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

지금 한국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투자 붐’이 올해 큰 역풍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죽어’버린 줄 알았다. 물가인상이 선진국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 1970년대. 그래서 1980년대 들어 선진국 경제 당국은 물가안정을 사실상의 지상 목표로 삼았다. 1990년대부터 인플레이션은 마치 지구를 떠난 것처럼 보였다. 40세 이하의 독자라면,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인플레이션은 잠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뻔했다. 각국 정부들이 경제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통화를 금융기관들에 퍼부었다. ‘통화량과 물가가 비례한다’는 상식(?)에 기반해서 엄청난 강도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지난 10여 년 내내 중앙은행들의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이었다. 오죽하면, 중앙은행들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 물가인상(연 2% 정도)이었을까. 이 꿈이 실현된 경우는 매우 적었다. ‘인플레이션이 온다’던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이런 와중인 지난해, 선진국 정부들은 팬데믹 때문에 다시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 발행 및 재정지출을 감행했다. 지금 시중의 달러화 가운데 20%가 지난해 창출된 것이라고 할 정도다. 이처럼 많은 돈이 뿌려져 있는 가운데 팬데믹의 퇴조로 소비 욕망이 해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직관적 대답은 인플레이션이다.

자산시장이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있을 때 인플레이션은 날카로운 바늘과도 같다. 중앙은행들은 기대 이상의 물가인상에는 금리인상으로 대처하는 것을 규범으로 삼아왔다. 심지어 금리인상 가능성만으로 자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로 발전한 사례들도 있다.

다행히 대다수의 글로벌 유력 금융·연구 기관들은 올해 강한 인플레이션의 도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반드시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니다. 실물경기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김동인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의 ‘야심’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 상태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20년 동안 글로벌 유동성이 어떻게 불어났고 금융 당국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훑었다. 올해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견조한 경기회복과 낮은 수준의 물가인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섣부른 대처다.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김동인 기자의 기사가 금융시장 변동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독자들의 판단에 작은 근거라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