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택배와 퀵서비스가 폭증했다. 인적 드문 경기도 수원의 저녁. 퀵서비스 기사가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앉아 ‘콜’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면 기다리던 얼굴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손님을 기다리고, 주문을 기다리고, 콜을 기다렸어요. 떠나간 뭔가가 돌아오길, 소식이 들리길, 입금되길, 검사 결과를, 계절을 그리고 답변을 기다리고 기다려요.

기다림이 힘든 건 언제가 끝일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 어둠의 바닥 끝이 어딘지만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어요. 하지만 끝은 유예되고 기다림은 반복돼요. 어쩔 수 있나요. 또 기다릴밖에요. 살아서 살아야 하듯이.

네? 아뇨. 할 수 있는 다른 게 없어요. 기다림을 마주하는 일밖에는. 시간을 죽이는 일. 기다리는 지금을 채워주고 잊을 수 있게 만드는 일. 당신이 보기엔 하찮고 쓸모없는 일일지 몰라도, 요즘은 그게 가장 소중한 내 친구예요.  

기자명 사진 김문호·글 이동은(영화감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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