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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오랫동안 한국의 항공운수업을 지배했던 과점체제가 종식될 커다란 이벤트다. 그런데 두 기업 모두 무리한 그룹사 지원과 방만 경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상태다. 게다가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돈이 없다. 그래서 이번 딜(deal)은 산업은행(산은)을 통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딜에는 여러 가지 이슈가 녹아들어 있다.

우선 한국의 항공운송산업을 독점체제로 재편하는 것과 관련된 이슈다. 대형 항공사들 간의 인수합병이지만 이들의 자회사를 포함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생태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다음은 산은의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 대한 ‘부당 개입’ 이슈다. 주주들의 권익과도 직결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또는 한국의 항공운송산업 재편과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본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도 충분히 인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한진칼에 지분 출자를 강행하면 분쟁 당사자 중 한쪽을 확실하게 편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는 점에서 이는 산은이 자초한 이슈다.

또 다른 이슈는 왜 아시아나항공이 진 빚을 대한항공 주주들이 갚아야 하는가다. 대한항공 경영진과 이사진에게 배임의 책임을 물을 만한 사유다. 여기에 두 메이저 항공사를 저 모양으로 망쳐놓은 이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의 이슈도 더해진다. 이 딜로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를 대한항공으로 떠넘기게 된다. 게다가 산은을 통해 국민 세금까지 동원한다.

마지막 이슈는 어려움에 빠진 회사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채무조정(debt restructuring)이나 법정관리를 통한 파산보호 절차를 적용하지 않고 왜 굳이 독점 이슈를 낳게 될 인수합병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왜 진즉 뭔가를 하지 않고 ‘지금에서야 하느냐’라는 질문 또한 따라붙는다. 놀랍게도 이 경천동지할 딜 이후에 구조조정 없이 어떻게 기업가치를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찾기 어렵다.

산은은 지난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계획을 들고나왔다. 이를 위해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사야 한다. 대한항공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참이다. 대한항공을 ‘제3자’로 콕 찍어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 1조5000억원어치를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만기가 없는 사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3000억원어치도 함께 매입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거액의 신주를 매입할 만큼의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항공도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다. 대한항공은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3자 배정과 달리 옛 주주 모두에게 고르게 신주 우선매입권을 준다)를 실시한다. 이 중 7300억원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매입해주기로 했다. 그럼 한진칼은 7300억원의 매입비용을 어디서 조달할까? 한진칼은 산은을 믿고 이 돈을 3자 배정 유상증자로 해결하기로 한다. 산은이 ‘3자’로서 한진칼이 발행한 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입해주고 여기에 더해 새로 발행하는 교환사채(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 3000억원어치까지 사준다. 한진칼이 8000억원을 확보하는 데 산은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딜이 끝나고 탄생하는 통합법인은 2022년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12월1일, 법원은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한 축인 강성부펀드(KCGI) 측이 낸 가처분 소송(소송의 이유는 아래에서 다룬다)을 기각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첫 장애물이 제거된 것이다. 뉴스는 이제 세계 7위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라며 난리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틈나는 대로 이 딜에 한국 항공운송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강조해왔다.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양사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보면 기존의 과점체제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데에는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가장 기본적 인프라인 공항이 넉넉하지 않고 추가 취항 노선도 늘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항공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총 2개의 대형 항공사와 9개 저비용항공사 체제로 ‘공급과잉’이다. 인구 1000만명당 저비용항공사 수가 지난해 9월 기준 1.2대로 일본(0.4대)이나 중국(0.1대), 미국(0.3대)보다 월등히 많다. 항공업계에서는 날로 심해지는 경쟁을 줄이기 위해 항공사 간 인수합병으로 LCC를 줄여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양사 자회사인 LCC들의 단계적 통합도 포함한다.

ⓒ연합뉴스11월1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왜 한진칼? 왜 지분투자? 왜 3자 배정?

그러나 우리는 항공산업 재편과 같은 중요한 이슈가 왜 이제야 급작스럽게 튀어나왔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대형 항공사의 문제가 최근 불거진 것이 아닌데 그동안 정부와 산은은 무엇을 하고 있다가 지금에야 부랴부랴 두 대형 항공사를 합치는 딜을 들고나왔느냐는 것이다. 산은이 말하는 대로 이번 딜이 항공운수산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유일한 방책이라고 한다면 왜 겨우 몇 달 전까지도 굳이 아시아나항공을 현대산업개발(HDC)에 팔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와 산은이 산업구조조정 같은 중요한 정책을 아무런 장기적 플랜 없이 졸속으로 그때그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만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 부당하게 끼어들어 주주들의 이익에 해를 끼칠 가능성과 관련된 이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자금은 주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다. 유상증자로 자본조달을 하는 이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서 추가로 빚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는 자본총계를 늘리고 유입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해서 부채를 줄이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유상증자를 주된 자본조달 방법으로 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빚이 많다는 사실이, 산은이 이들 항공사가 아닌 한진칼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분으로 투자(=한진칼의 주식을 사는)하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실 이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알다시피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지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쟁터다. 최근에는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 46.7%를 확보해 조원태 회장 측의 41.4%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산은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를 확보하면 지분 10.66%를 갖게 된다. 이를 합치면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47% 이상이 되어 유상증자로 지분이 희석된(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주주들의 지분은 줄어든다) 3자 연합의 42%를 앞서게 되는 것이다. 3자 연합이 산은의 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고 대신 아시아나항공 인수 딜을 대한항공이 실행하도록 거래를 한 것이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던 이유다. 이용우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국회의원 7명이 왜 국민의 혈세 8000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해 재벌가에 특혜를 제공하느냐며 우려를 제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핵심 포인트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왜 한진칼인가. 왜 지분투자인가. 왜 3자 배정인가.” 이를 좀 더 부연해서 쓰면 이렇게 된다. 왜 산은은 ‘대한항공이 아니고’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가. 왜 자금을 ‘부채나 우선주가 아니고’ 보통주 지분투자로 투입하는가. 왜 보통주 투자를 ‘주주배정이 아닌’ 3자 배정으로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산은이 비록 가처분 소송의 장벽을 넘긴 했지만 얼마나 큰 무리수를 두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산은이 한진칼에 보통주 지분투자를 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을 확실하게 편드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적어도 그런 오해(?)를 사게 될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산은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주가 아니라 채권이나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우선해서 배당을 받을 권리가 부여된 주식) 발행을 통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말이다. 한진칼은 부채비율이 43.7%에 불과한, 재무구조가 건실한 기업으로 8000억원을 모두 부채로 조달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방법들은 당장 의결권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산은이 경영권 개입 논란을 피해 이번 딜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대안이었다. 더욱이 산은은 채권자로서의 역할이 지분투자자 역할보다 더 자연스러운 ‘은행’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굳이 보통주 지분투자를 고집하겠다면 3자 배정이 아니라 3자 연합이 주장했던 주주배정 방식을 택하는 건 어땠을까? 그렇게 했다면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공평하게 확보한 3자 연합이 ‘산은이 부당하게 분쟁 상대방을 도우려 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소송까지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산은이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 훨씬 작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영권 다툼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 산은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권 분쟁 개입 이슈가 항공산업 재편과는 전혀 다른 이슈임에도 ‘굳이’ 함께 불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히 해두자.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이나 3자 연합, 특히 KCGI 강성부 대표 그 누구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본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산은이 굳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것이 뻔한 조치를 선택했으니,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보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맞바꾸려 한다’는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3자 배정 유상증자가 무산되면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것처럼 여러 차례 얘기해왔다. 그러나 3자 배정 유상증자가 무산될 때 무산되는 것은 인수 자체가 아니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이다.

산은이 재벌 특혜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원태 회장 편을 드는 이유는 확실치 않다. KCGI의 자금력에 의구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KCGI는 2018년 7월 설립되어 한 달 만에 1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0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모펀드다. 설령 당장은 자금이 부족할지 몰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내년까지 자금 확보를 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더구나 강성부 대표는 KCGI가 자금을 조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사시키면 국민 세금도 아끼는 일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의 통합법인 구조조정에 대한 견해 차이가 아군과 적군을 갈랐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온다. 산은은 이번 딜이 끝나도 앞으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노조조차 그 말을 믿지 못해 수차례 의심을 제기한다. 어쨌든 구조조정이 없다면 대규모 실업 문제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KCGI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 이상 통합법인에서 강한 강도의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산은과 정부에게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문제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연합뉴스2월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한진그룹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강성부 KCGI 대표.

왜 아시아나 빚을 대한항공 주주들이 갚나?

법원의 가처분 소송 기각으로 한진칼의 3자 연합 측 주주들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이번 딜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들이다. 인수를 진행하고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모든 과정에 가장 큰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에도 양사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은 모두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금액이다. 총자본이 3조2815억원인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규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KCGI는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11월20일, 한진칼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한 이사회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기존 주주들에 대한 3대 1 무상감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3주 중 1주만 남기고 2주는 주주들에게서 무상으로(공짜로) 매입해 소각한다는 뜻이다. 대주주일수록 더 높은 비율로 감자하자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이는 대주주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고 고통을 더 크게 분담하도록 한다는 명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비록 금호그룹 측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말이다.

그럼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자들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이는 사실 산은을 저격하는 질문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은 금호그룹의 파행적 경영에서 비롯되었으나 주채권자인 산은이 관리와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도 거세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면 산은도 불가피하게 손실을 분담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딜과 관련해서 채권자 또는 금융기관의 손실 분담은 보이지 않는다. 채무조정 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은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권자들이 적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상환유예 등으로 부채상환 일정을 재조정(rescheduling)하거나 부분적으로 부채를 탕감(haircut)하는 것, 그리고 신규 자금을 추가로 넣거나 기존 대출을 지분으로 출자전환(debt-equity swap)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산은은 어떤 채무조정도 하지 않았다. 채무조정이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산은이 아무런 채무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연합뉴스11월25일 국회 앞에서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 대한항공노동조합과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득하기만 한 ‘그다음’ 문제

아시아나항공 인수 딜 자체도 문제이지만 ‘결합법인 탄생 후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아득하기만 하다. ‘그다음’에 대해서 ‘지금은’ 얘기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인수합병이 효과를 보려면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딜은 산은이 말한 대로라면 아마도 구조조정이 최소화되는 기업통합이 될 것이다.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와 비용절감 등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채널들이지만, 현재 논의 중인 제안들조차 구조조정 없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양사의 노선 42%가 중복된다고 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노선이 중복된다. 중복 노선을 줄이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공기 정비(MRO)를 외부에 위탁하는 데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양사의 정비 부문과 인력을 합쳐 별도의 법인을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다. 공급과잉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통합해 동북아시아 최대 LCC, 아시아에서는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의 LCC로 거듭난다. 간략히 이 예들의 경우만 하더라도 구조조정 없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산은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양사의 중복 인력은 800~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주주들은 인수 비용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빚을 떠안았다. 한진칼 주주들은 재벌가의 경영권이 보장되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무상감자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망친 재벌가에게 주어지는 벌칙은 지분감소 이상이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뿐인 듯하다. 더구나 산은을 비롯한 채권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를, 우리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있다.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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