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10월11일 취임한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연금개혁, 보편 증세, 노동개혁 등을 주장하며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취임하면서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고 주장한다. 서민도 증세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개혁’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덴마크식 유연안정성’을 화두로 올리기도 했다. 공공부문 직무급제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운동권 이미지가 강한 새 진보정당 대표는 왜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고 할까? ‘금기 깨기’로 도달하고 싶은 진보의 새 구상은 무엇일까? 11월12일 당 대표실에서 김종철 대표를 만났다.

‘진보의 금기를 깨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예를 들면 진보 진영은 지방자치는 좋은 거니까 분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법을 찾다 오히려 행정구역을 크게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작년 말이다. 금기마다 깨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연금은 7~8년, 노동은 4~5년 됐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의제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걸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게 금기 깨기다.

대표적인 ‘진보의 금기’는?

2년 전에 그 주제로 책을 쓰려고 했다. 제목은 ‘어가욕죽’, 어차피 가는 인생 욕이라도 먹고 죽자(웃음). 책에 쓰려던 다섯 가지 금기는 우선 연금개혁, 공공부문 직무급제, 노동개혁. 네 번째는 ‘메가시티’ 방식의 행정구역 통합. 마지막은 의원내각제였다. 이제 대통령제론 안 될 것 같다. 영국이나 일본 같은 소선거구 의원내각제는 안 되고,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원내각제’여야 역동적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정치를 할 수 있다.

하나같이 인기 없는 얘기다(웃음).

책을 내겠다고 의견을 물어보면 내용은 박수 치며 듣다가도 출판은 참으라더라. ‘나중에 국회의원이라도 되고 나서 해라(웃음).’ 그래서 지금 대표가 됐으니까 얘기하는 거다. 조심스럽긴 하다. 내가 잘 모르는 게 있는 건 아닌지. 당내에서도 내 의제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꽤 있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을 국민연금으로 다 통합하자고 했다. 연금 통합은 왜 진보의 금기였나?

아무래도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입장에선 (통합하면) 후퇴다. 두 노조가 우리 사회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굉장히 크지만, 이건 해야 한다. 현재는 공무원연금하고 군인연금만 적자다. 사학연금은 좀 늦게 출발해서 아직 적자가 아니지만, 구조는 공무원연금하고 똑같다. 이분들이 연금 수혜자로 들어오는 시점이 되면 적자가 굉장히 커진다. 2050년쯤 되면 GDP의 7%를 특수직역 연금으로만 줘야 할 수 있다. 이건 유지가 안 된다. 그럼 설득을 해야지.

ⓒ시사IN 신선영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려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을 설득해야 한다.

특수직역 연금도 일종의 사회계약인데, 이걸 흔들자?

그렇다. 다만 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피해를 보았던 것, 예를 들어 퇴직금이 없는 부분은 보상해드려야 한다. 또 이분들이 정치적 발언권이 없다.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드려야 한다. 그런 문제를 풀면서 개혁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려 한다. 한동안은 지금처럼 정부 재정으로 별도로 메우고 국민연금은 적립금을 쌓아나가면서 서서히 통합하는 방식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연금개혁본부를 출범시키려는데 거기서 안을 마련하려 한다.

통합하면 뭐가 좋아지나?

일단 (특수직역 연금의) 재정적자가 장기적으로 좀 줄어든다. 두 번째는 (공무원·교사와 일반 시민 사이에) 연금액 차이가 줄어든다. 이게 사회연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을 받는 분들은 돈으로만 보면 개혁이 손해다. 그런데 노후에는 같이 노후를 나눌 수 있는 동료 노인들이 중요하다. 노인정에 가보고 놀란 게,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칠 돈이 없어서 노인정 가기 싫다는 노인들이 굉장히 많다. 그분들 연금이 조금씩 올라가면, 잘사는 노인의 연금이 좀 줄더라도 친구들끼리 같이 놀고 여생 동안 대화도 많이 할 수 있다. 내 친구가 폐지 줍느라 모임에 안 나오는 상황이, 여유 있는 노인이라고 행복할 리가 있나?

그동안 정의당 당론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었다. 아직도 유효한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쉽지 않다. 연금에는 국민연금만 있는 게 아니다. 크게 보면 퇴직연금,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마지막으로 기초연금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이 2055~2057년 고갈될 것이다. 누군가는 화폐를 더 찍어서 주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면 기초연금을 올려 보완하는 방식이 좀 더 공평하다.

서민도 증세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보편증세는 왜 진보의 금기였나?

진보의 금기가 아니라 모든 정치인에게 금기다(웃음). (한국은 외국에 비해 세수에서 소득세 비중이 낮은 편인데) 소득 상위 1%가 내는 소득세가 전체의 40%이고, 상위 10%가 내는 소득세가 전체의 79%다. 여기서 고소득층 세금을 더 올린다고 해봐야 얼마나 더 걷히겠나. 자산에 세금을 많이 매긴다고 해도 자산 그 자체가 소득은 아니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게 올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산 세금도 OECD 수준으로 올려가되, 결국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늘려가거나, 아니면 금기 중의 금기인 부가가치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이걸 15%로 올리면 굉장히 많이 걷히긴 할 텐데, 한 번에 올리면 큰일 나니까 연간 0.5%씩 10년간 올리면 어떨까(한국은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건 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보편 증세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저소득층도 매달 1만~2만원이라도 조금씩 더 내야 한다. 전체 취업자가 2700만명인데, 이 중 40%가 소득세를 안 낸다. 대략 1100만명. 이분들이 다달이 2만원을 내면 2200억원이니까 1년이면 2조원이 넘는다. 그 위 계층에게서도 좀 더 걷으면 10조~20조원을 만들 수 있다. 아주 많은 걸 할 수 있다. 기초연금도 더 주고, 상병수당도 도입할 수 있다. 복지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재원을 고소득층에게만 부담시키면, 재원 마련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사회연대가 깨진다.

ⓒ시사IN 이명익피고용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연대가 왜 중요한가?

예를 들면 100명이 모여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고 치자. 계산할 때, ‘야, 잘사는 애들이 다 내라, 제일 돈 잘 버는 1등 네가 밥값 절반 내라, 그다음 잘사는 10명이 나머지 30% 내라’ 한다고 치자. 한 번도 아니고 매달 그러면 밥값 적게 내는 사람도 많이 내는 사람도 ‘이게 뭐지?’ 생각할 거 아닌가. 이보다는 지금 어려운 친구들이 ‘내가 나중에 돈 잘 벌면 더 낼게’ 하면서 본인도 좀 더 내고, 부잣집 친구들도 ‘지금은 내가 잘 버니까 좀 더 내지’ 하는 연대의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금과 복지가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틀이 될 수 있다. 당원들에게 강의할 때 덴마크의 세율표를 나눠준다. 덴마크에서는 연 92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소득의 55%를 세금으로 낸다. 연 880만원 이상 소득자들도 소득의 41%를 낸다. (그렇게 해서 만든 복지제도 덕분에 덴마크는 평등하며 효율적인 사회시스템을 갖게 됐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납세가 복지로 이어지는 그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세저항이 불 보듯 뻔한데?

믿어야죠, 어떡하겠습니까. 시민을 믿어야죠. 희망을 보는 게, 증세 얘기를 했을 때 놀랍게 주변 반응도 일반적인 반응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물론 막상 세금고지서를 보면 욕이 나올 수도 있지만(웃음).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시민들이 사회를 보는 시각이 되게 많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가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하고, 세금을 걷어서 운영하는 다른 복지국가 사례도 많이 접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 거다.

덴마크식 유연안정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개혁은 왜 진보의 금기가 되었을까?

한국에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으니까 해고되면 그냥 나락이어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노동개혁이라면, 그동안은 해고의 자유, 고용유연화와 같은 말이었다. 정리해고하자는 얘기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노동이 늘어났고, 과거 제조업처럼 엄청난 규모의 노조를 만들어서 방어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체계를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닌가, 일정하게 유연화가 대세란 걸 인정하면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타협이 필요한데 따낼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논의의 전제조건을 다섯 가지 들었다.

실업급여의 기간과 액수를 현실화하고, 국가가 보증하는 재교육·재취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 같은 경우는, 피고용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취업이냐 실업이냐 딱 자를 게 아니라, 애매한 위치이더라도 소득이 급감했다면 이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거다. 이러면 기업도 많은 걸 요구할 텐데, 고용이나 배치의 유연화를 보장해주고 대신 기업에 책임을 더 많이 부여하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기업이 마구잡이로 해고하는 걸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다. 산별교섭 제도화, 동일노동·동일임금도 전제다. 전국 단위 협약이 필요하다. 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프랑스처럼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합뉴스8월1일 인천공항공사 직원과 취업준비생 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공공부문을 확대하려면 직무급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급제에 정의당이 찬성한 적은 없었는데.

오래 일하면 호봉이 저절로 오르는 임금체계 때문에 공공부문 종사자를 새로 한 명 뽑으려면 장기적으로 어마어마한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면 늘리기 어렵고, 외주화나 민간 위탁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게 바람직한가? 한국 공공부문(공무원) 임금이 민간부문의 175%인데 스웨덴은 96%라고 한다. 거기는 공공부문의 임금이 오히려 낮다. 우리가 사회서비스를 공공영역으로 흡수해야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직무급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고용안정성은 주되, 급여를 현재의 공공부문 임금체계로 맞추면 답이 없다. 어떻게 다 인천공항공사 연봉에 맞춰주겠나.

공공부문의 기존 정규직에게 직무급제를 적용하자는 것은 아닌가?

어려울 거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이 거기에 해당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규직화를 목표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과 큰 차이 없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되길 원하며, 지금의 격차를 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무급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결국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직무급제를 싫어해서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차라리 기존 임금체계는 인정해주되 (정규직) 연공급이 높아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낮추고, 새로 뽑을 노동자들에겐 직무급을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보고 있다. 안 그러면 도입 자체가 어렵다. 직무급이란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제일 어려운 주제다.

연금 통합, 보편 증세, 노동개혁, 공공부문 직무급제 같은 ‘진보의 금기 깨기’가 진보의 미래상에 어떻게 연결되나?

‘좀 더 평등해야 좀 더 자유롭다.’ 이게 나의 모토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유이고, 평등은 자유의 도구라고 본다. 평등 자체가 목표일 순 없다. 인간이 자유로우려면 좀 더 평등해야 한다. 너무 격차가 크면, 모두가 미친 듯이 노력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반드시 실패한다. 좌절감과 박탈감이 개인을 더 얽맨다. 지금 한국 사회가 개인을 보는 가장 중요한 시선이 그레이드, ‘등급’이다. ‘저 사람은 몇 등급짜리 신랑·신붓감인가’ ‘열심히 공부해야 저렇게 안 산다’ 같은 기준들. 이러면 아무리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해도 탈피가 불가능하다. 이 격차를 확실히 줄여주는 게 국가, 정부, 정치의 역할이다. 등급 차이가 별로 없게 하고, 그럼으로써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사회.

ⓒ시사IN 이명익김종철 대표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밀도 있게 개발하는 게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에서 불거졌던 ‘공정 담론’에 대한 대답인가?

그렇다. 나의 대답. 공정이란 정말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로또 직장, 로또 직업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접근하는 방법만 공정하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불평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런 식은 안 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100가지는 불공정하다. 수도권에서 태어났느냐, 같은 도시라도 어느 구에서 태어났느냐, 부모의 경제력이 어떠냐, 부모의 학력 수준은 어떠냐, 성별이 뭐냐, 전부 공정하지 않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세계가 공정하지 않은데 로또 직장이나 로또 직업의 입구에서만 공정을 외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최전선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진보의 대안은?

부동산 문제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을 잡지 못한 아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물론 다 문재인 정부 탓은 아니지만, 올해 나온 7·10 대책 같은 걸 정권 초기에 안 한 거라고 본다. 7·10 대책이 정부 부동산대책의 종합판이다. 이런 정책이 일찍 나오지 않으니 ‘정부는 집값을 강력히 잡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정권 초기에 줬다. 이 제도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장기적으로 매우 괴로울 것이다. 다만 그 ‘장기간’ 동안 전월세는 굉장히 오를 수밖에 없다. 집값이 이미 올라 있기 때문에 잡기는 쉽지 않은데, 전세는 계속 줄고, 월세는 서민들에게 굉장히 부담이 되는 고통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정의당의 대안은?

지금 생각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는 월세로 힘들어하는 주거 약자층에게 주거보조비를 좀 더 큰 폭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00만 가구 정도 되니까 10%인 200만 가구에 월 20만원씩 보조한다면 약 5조원 들어간다. 20%인 400만 가구에 지원하면 약 10조원이고. 1년에 5조~10조원 지원해서 서민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 두 번째로, 공급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수도권과 대도시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이왕이면 공공주택 중심으로 해야겠다. 문제는 땅인데, 수도권 외곽을 개발하면 환경파괴 이슈가 발생한다. 외곽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할 때 탄소 발생과 환경파괴 등을 종합해보면, 서울 내부에 좀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있다. 그것도 금기인데, 무엇이 더 친환경인가 생각해보면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도시 안쪽을 좀 더 밀도 있게 개발하는 게, 총량적으로는 좀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 용산을 개발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50% 이상 믹스해야 한다.

원내정당 대표 중 유일하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한다.

여성을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굴레가 낙태의 죄다. 저는 남성이라 잘 모르는 것도 많지만, 이념으로나 가치로나 성평등이 옳고 그 의제는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의 경우,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파들이 적극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낙태죄 폐지에 동의하는 여론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도 그렇다. 그래서 이 이슈는 우리가 더 세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이 더딘 국면에서 일자리와 성장에 대한 진보정당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있다.

기존의 성장 담론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관광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론에 대한 책들을 굉장히 관심 있게 봤다. 로버트 고든이 쓴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라는 책이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 내연기관과 전기라는 과거의 혁신은 이미 세계를 바꿀 만큼 바꿨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은 과거와 다를 것이고, 사실상 없다고 본다면서 대책을 얘기하는 책이다. 인간의 욕구나 욕망에 대응하는 시장의 반응을 성장이라고 본다면, 남아 있는 욕구가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다. 앞으로 남은 인간의 마지막 욕망에서 수요가 나타나고 거기에 대응하는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욕망이) 몇 개 없다. 예컨대 오랫동안 건강하고 편하게 살고 싶은 것. 그래서 바이오와 실버산업이 뜬다. 또 하나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욕구. 그게 관광으로 간다. 한국에 관광 올 일이 별로 없는데, 하나 있다. 아이돌, 케이팝.

방탄소년단 팬 ‘아미’인 걸로 유명하다.

그렇습니다(웃음). 방탄소년단이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에 사람들이 성지순례 하듯 다녀간다. 한류라는 게 과도한 노동과 비인간적인 계약관계만 바로잡으면 전 세계에서 따라오기 힘든 문화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금기가 갖는 공통점이 조직노동의 반대인데 어떻게 넘어설 건가?

같이 가야죠. 끌고 가야죠.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을 가장 열심히 조직하는 곳은 민주노총이니까.

덴마크를 언급했고 자유를 위한 평등을 강조했는데, 스스로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나?

원래 나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그런 이념을 조직 전체에 관철시키거나 한 사회에 투영시킬 필요는 없지만, 이념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뿐, 스스로 무슨 주의자라는 표현은 잘 안 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