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양성현씨(35)의 웹브라우저 초기 화면은 한 포털 사이트로 고정되어 있다. 집에서 종이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 지 오래이고, 회사에서도 오프라인 신문은 거의 안 본다.  포털 뉴스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그는 대체로 한국의 평균적인 누리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양씨는 세간의 화제가 되는 뜨거운 이슈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터지면 포털 뉴스 사이트를 피한다고 말했다. 포털에서는 대립되는 양쪽 의견을 기계적으로 나열해놓을 뿐이어서 한계가 많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부정확한 뉴스도 많고. 그럴 때는 평소 신뢰해온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는 것이 낫다는 게 양씨 생각이다. 정치 문제 말고도 포털 사이트를 피하고 싶을 때가 또 있다. “포털 사이트 뉴스는 짜증나는 댓글이 너무 많다. 기사를 읽으며 내려가다보면 댓글을 피할 수 없다.”

포털 없어도 뉴스 검색 가능

기자가 포털 사이트 접속 끊기를 시도한 지 2주일째가 됐다. 포털 사이트 접속 끊기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뉴스 끊기였다. 

그날 그날 뉴스 보기는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뉴스 키워드 검색을 하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이번 주 기자가 포털에 접속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언론재단 미디어가온(kinds.or.kr)에 기댔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는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 잡지 기사가 포털 못지않게 쌓여 있다. 오히려 포털 뉴스 검색보다 더 나은 점도 많다. 포털 뉴스는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뉴스가 있지만, 여기서는 과거 뉴스도 모두 검색된다. 포털 뉴스에 비해 제공 언론사 숫자가 다소 적지만 그게 더 효율적인 면이 있다. 종종 포털 뉴스를 검색할 때 비슷비슷한 뉴스가 반복해서 나와 ‘뉴스의 홍수’에 빠져버릴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징글징글한 팝업 광고도 없고 악성 댓글도 없다.

해외 뉴스의 경우는 구글 뉴스(news.goo gle)를 쓰면 되는데, 구글도 포털이라서 싫다는 사람에게는 영국의 뉴스나우(newsnow) 같은 전문 사이트가 있다. 또 eufeeds.eu 같은 사이트는 유럽 27개국 1000여 개가 넘는 언론사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유럽 언론센터(EJC)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사이트다.

RSS 리더로 뉴스를 받아보는 것도 포털 사이트를 피하는 방법이다. 요즘 웬만한 언론사 사이트에 모두 RSS 기능이 있다. 특정 키워드에 반응하는 뉴스만 모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포털 뉴스를 떠난 김에 아예 종이 매체와 다시 만나는 건 어떨까. 기자는 포털 끊기에 들어간 이후 종이 매체 읽기의 새로운 매력을 재발견하고 있다. 한눈에 전체 지면을 조망하는 편이 오히려 온라인 언론보다 더 편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기사의 위치와 크기를 보며 편집 의도를 찾아내는 묘미가 있다. 예를 들어 4·29 재·보선이 끝난 다음 날 각 신문 1면을 관찰해보았다. 4월30일자 모든 신문이 한나라당의 0대5 참패를 1면 머리기사에 올렸는데 오직 ㅈ일보만 재·보선 기사를 조그맣게 하단에 실었다. 포털 뉴스만 보고 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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