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수가출한 지 한 달 정도 됐다는 소녀들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가출 팸’에서 쫓겨났다. 입고 왔던 옷이며 신발 모두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가서 잠옷 차림으로 쫓겨났다.

쉼터 벽에 나무와 벤치 그림 시트지가 붙어 있다. 꽃밭도 있고 아치형 창문도 있다. 나는 열리지 않는 창문과 시들지 않는 잔디와 천천히 색이 바래는 꽃밭을 지난다. 이곳에는 계절이 없다. 모든 것은 다만 낡을 뿐이다. 날씨에 맞지 않는 옷, 발에 맞지 않는 신발, 소지품보다 작은 종이가방. 도무지 맞는 것이 없는 어떤 삶에서, 우리는 항상 큰 것을 산다. 언젠가는 그만큼 자랄 거라고 말하며,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낫다고, 클 때까지 쓸 수 있을 거라고. 클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신희수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은 밤 10시 이후 외출할 수 없다. 보호관찰 기관에서는 10시부터 무작위로 전화해 청소년이 집에 있는지 확인한다. 그때 전화를 받지 못하면 경고장을 보낸다.
ⓒ신희수가출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슬리퍼 차림인 경우가 많다. 돈이 되는 물품은 거의 중고로 팔아 치운다.
ⓒ신희수중국 국적의 소년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왔다. 지금은 친구들과 방을 얻어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며 지낸다.
기자명 사진 신희수·글 정소연(소설가·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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