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포 아란스 제공아돌포 아란스는 “인포그래픽을 만들 때 디지털 버전을 먼저 만든 뒤 지면에 맞춘다”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다. 1903년 창간 이래 홍콩 시민들의 아침을 깨워온 SCMP는 온라인 플랫폼과 영자신문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글로벌 매체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찾아온 2020년 SCMP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 중심에 SCMP의 강점, 인포그래픽이 있다. SCMP는 단순히 기사에 실리는 삽화나 그래프 정도로 인식되던 인포그래픽을 저널리즘의 한 분야로 이끌어냈다.

아돌포 아란스는 SCMP 인포그래픽팀의 부국장이다. 2011년 SCMP에 합류한 이후 수준 높은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며 SCMP를 비주얼 저널리즘 분야에서 최고의 언론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SCMP 인포그래픽팀은 2019년 홍콩 시위부터 2020년 코로나19까지 현대사에 기록될 굵직한 뉴스들을 인포그래픽으로 전하고 있다. 아돌포 아란스 부국장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SCMP의 인포그래픽팀은 저널리즘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떻게 시작되었나?

SCMP에서도 원래 인포그래픽은 기사에 들어가는 보조 역할에 그쳤다. 2011년이 기점이었다. 그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인포그래픽팀은 일본 연안에 접해 있는 태평양의 지진대와 쓰나미의 경로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의 시도였다. 인포그래픽이 신문의 한 면을 다 차지했고, 기사 없이 독립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했다. 이후 SCMP는 그 자체만으로 뉴스를 설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포그래픽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하나의 인포그래픽은 완성도 있게 하나의 테마만을 표현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2011년에는 인포그래픽팀에 디자이너가 두 명뿐이었다. 지금은 디자이너 다섯 명과 웹 개발자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 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우리 팀을 거쳐 갔다.

지면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뛰어난 인포그래픽 기사들을 선보이고 있다.

2016년은 또 다른 중요한 해였다. 우리는 지면 그래픽을 뛰어넘어 온라인 그래픽으로 나아갔다. 아주 큰 도약이자 도전이었다. 나를 비롯해 우리 팀원 중 절반은 인쇄매체에서만 일을 해왔다. 코딩, 디지털 스킬, HTML 디자인 등 익숙하지 않은 것투성이였다. 마치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일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2016년 이래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인포그래픽 프로젝트를 145건 이상 해냈다. 지금은 온라인이 중심이다. 인포그래픽을 만들 때 우선 디지털 버전으로 콘셉트를 구상하고 제작한다. 지면에도 실어야 한다면 디지털 버전을 지면에 알맞게 변형해서 옮긴다. 대부분 언론사가 지면 인포그래픽을 제작한 뒤 온라인용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다.

SCMP 인포그래픽팀이 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설명하기’. SCMP는 2011년부터 인포그래픽으로만 구성된 독립형 기사들을 만들어왔다.

SCMP 인포그래픽팀이 만든 ‘코로나바이러스 설명하기(Coronavirus: the disease COVID-19 explained·위 〈그림〉)’는 코로나19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에 목마른 전 세계 독자들이 찾는 웹페이지가 되었다.

SCMP는 코로나19에 대한 인포그래픽 기사를 세계 최초로 만든 언론사다. 지난 1월22일에 시작한 이후 매일같이 업데이트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 사스·메르스·에볼라와 비교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 연령대별 치사율, 마스크의 역할, 코로나19 증상과 합병증, 잠복기와 전파 가능 기간, 우한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 등의 정보를 그래픽으로 제공한다. 우리 팀 전원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이슈이다. 인포그래픽 기사를 만들 때 주의하는 점이 있나?

맞다. 코로나19는 신속한 작업을 요구하기에 꽤 스트레스를 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기도 하다. 주의하는 점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SCMP 인포그래픽팀은 작업에 바탕이 되는 정보를 대부분 자체적으로 취재한다. ‘리서치’는 우리 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보도를 할 때 쉽지 않은 부분이다. 나도 실수한 적이 있다. 우한 수산시장에 대한 인포그래픽 기사였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 중에 코알라 고기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고기는 코알라가 아니라 비버였다.

다양한 그래픽 요소를 활용하는 ‘비주얼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완전히 동의한다. 비주얼 저널리즘의 임무는 ‘복잡한 이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를 돕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바로 ‘복잡한 이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러스트, 도표, 영상, 사진 등을 조합해서 다양한 포맷을 만들 수 있다. 문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사에 인포그래픽을 추가하면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독자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이 코로나19 보도를 하고 있다. 눈여겨본 인포그래픽이 있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로이터가 훌륭한 작업을 하고 있다. 스페인 신문사 〈엘파이스〉가 만드는 인포그래픽도 주목할 만한다.

한국 언론사 중에는 ‘비주얼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곳이 없다.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대로 서울에서 열린 인포그래픽 워크숍에 갔다. 당시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는 비주얼 저널리즘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때에 비해서 훨씬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시사IN〉의 작업물을 몇 개 봤는데 아주 멋졌다. 내 친구들 중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한국인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꽤 있다.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교한 품질과 감각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인포그래픽 분야에서 성장하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 발판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매일매일 배움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작업 혹은 했던 작업을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SCMP 인포그래픽팀이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가?

자유가 많이 주어진다는 점인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포그래픽으로 구현할 수 있고, 디자인 스타일도 자유롭게 추구한다. 팀의 단합과 친목도 필수다. 좋은 인포그래픽은 제각기 다른 재능과 스킬을 가진 팀원들이 보여주는 팀워크의 산물이다. 우리는 서로 매우 친밀하다. 그리고 자주 직면한 이슈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이는 아주 중요하다.

당신은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또 저널리스트로서 어떻게 실력을 쌓아왔나?

나는 예술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배웠고 졸업 후에는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1994년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El Mundo)〉에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하면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그때까지 나는 인포그래픽을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엘문도〉는 내게 일종의 학교였다. 이후 싱가포르의 미디어코프(MediaCorp)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뒤 2011년 SCMP에 왔다. 25년 넘게 언론계에 있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이 매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방식, 콘셉트, 스킬 등등이 계속 변하고 있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11월30일(월)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가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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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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