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인구 65만 도시에 동네책방이 10여 곳이다. 〈책숲마실〉을 쓴 작가 최종규 말마따나 ‘한옥골 전주’를 넘어 ‘책골 전주’라 할 만하다.

책방마다 개성도 남다르다. 전주 송천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잘 익은 언어들’. 카피라이터 출신인 이지선 대표(사진 오른쪽)의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이곳에서는 다정하고 꼼꼼한 독서 메모가 꽂힌 인문사회·문학·그림책 따위를 만날 수 있다. 하가지구 낡은 골목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홍대풍 북카페 ‘살림책방’도 있다. 책방을 하고 싶은 마음에 전국 곳곳을 탐색하던 홍승현 대표(사진 왼쪽)가 불현듯 전주 골목길에 꽂혀서 차린 책방이다.

전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맨 먼저 들르는 한옥마을 인근에도 작은 책방들이 숨어 있다. 시장 책방 ‘토닥토닥’은 말 그대로 남부시장 청년몰에 자리 잡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책방이다. 이곳에서 구도심 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동네책방 투어 애호가들 사이에 ‘꼭 가볼 곳’으로 꼽히는 ‘서점 카프카’가 있다.

전주시청 인근에는 ‘물결서사’가 있다.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했고 현재도 일부 가게가 남아 있는 일명 선미촌 골목에 2018년 생긴 동네책방이다. 전주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사들인 건물을 청년 작가 7명이 위탁운영 중이다.

한곳 한곳 따로 소개해도 모자랄 이들 책방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은 이들이 지난 5월 전주책방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묶여서다. 본래 책방 주인들이 소원했던 것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여 서로 고충과 정보를 교환하곤 했다. 그러다 2019년 말, 영국에 함께 갈
기회가 생겼다. ‘전주책방지기들, 런던 책방에 가다’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프로젝트가 지자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이었다.

국내 최초 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

228년 역사를 지닌 해처드 서점에서 잊혀진 여성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페르세포네 서점까지, 불과 나흘 동안 런던 시내 25개 책방을 탐방하는 숨 가쁜 일정. “오래된 서점들이 각자 개성을 지키며 살아 숨쉬는 거리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부러웠다”라고 이지선 대표는 말했다. ‘런던 책방’이라는 브랜드가 오래된 도시의 관광 효과를 끌어올렸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했다. 돌아오는 길, 이들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전주 책방의 미래로 향했다. ‘전주 책방도 런던 책방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전주책방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하게 된 배경이다. 때마침 전주시 또한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각종 지원책을 모색하던 참이었다. 다만 공공도서관-동네책방 연계 강연 등 민관협력 사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곁가지 일에 치이는 경우도 생겨났다. ‘외부 지원 없이 재미있는 일 좀 벌여보자’는 차원에서 책방지기들이 새로 만든 것이 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이다. 전주를 넘어 전국의 독자들이 응모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동네책방 문학상’이라고 거창하게 선전했지만 사실 내용은 소박하다. 참여한 책방 7곳이 각자 수상작을 뽑아 도서상품권 5만원과 소소한 상품을 수여하는 정도다 (대상작에는 50만원을 준다).

“대형 언론사나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동네책방이 주최하는 문학상을 통해 책방과 독자가 새롭게 관계 맺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다”라고 ‘책방 카프카’ 강성훈 대표는 말했다. 이미 만들어진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동네책방이 직접 필자를 발굴하고 이를 독자와 연결해주기.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생각하는 ‘책방의 완성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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