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집을 나서면 마주치는 마스크를 쓴 모든 이들의 얼굴에 공사현장 접근 금지 표식이 붙어 있는 것만 같다.

콧잔등에서 코끝으로 마스크가 내려간 줄도 모른 채 무언가를 열띠게 설명하고 있었다. 수업을 듣던 아홉 살 어린이가 내 얘길 끊고 말했다. 선생님, 마스크 올리세요. 나는 민망해하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내 얼굴에 코와 입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얼굴 정면에 뚫린 세 개의 구멍이 서로에게 위험이 된 이 시대를 생각하며.

경고하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단호하여서 나는 지난 1년간 국가와 학교와 가정이 어린이에게 제한한 것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는 줄어든 선택지를 순순히 받아들였고 그래서 내게도 단호히 요구한 것일지 모른다. 눈 밑까지 마스크를 덮어쓴 채로 나는 묻고 싶었다. 얘들아 우리, 얼굴을 가리고도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닿지 않고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다들 만남의 발명가가 되어야 했다. 

기자명 사진 박정근·글 이슬아(작가·글쓰기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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