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월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를 보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세밀히 그려진다. 내각은 일종의 타협 결과다. 대통령이 마음에 둔 1순위 인물이 장관직을 수락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인사청문회를 꺼려 당사자가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몇 순위를 거쳐 능력·도덕성·국정 철학 공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점한다. 그래도 청문회 과정에서 미끄러지는 후보가 나온다. 내정하는 순간, 출근이 가능한 청와대 인사와는 다르다. 청와대 인사도 신원조회를 거치지만 상대적으로 임명 절차가 간단하다. 같은 장관급이어도 이름부터 대통령‘비서’실장인 이유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3실 12수석 체제다(아래 그림 참조). 실장은 장관급, 수석은 차관급, 비서관은 1급에 해당한다. 국가안보실의 1·2차장과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경제보좌관·과학기술보좌관은 차관급이다. 국정상황실장·재정기획관 등은 1급 자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2017년 5월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청와대의 1급 이상 고위공직을 지금까지 173명이 거쳐갔다. 이들의 프로필로 문재인 청와대의 인사를 살펴봤다. 청와대의 인사 발표 자료를 기본으로 하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인물 DB와 관련 기사로 보충했다.

일단 ‘1960년대생 남성’이 압도적이었다. 나이가 공개된 171명 중 132명(77%)이 1960년대 출생이었다. 전체 173명 중 여성은 22명(12.7%)에 불과했다. 평균 나이는 57세(1964년생)였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1946년생으로 최연장자(75세)였다. 1981년생 김광진 청년비서관이 가장 젊다(40세). 국가정보원 출신 서상훈 전 사이버안보비서관과 박웅 전 정보융합비서관(이후 직제 개편으로 사이버정보비서관)은 나이가 공개되지 않았다.

비서관 15명 중 13명 캠프와 당 출신

출신 지역은 청와대가 공개할 때도 있고 공개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2019년 3월 청와대는 장관 개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출신지를 뺐다.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한 사람도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달서구을)은 “그 결과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왔으나 실제로는 4명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사 인물 DB와 과거 기사 등에도 출신 지역 정보가 없으면 출신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삼았다. 출신 지역이나 고등학교가 공개된 169명을 보면, 수도권 57명(33.7%), 호남 36명, PK(부산·경남·울산) 33명, TK(대구·경북) 15명, 충청·강원 각각 13명, 제주 2명 등이다.

출신 학교는 ‘문재인 청와대 파워 엘리트’를 포착하는 의미에서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는 서울의 명문대 중심으로 ‘고려대(이명박 정부)’ ‘성균관대(박근혜 정부)’ 등이 강세라는 말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도 ‘연정 라인(연세대 정외과)’이 외교 쪽을 독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1급 이상 인사들의 출신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65명으로 가장 많았고(37.5%), 고려대 18명, 연세대 17명, 육사 8명, 한양대 6명, 성균관대 5명 순이었다.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특수목적대학인 카이스트·포항공대, 해사 제외) 출신이 21명(12.2%)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초기 진용을 꾸릴 때, ‘86’으로 대표되는 전국 각 지역의 학생회장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아 비교적 다양한 대학 출신이 분포했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 한병도 전 정무수석,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인배 전 제1부속비서관 및 정무비서관, 전북대 부총학생회장 출신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전북대 총여학생회장 출신 김금옥 전 시민사회비서관 등이 있다. 1970~1980년대 학생운동을 기폭제로 넓혀진 농민운동, 노동운동, 환경운동, 시민운동 등을 삶의 주요 경력으로 한 이들이 적어도 문재인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의 주류는 맞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1급 이상에는 참여연대(8명), 김앤장(3명) 출신보다 ‘학생회장(10명)’ 출신이 더 많다. 부학생회장, 총여학생회장, 전대협 간부 등으로 넓히면 더 늘어난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 이후 정통 관료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31명(17.9%), 군 출신은 9명이었다. 관료와 군인은 주로 청와대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에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함께 일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참여정부 청와대, 당, 대선 캠프 등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중용했다. 전·현직 3실장 8명 중에서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 사람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뿐이었다. 장하성 전 실장은 2012년 대선에서는 안철수 캠프 좌장 역할을 맡았고, 2017년 대선에서는 특정 캠프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장 직할인 비서관 자리로 좁혀보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다. 비서관들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보좌진이다. 8개 비서관(총무·의전·제1부속·제2부속·기획·연설·국정기록·국정상황실) 자리를 거쳐간 15명 중 13명이 캠프나 당에서 일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과 박상훈 전 의전비서관만 ‘늘공(‘늘 공무원’ 줄임말로 직업 공무원을 뜻함)’이었다. 각각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출신 관료다. 보통 대통령 측근이 맡았던 총무비서관에 ‘7급 공무원 신화’로 불리는 이정도 비서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되면서 깜짝 발탁이라는 말이 많았다. 2017년 5월부터 2021년 2월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도 비서관도 참여정부와 인연이 있다. 변양균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의전비서관은 지금까지 네 사람이 맡았는데(조한기·김종천·박상훈·탁현민), 박 전 비서관을 빼고는 모두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말로 정무직 공무원을 뜻함)’이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국회의원은 “의전비서관 자리는 진보·보수의 태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다. 보수는 보통 외교부 관료를 쓴다. 진보는 정무 성격을 강하게 보고 당이나 캠프 사람을 데려온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캠코더’ 인사를 한다는 비판이 언론과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을 중용한다는 뜻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라는 비판을 패러디한 신조어다. ‘코드 인사’는 과거 참여정부의 인사를 공격할 때 주로 사용되던 조어다.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만 쓴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드 인사’라는 말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코드가 중요하다고 본다.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언론에서) 코드 인사 이렇게 딱 해버리니까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그런데 대통령이 공약을 내세워서 국민의 지지로 당선돼 국정을 수행하게 되면, 국정 철학이나 이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로 진용을 짜고 국정에 임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코드 인사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쓰면서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진보와 권력-참여정부 정책총서 정부운영 편〉).”

상대적으로 ‘코드’를 공유하기 어려운 관료 등용이 많은 청와대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인사도 그래서 ‘참여정부 청와대’라는 키워드를 넣고 봐야 한다. 무색무취해 보이는 관료들의 경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겪은 경우가 여럿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대북문제를 담당했던 국정원 요원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 3차장을 지냈고, 이후 19대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 국정원장을 지낸 후 청와대로 들어갔다.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외교부 관료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6년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행정고시 출신 윤종원 전 경제수석 또한 참여정부 청와대의 경제보좌관실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기재부 관료 이호승 경제수석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노동부 관료 임서정 일자리수석도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실의 행정관이었다. 산업부 관료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도 참여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 시절을 회고한 〈진보와 권력-참여정부 정책총서 정부운영 편〉에 나오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은 ‘문재인 청와대’의 향방을 가늠케 한다. 코드를 공유한 공무원을 재기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사회 분야는 그게(개혁적 인사의 등용이) 가능했다. 그런데 경제나 외교, 국방은 우리 쪽에 자원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쪽은 기존 관료들 가운데 좀 개혁적이라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청와대 내에서 이뤄진 내부 승진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강조하는 ‘대한민국 주류 교체’와도 연결해볼 수 있는 말이다. 사람을 키우며 흐름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진보개혁 진영 전체가 이제 인재풀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 인재풀이 되려면 비판을 넘어서 실제로 국정을 담당할 수 있는 어떤 역량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선택 가능성을 넓혀놔야만 이쪽에서 정권을 다시 장악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뽑아서 쓸 수가 있고 세력화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청와대의 4년 동안 이뤄진 내부 승진도 하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정태호 국회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첫 정책기획비서관을 하다 일자리수석으로 영전한 바 있다. 김제남 시민사회수석은 기후환경비서관을 지냈다. 고민정 국회의원도 문재인 정부 첫 부대변인을 하다가 대변인을 거쳐 총선에 출마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직을 맡았다가 승진했다. 유대영 자치발전비서관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다만 청와대 출신의 대사 임명은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현재 주중국 대사를 맡고 있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현재 주독일 대사다. 두 사람은 대사국 관련 외교 경력이 없어, 야당은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장하성 전 실장은 중국에서 두 번 교환교수를 했고 중국어로 저서가 출판되었다’ ‘조현옥 전 수석은 독일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해명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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