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의 영향이다. 직장과 학교를 중심으로 살아오던 사람들이 새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에 도대체 뭐가 있지?’ 팬데믹 시대, 동네 기반 플랫폼이 뜨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내 취향에 맞는 우리 동네 책방을 소개해주는 플랫폼도 있을까? ㈜동네서점이 제공하는 ‘동네서점 지도(www.bookshopmap.com)’를 클릭하면 된다. 대형서점 위주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구글·네이버 지도 등과 달리, 작지만 개성 있는 책방, 독립 출판물을 취급하는 책방들을 쉽게 찾도록 해준다. 내 위치에서 가까운 동네책방을 찾아주는 것은 기본. 그림책 서점, 문학 서점, 예술 서점에서 북스테이, 고양이 전문 서점에 이르기까지 무려 68가지로 나눈 취향 목록에 따라 내게 맞는 동네책방을 고를 수 있다.

㈜동네책방 남창우 대표(사진)는 웹 서비스 기획자다. 학부 시절 ‘무차별 라디오’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운영하면서 문화 콘텐츠의 세계에 눈을 떴다. 동네책방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5년. 동네책방들이 하나둘 생겨나던 그 시절, 서울 연희동 한 동네책방이 주최한 아트북페어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2030 젊은 여성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서 있는 것을 보고서다.

“이제 곧 동네책방 시장이 열리겠구나 생각했다. 미디어 영역 중에서 디지털 쪽 발전이 가장 덜 된 분야가 출판 시장이니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뜻이 맞은 홍대 앞 동네책방 ‘땡스북스’와 함께 동네서점 앱을 만들고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이라는 단행본도 출간했다.

오판이었다.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동네서점 지도’를 처음 만든 2015년 97곳에 불과했던 동네책방은 2017년 283곳, 2019년 551곳, 2020년 634곳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동네책방의 매출은 여전히 제자리였고, 2019년부터는 폐업하는 책방이 세 자릿수로 늘어났다.

동네 기반 플랫폼에 미래를 거는 이유

그사이 남 대표는 스마트폰 앱 대신 ‘웹 앱(웹 브라우저로 구현하는 앱)’으로 서점 지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동네책방들의 오픈마켓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구상 또한 미완으로 남았다. 그나마 지자체나 문화단체 지원을 받아 〈인천 책지도〉 〈책도시 산책지도〉 같은 오프라인 지도 또는 단행본을 만들어 공급하는 활동으로 회사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중이다.

여기에 팬데믹 위기까지 덮쳤다. 하지만 남 대표는 비관하지만은 않는다. 문 닫는 동네책방은 늘고 있지만 지난해 책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독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데이터로 흐름을 추적하는 그의 눈에는 요즘 SNS에서 드러나는 동네책방에 대한 관심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인 동네책방 팔로어 수를 모두 합하면 200만명에 이른다. 예스24 SNS 팔로어 수의 4배다. 작은 서점들이 힘을 합하면 대형서점을 능가하는 문화적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관심이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동네책방을 ‘인증샷’ 공간 정도로 소비하는 이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그렇지만 통계적으로 동네책방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문화의 헤비 유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남창우 대표의 추론이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영화나 음악도 열심히 소비하는 식이다. “취향에 맞는 동네책방을 찾으면 취향이 통하는 이웃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취향을 이어주는 동네 기반 플랫폼에 그가 미래를 거는 이유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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