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이번 호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입니다. 천관율 정치팀장이 인터뷰했습니다. 천 기자의 기사 송고 메시지를 받은 저는 잠시나마 사악한(?) 기대로 들떴습니다. 김 지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기본소득론)을 비판한 내용이거든요.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다른 ‘거물급’ 정치인의 공격은 언론 매체에 아주 좋은 ‘먹을거리’입니다. ‘작심 폭로’ ‘격정 토로’ 같은 자극적 제목을 붙여서 ‘펑~’ 하고 터뜨리고 싶었어요.

이런 들뜬 기분은 기사를 읽어나가다가 차분하게 정돈되고 말았습니다. 김 지사는 쓸데없는 혈투로 자신의 명성이나 높이려는 검투사 스타일이 아니더군요. 조곤조곤 논리정연하게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천 기자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대안을 개진합니다. 특히 재난지원금 지급의 ‘논의 틀’을 ‘선별이냐, 보편이냐’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느냐’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김 지사의 비판적 견해를 모두 수용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기본소득 관련 이슈 중 상당수는 글로벌 학계 차원에서도 결론이 내려지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로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전망’을 제기합니다. 김 지사는 신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고용이 반드시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우려와 기대 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오히려 김 지사 인터뷰의 핵심은 ‘선거용 토론이 아니라, (…) 정책 토론을 통해 공론을 만들어 나가자’는 부분 아닐까요. 지사 두 분께 요청하고 싶습니다. 저희 〈시사IN〉이 주재하는 가운데 기본소득을 주제로 토론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희는 적어도 정치인의 실언이나 말꼬리 잡기로 ‘장사’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치인들이 인기끌기나 지지자들만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정책을 둘러싸고 진정으로 ‘숙의’하는 과정을 한번 기록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호에 실린 외부 필자들의 원고도 자랑하고 싶네요. ‘이관휘의 자본시장 이야기’를 읽고 나시면, 기업이란 것이 어떤 ‘단일체’라기보다는 각 이해관계자들이 자본조달과 수익배분을 둘러싸고 투쟁하는 공간으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겁니다. 자본구성(capital structure)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시사IN〉 같은 대중지에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서술할 엄두를 낸 이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베트남 미라이 학살을 다룬 이번 글로 ‘300회’를 기록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딸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거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깊고 풍부하게 역사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김 PD님과 그 따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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