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초유(初有)’를 경신하는 중이다. 11월24일 오후 6시5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집행정지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추 장관이 꼽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혐의는 모두 6가지였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부적절한 만남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 손상 △감찰 대상자로서 협조의무 위반이다.

추미애 장관의 발표가 끝난 지 10분 만에 윤석열 총장이 반박문을 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윤 총장은 11월25일 밤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2월1일 법원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같은 날 법무부 감찰위원회 또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 집행정지와 징계 청구가 부적절하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감찰위는 법무부의 징계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사이 검찰 출신 법무부 고기영 차관,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이 사의를 표했다. 추미애 장관에게 반발하는 형식이었다. 전국 59개 모든 지검·지청의 평검사, 일선 고검장 전원 등이 항의 성명을 냈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가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격적으로 그 직을 수행할 수 없게 한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총장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긴급성 등을 고려해 직무 집행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징계위원회는 당초 예정된 12월2일에서 12월4일로 옮겨졌고 다시 한번 12월10일로 바뀌었다. 절차가 무리하다는 비판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발언이 나온 다음 이뤄진 결정이었다. 징계위 개최 하루 전날인 12월9일엔 공수처법·국정원법·경찰법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추·윤 갈등’이라 불린 지난 11개월의 상황이 절정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징계 사유로 꼽은 주요 사안은 올 한 해 내내 두 사람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검찰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7월2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또한 초유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10월19일 추 장관은 추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관련 검사 접대 의혹 및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10월22일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 총장은 일련의 상황을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하다”와 같은 말로 받아쳤다.

강 대 강으로 진행된 추미애·윤석열 사이의 긴장은 개인의 문제로 비화되어 보이기 쉽지만, 한발 더 들어가면 검찰개혁을 둘러싼 치열한 샅바 싸움을 볼 수 있다. 사건의 저변에는 검찰권의 행사와 범위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충돌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제1과제로 내세웠다. 검찰이 가진 권한을 분산시켜 권력기관 사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겠다는 복안이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핵심 공약이었다. 한국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보유해왔다. 이 중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은 검찰만의 권한이다. 검찰은 법무부 외청이지만,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덕에 ‘준사법기관’을 자처하며 보통의 행정기관과는 다른 위상을 보여왔다.

검찰개혁은 기본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다른 기관에 나누고 조정하는 일이다. 권한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검찰의 반발은 예고된 일이었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했다. 검찰은 결정적 순간이 오면 똘똘 뭉쳐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거듭 연출해왔다. 심지어 검찰이 가진 정보력과 수사력이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국회 로비에 사용된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제19대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다음과 같이 발언한 바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에 우호적인) 이주영, 주성영, 박영선, 김동철, 박지원 의원에 대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수사관을 동원해 여의도와 증권가의 지라시를 샅샅이 뒤지면서 계속 정보를 수집했다. ‘이인기 의원까지 추가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에 우호적 발언을 한 사람들을 공천받지 못하게 해라’ 그래서 실질적으로 이인기·주성영 의원이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돌린 지라시를 근거로 공천을 못 받았고, 검찰의 작전이 성공했다(2012년 10월16일 법사위 회의록).”

검찰이 자기 조직을 건드리는 검경 수사권 문제에 나선 국회의원을 내사했다는 폭로였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주성영 의원을 성매매 혐의로 내사했다. 주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1년 후 무혐의로 검찰 내사가 종결됐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 수수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전현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은 구체적인 범죄정보 혐의 외에 범죄정보와 관련 없는 동향 파악이나 지라시 발행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부인했다.

‘윤석열 사단’ 등장과 함께 달라진 것

검찰개혁을 이어온 동력은 여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개혁의 큰 기폭제가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비리와 정치 검찰 논란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2016년 촛불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검찰개혁을 외칠 정도로, 검찰개혁은 강력한 시대적 요구가 됐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주요 후보들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사진공동취재단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파트너로서 검찰총장은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윤 총장은 검찰 조직론자로 유명하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을 정도다. 국정원 댓글 수사가 진행되던 2013년 10월21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한 말이다. 한 부장검사는 “당시 그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이 많았지만, 사실 나는 무서웠다. 검찰에 대한 윤 총장의 순정이 국민에게 과연 좋을까. 검찰 조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윤 총장의 내심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었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개혁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총장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있었다. 2019년 7월9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검찰 구성원들이 조직에 충성한다는 미명하에 눈앞의 승진이라든가 보직이라든가 자기 이익의 관점에서 조직의 논리에 굴복할 수 있는 경향이 너무너무 강하다. (윤석열) 후보자가 그런 검찰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명심해주기를 당부한다.”

문재인 정부 초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적폐 수사에 앞장섰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상당 부분 늘렸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는 역행하는 행보였다. 당시 인사 청문위원이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총장이 되면) 특수부를 한 3개 정도만 남기고 다 없애겠다는 의견을 개진할 생각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당장은 어렵다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다. 게다가 윤 총장은 청문회 때는 공수처 설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2019년 12월 공수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과 더불어 검찰 내 특수통(정치인과 기업인의 부정부패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검사)들이 약진했다. ‘윤석열 사단’ 등장과 함께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검찰 수사를 견제할 수단은 법원의 영장심사 정도라, 사실상 검찰의 직접수사가 날개를 달았다. 2019년 하반기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검찰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으로 뻗어나갔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정치적 독립을 보였다’는 평가와 ‘전형적인 먼지떨이 수사, 별건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 개혁되어야 할 검찰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극명히 갈렸다.

법원이 검찰 수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국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2019년 9월6일 밤, 검찰은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공소시효를 이유로 들며 피의자를 소환하지도 않고 기소했다. 무리하고 황급한 기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두 달 뒤인 11월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이 추가 증거 목록도 내지 않고 공소장 변경만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비판한 셈이다.

ⓒ연합뉴스2019년 10월5일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위)와 조국 구속 요구 집회(아래)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당시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스스로 서울·대구·광주 3개 청 외 특수부 폐지, 밤 9시 이후 심야조사 폐지, 전문공보관 제도를 통한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윤석열 검찰에 대한 비판은 해소되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을 검찰 수장으로 올린 문재인 정부의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3년(2019. 5~2020. 4)을 평가하는 검찰 보고서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에 있어서만은 그간 내세울 만한 성과가 많지 않았다.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이 일부 야당의 발목 잡기식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구속하며 검찰이 전 정권 적폐 청산의 기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검찰의 영향력이 탄핵 이전과 별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공고해진 것이 근본적인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 인물인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했다. 검찰 지휘부의 상당수를 윤석열과 연이 깊은 특수통 검사들로 임명해 사실상 ‘윤석열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해준 것이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펼쳐진 충돌은 제도 개혁이라는 관점으로 시선을 옮겨 바라봐야 한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수사기관의 중립성·독립성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중 승자가 나오는 게임으로 가려지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제도 개혁의 완성으로만 성취 가능하다. 제도가 만들어지면, 검찰개혁은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추미애·윤석열 같은 ‘인물 요소’가 끼어들 공간이 줄어든다. 물론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섬세함과 과정의 엄정함이 필요하다.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조치 중 하나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1~2기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고했다. △검찰 직접수사부서 검사 인원 및 내부 파견 제한 △사무분담 및 사건 배당 기준위원회 설치로 배당 절차 투명화 △대검 등의 정보수집 기능 폐지 △피의자 신문 중 변호인의 조언·상담권 및 의견진술권 보장. 검찰권을 견제하는 내용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를 얼마나 수용하고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연합뉴스2018년 6월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내년부터 2단계 검경 수사권 조정 계획

진전을 이룬 부분도 있다. 2019년 12월 공수처법이 통과되었다. 검찰의 기소 독점이 깨졌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도 개정되었다. 이로써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사라진다. 동시에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부분을 막기 위해, 경찰 기능을 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로 나누는 경찰법 개정안도 12월9일 통과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여당은 내년부터 2단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기소, 경찰은 수사’를 하는 그림의 마무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운명이다〉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후회를 다시 반복하기에는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인물로 대표되는 충돌보다는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하는 때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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