 변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백신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그 덕분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와 기존 백신들을 무력하게 만들더라도 이에 대응할 백신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특히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mRNA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은 새로 디자인된 백신을 6주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mRNA 백신 플랫폼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처음 상용화된 기술이다. mRNA 백신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갖추게 된 과학자들은 이제 바이러스 유전자의 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로 백신을 디자인하고, 프린트로 인쇄하듯 백신을 생산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빠르게 진화하는 바이러스보다 인류가 더 신속하게 대응해 우위에 설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유전자 모니터링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0만 건의 코로나19 유전자 해독을 마쳤고, 이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해내고 있다. 마치 인공위성이 상대방의 전력을 정찰하듯,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바뀌어가는 추세를 고해상도 지도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21년은 2020년과 다른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인류도 코로나19에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자명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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