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Well 홈페이지 갈무리2018년 12월9일 열린 엔드웰 심포지엄의 모습. 죽음에 대한 견해와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나이 듦, 질병, 돌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도 없다. ‘존엄한 죽음’은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사IN〉은 의사·의료인류학자·환자·보호자·간병인 등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목소리에서 출발해 ‘죽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현장까지 두루 살펴봤다. 기사는 총 5회 연재된다.

① 당신은 어디에서 죽고 싶습니까
② ‘아픈 몸’을 거부하는 사회에게
  - ‘아픈 몸’도 아픈 대로의 삶이 있음을

③ 의학은 돌봄을 가르치지 않았다
  - “환자 집에 가면 질병이 작아 보여요”
④ 존엄한 죽음은 존엄한 돌봄으로부터
⑤ 죽음의 미래를 찾아서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인공호흡기와 튜브(관), 장비에 둘러싸인 채 임종을 맞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가 보는 얼굴은 의료진이었다. 가족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내과 의사 쇼셔너 언저라이더가 레지던트 시절 매일같이 보던 광경이다. 그는 환자가 삶의 마지막에 원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었을지 질문했다. 콧줄을 끼우고 약물을 주입하는 일 대신 좀 더 존엄하고 인간적인 죽음을 모색하고 싶었다.

아프고 늙고 죽는 것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일임에도 왜 좀처럼 공적 영역에서 이야기하지 않을까? 개개인의 파편화된 경험들이 모이지 않으면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언저라이더가 2017년 ‘엔드웰 프로젝트(End Well Project)’를 시작한 이유다. 그는 호스피스 의사와 간호사, 정신건강 전문의부터 보건정책 전문가, 간병인, 질병 당사자, 가족 간병 당사자 등 죽음을 목격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엔드웰의 구호 중 하나는 ‘우리는 서로 연대하고 위안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이다.

매년 열리는 심포지엄은 강연 플랫폼인 ‘테드(TED)’와 유사하다. 제4회 엔드웰 심포지엄은 12월10일(현지 시각) 열린다. 온라인으로 중계되며 참가비는 무료다(endwellproject.org/take-10-end-well-2020).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이자 외과의사인 아툴 가완디가 ‘죽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의 삶을 써내려가는 법’에 대해 강연한다. 캐나다에서 노숙인을 위한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완화의료 전문의 나히드 도사니, 가족 돌봄 당사자인 에이샤 애드킨스 등 연사 35명이 경험을 들려줄 예정이다. 애드킨스는 가족 간병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보와 자원을 알려주고 서로 연결하는 ‘아워턴투케어(Our Turn 2 Care)’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한다. 의료진들의 목소리만큼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경험담과 고충은 엔드웰이 주목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장례식에 어떤 음악을 틀어주길 원하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듣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가? 당신의 소셜미디어 비밀번호는 누구에게 넘겨줄 것인가? 장례식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주길 원하나? 엔드웰은 참석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런 질문을 나누라’고 권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임종기에 임박해 결정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야기가 모이면 변화를 만듭니다. 변화는 정책을 바꿉니다.’ 엔드웰이 죽음을 터놓고 말할 공간을 만드는 이유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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