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월2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신학기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학교·특수학급 학생 위주로 등교 수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은 분명해졌다. 백신 접종을 통해 1년 안에 삶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는 많은 가정들을 동반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이다. 기대가 현실이 될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 국민의 약 70% 이상이 단기간에 백신을 접종한다. 둘째, 백신의 효과가 제약회사가 주장한 것만큼 충분히 크다. 셋째, 백신의 유효기간이 1년 이상으로 충분히 길다. 넷째, 백신 접종 이후에도 시민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 다섯째, 백신이 듣지 않는 변종이 생기지 않는다. 이 중 어느 하나만 잘못되어도 바이러스와의 지루한 전쟁은 더 장기화될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다. 사태 초기에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홍역처럼 아이들에게 치명적일지 혹은 이제 알려진 바와 같이 노인들에게 치명적일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정해졌고, 학교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가 예측되고 바이러스의 특성이 잘 알려진 지금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하면, 학교를 다시 열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를 닫는 것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등교 제한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과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 닫힌 교문을 시급히 다시 열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등교 제한 대가, 평생 지불해야

학교를 열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등교 제한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오히려 안전한 곳이다. 등교 제한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두 종류의 연구가 있다. 하나는 등교 제한을 했다가 다시 학교를 여는 경우 바이러스가 확산되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그 결과 등교 개시 전후로 코로나19 발생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다른 하나는, 학교를 연 뒤 감염된 학생들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에 감염된 학생 6명이 등교했고 약 1000명의 학생들을 만났는데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학년별 순차적 등교가 이뤄지던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 3~18세 소아 및 청소년 확진자 127명 중에 단 3명만이 학교에서 감염되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가족, 학원, 혹은 다중이용시설로부터 감염되었다. 당연히 등교 중지 전후로도 감염률의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미국은 어땠을까? 지난해 가을, 9만명의 학생이 거주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11개 학군이 9주 동안 대면 등교를 실시했다. 이 기간에 감염된 학생은 모두 805명이었는데 그중 32건만이 학교에서 발생되었다. 위스콘신주에서도 13주간의 대면 등교 기간에 191명의 학생 및 교직원 감염이 발생했는데, 학교에서 감염된 경우는 7건에 불과했다.

학교를 열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등교 기회 상실이 아이들에게 돌이키지 못할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바람에 치르게 되는 대가가 너무 크다. 학교 교육의 효과를 정밀하게 연구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는 결과다. 아이들이 학교 교육의 긍정적 효과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의 제임스 헤크먼 교수는 1970년대 미국의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를 분석했다. 5세 미만 아동을 무작위로 선발해 양질의 전인교육을 제공하고 30년간 이들을 추적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이들이 35세가 되었을 때 프로그램 수혜자는 교육 연한, 취업률, 임금뿐만 아니라 고혈압 유병률 등의 건강 척도에서 비수혜자를 압도했다.

필자는 2010년부터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여학생 3000여 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학생들이 5년 뒤 성년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했다. 결과는 2018년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되었는데, 성년이 된 프로그램 수혜자는 비수혜자에 비해 돈과 관련된 결정들을 훨씬 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었다.

교육은 임금을 증가시키고, 흡연·과음을 할 확률은 낮추며,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하고, 수명을 늘린다. 또한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준다. 교육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인지(認知) 능력과 함께 비인지(非認知) 능력도 함께 발달시킨다. 비인지 능력은 유연한 성격, 끈기, 사회성 등이다. 필자의 말라위 연구에서도 교육이 학생의 성격을 바꾸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프로그램 수혜자들은 성실성, 개방성, 끈기, 참을성, 감정의 성숙 척도가 현저히 상승했다.

ⓒ김현철 제공2012년 말라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장학증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비인지 능력은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가령 끈기 있는 학생은 교육에 더 투자한다. 그 결과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 성격 좋은 사람은 같은 회사에 취직해도 회사생활을 더 잘한다. 인지적 기능과 비인지적 기능을 모두 갖춘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확률이 크다. 학교 교육은 인지와 비인지 능력을 모두 키우게 한다. 등교 제한은 학생들로부터 이런 기회를 빼앗는다.  

혹자는 온라인 교육이 등교 수업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웬만한 성인도 온라인상에서는 2~3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를 켜놓고 딴짓을 한다. 평일 낮시간에 보호자가 집에 없는 학생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교육은 비인지 능력 발달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이후 아이들의 학습에 상당한 악영향이 발견되었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겨우 25% 정도만 그 악영향을 극복할 수 있었다.

등교 제한은 아이들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등교해야 제대로 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 국제 구호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8월까지 37개국 11∼17세 어린이 8000명과 보호자 1만7000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대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크게 늘고 게임중독에 빠지는 아이들도 늘었다. 친구, 놀이, 관계를 박탈당한 아이들의 상처 입은 정서엔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숨 가쁘게 나열한 등교 제한의 대가는 앞으로 100년에 걸쳐 코로나 시대를 겪은 아이들이 모두 사망하는 그날까지 지불된다. 한번 형성된 비인지 능력은 잘 변하지 않고, 교육은 수명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인구당 감염률이 우리나라의 무려 50~100배 수준인데도 국가가 가급적 등교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세 번째 이유로, 등교 제한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등교 제한의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학력 저하가 저소득층에 더 크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아이 사이에 벌어진 학력 차이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위한 환경도 좋지 않고 사교육을 통한 학업 손실 해결도 어렵다. 이에 비해 여건이 좋은 상위층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 수업을 통해 지금 한껏 학업 효율성을 올리고 있다.

벨기에의 연구는 예상했던 결과를 보여준다. 수학과 언어 성적이 전반적으로 크게 낮아진 가운데, 이전 시기에 비해 학교 안의 불평등 수치가 17~20%, 학교 간의 불평등도 7~18% 증가했다. 학력 손실은 어머니의 학력이 낮거나, 정부 보조금을 받는 가난한 집일수록 더 커졌다. 집에서 공부를 도울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앞다투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실태 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력 격차가 커졌다더라’는 교사·학부모들의 경험담과 추측만 무성하다. 격차가 커졌다면 얼마나 커졌는지, 어떤 아이들이 주된 피해자인지, 학력 손실이 보호자 부재 때문인지 혹은 원격 수업 장비 부족 탓인지 제대로 된 분석 자료가 없다. 실태 및 원인 분석 없이 내놓은 불평등 해소책이 성공하면 그게 더 놀랄 일이다.

ⓒ연합뉴스1월26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학교를 닫으면 감염이 더 발생한다

학교를 열어야 하는 네 번째 이유로,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현격하게 낮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감염자 수는 1월22일 현재 10세 미만이 70명, 10~19세가 99명인 반면 20대 이상 성인은 160명이 넘는다. 감염된 아이들도 극소수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 증상이 가볍거나 전혀 없다. 아이들에게 코로나19는 사실상 감기 수준이다.

등교가 필요한 마지막 이유로, 등교 제한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위험하게 만든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두 사람이 번갈아 연차휴가나 재택근무를 사용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밖에 없다. 이 방식에는 이미 한계가 왔다. 초등학교 긴급돌봄도 수요가 늘어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돌봄과 학업을 위해 결국 직장을 포기하는 부모가 생긴다. 그 피해자는 대부분 어머니다. 2020년 9월 취업자 수는 전해(2019년) 같은 시기에 비해 남자는 0.7%, 여자는 2.4% 줄었다. 남녀 간 격차가 3배 이상이다(통계청). 미국도 마찬가지다. 취업률이 남성은 4.5%, 여성은 8.2% 줄었다.

등교 수업이 자주 이루어지면 아이들이 바깥의 바이러스를 가정으로 옮겨와 치명률이 높은 조부모를 감염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등교 제한은 아이들과 바이러스에 취약한 조부모와의 접촉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 친정 어머니와 ‘시댁 찬스’를 쓰는 가정이 늘기 때문이다. 이때도 희생자는 여성이다. 할머니는 육아 부담과 함께 코로나 감염 위험성 증가의 짐까지 져야 한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조부모와 동거하는 가정은 전체의 13% 정도로 낮은 편이다. 학교는 열되 여건이 되는 가정은 아이들이 조부모와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AFP PHOTO2020년 10월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과 퀸스의 학부모들이 학교 폐쇄에 항의하는 동안 한 어린이가 “학교 문을 열어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1월28일 교육부는 2021학년도 학사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저학년의 등교 수업이 지난해보다 더 자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발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이제 3월 새 학기 개학까지 남은 기간 등교 수업을 안전하게 재개할 수 있는 계획과 준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학교 내 감염 사례는 주로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많았으며 체육 활동을 통해 발생했다. 체육시간에는 마스크를 쓰고도 숨을 잘 쉴 수 있게 돕는 마스크 브래킷(지지대) 사용이 가능하다.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사 시간에는 접촉 학생 수를 제한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접촉하는 사람 수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접촉 코호트’도 유지해야 한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평일 낮 시간에 비어 있는 정부 시설, 학원, 교회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면 수업을 재개하면 학교 내 감염 사례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학교를 닫는다면? 학교 내 감염이 줄어든 만큼 아이들이 방문하는 다른 곳에서 감염 사례가 더 발생한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고, 기대여명을 감축시키며, 조부모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학교를 닫고 등교를 제한하는 것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등교 제한은 가시적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씻을 수 없는 악영향을 낳는다. 학교를 닫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2021년 상반기, 등교 수업 재개 확대가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교육 공백’ 기획 순서
①1년의 공백 100년의 상환
②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③닫힌 교문 열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④교육 복구 시작은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⑤학교 폐쇄는 우선순위를 파괴한 것"

 

 

 

기자명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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