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 ‘팬데믹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

코로나19가 전 세계 언론에 묻는다

코로나 시대 기억될 단 하나의 언론

코로나19 최고의 보도는 어떻게 나왔을까

44년차 감염병 전문기자가 말하는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

 

 

ⓒAFP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 〈뉴욕타임스〉는 최근 10년간 언론계에서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2019년 12월31일. 44년 차 기자인 도널드 맥닐은 감염병 모니터링 사이트 프로메드(ProMED) 화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도널드 맥닐은 〈뉴욕타임스〉의 노련한 과학 기자다. 1976년 입사 후 다양한 부서와 여러 나라의 특파원을 거쳤다. 2002년부터는 과학팀에서 에이즈, 에볼라, 말라리아, 지카 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취재해왔다.

맥닐이 프로메드에서 본 것은 ‘중국에 원인 미상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공지였다. ‘20년 전 사스가 시작되었던 방식과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정보 대부분은 얼마 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기 일쑤였다. 몇 년 전 아프리카의 한 결혼식에서 하객 여러 명이 사망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새로운 감염병을 의심했지만, 조사 결과 집에서 담근 술에 독성이 있었다고 드러났다.

신종 바이러스의 위력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1월, 맥닐은 중국 주재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신종 감염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줬다. “만약 사스 같은 바이러스라면 ‘제한적인’ 사람 간 감염이 있을 것이다. 오직 ‘지속적인’ 사람 간 감염만이 큰 재난이 될 것이다.” 당시 중국 우한 지방 정부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질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1월29일에야 중국 정부는 확진자 1만명과 사망자 200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상에 이건 팬데믹이 되겠어. 큰일이다.” 맥닐은 신종 바이러스가 곧 태평양을 건너오리라고 직감했다.

반면 과학팀의 에디터(팀장급 기자)들은 대유행을 예고하는 맥닐의 예측에 회의적이었다. 기사를 쓰기 전, 먼저 전문가 10여 명에게 의견을 들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맥닐은 감염병 전문가 12명에게 연락했다. 전문가들의 답변은 ‘8(그렇다)대 2(아니다)대 2(모르겠다)’였다. 대유행이 오리라는 예측에 ‘그렇다’고 답한 8명 중에는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있었다. 그제야 과학팀의 에디터는 맥닐에게 기사 작성을 허락했다(44년차 감염병 전문기자가 말하는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 기사 참조).

2월2일 〈뉴욕타임스〉에는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점점 더 팬데믹처럼 보인다고 말한다(Wuhan Coronavirus Looks Increasingly Like a Pandemic, Experts Say)’라는 기사가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3월 중순 무렵이다. 맥닐은 그보다 한 달 반 빠르게 ‘경고 알람’을 울렸다. 2020년 내내 〈뉴욕타임스〉 지면을 채우게 된 코로나19 보도의 서막이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코로나19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늘어난 뉴스만큼 명성을 높인 언론사는 손에 꼽힌다. 그중에 〈뉴욕타임스〉는 독보적이다. 팬데믹이 불러온 경기침체 속에서 이 유서 깊은 언론사는 170년 역사에서도 드문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왜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보도에서 기억될 단 하나의 이름이 되었을까. 〈뉴욕타임스〉는 뛰어난 기자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했다. 어떤 뉴스가 진정 큰 사건으로 판명되었을 때 그들은 거침없이 뛰어든다.

■ 가장 큰 이야기에 가장 걸맞은 뉴스룸

지난 4월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는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온라인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팬데믹은 지난 40년간 나의 저널리즘 경력에서 가장 큰 이야기다. 대중의 관심이 강하고 다차원적이었다. 이것은 지정학적 스토리이며 건강 그리고 과학 스토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것은 국내 정치 스토리이자 사회문화적 스토리다. 대중이 이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은 모든 뉴스 조직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더 밀크〉 뷰스레터 제49호).”

ⓒAP Photo2013년 〈뉴욕타임스〉 뉴스룸. 아서 옥스 설즈버거 전 발행인(현 발행인의 아버지)이 퓰리처상 4관왕을 의미하는 뜻으로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는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타임 인사이더(Time Insider)’라는 코너가 있다. 지난 4월 타임 인사이더는 〈뉴욕타임스〉가 긴급하게 뉴스룸(편집국)을 재구성한 이유와 과정을 상세하게 전했다. 역사에 남을 ‘빅 스토리’를 커버하기 위해 기자들은 새 역할을 부여받았다. 기존 뉴스룸에 그어져 있던 부서 간 경계도 급속히 흐려졌다.

주로 패션 기사를 쓰던 스타일팀과 속보 기사를 다루던 익스프레스팀은 메트로 데스크(대도시 사건·사고 취재 부서)가 담당하는 코로나19 이슈를 함께 취재했다. 스포츠팀과 문화팀은 ‘인터내셔널 코로나19 라이브 브리핑’을 담당했다. 뉴욕에서 근무하던 익스프레스팀 기자가 홍콩에 급파되기도 했다. 홍콩 지부와 런던 지부, 뉴욕 본사는 번갈아가며 하루 종일 ‘코로나19 라이브 브리핑’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부문 시니어 에디터인 멜리사 호퍼트는 타임 인사이더의 ‘코로나 유행 중에 역할을 바꾼 기자들(The Journalists Changing Roles During the Coronavirus Outbreak)’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업무를 제자리에 배치하기 위해 여러 부서가 모두가 같은 곳(the same page)을 보게 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코로나19의 등장 이후 뉴스룸에 있는 기자와 에디터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단을 늘 지니고 있다. 코로나19 라이브 브리핑에 순환 근무시킬 인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이 목록은 점점 길어졌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언론사들 대부분은 부서별로 담당 출입처가 정해져 있는데, 코로나19 뉴스 역시 출입처 시스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회부에 소속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이 코로나19 보도 대부분을 담당하며 격무에 시달렸다. 인력 재조정은 소폭으로만 이루어졌다. 업무가 폭증한 보건복지부 출입에 임시로 인원을 충원하는 정도였다.

경직된 출입처 시스템 속에서 각 언론사의 과학 전문기자들이 코로나19 보도에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출입하는 과학 전문기자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의 업무로 인식되는 코로나19 보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언론사마다 과학·의학 전문기자라고 해봐야 한두 명이 전부다. 과학 기자가 써야 하는 기사 수가 이미 과중한 수준이다.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코로나19 보도를 하겠지만, 보건복지부 출입이 메인인 상황에서 손 들고 나서기는 쉽지 않다.”

■ 코로나19 보도의 정수, 과학 저널리즘

〈뉴욕타임스〉는 과학 보도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과학 기사를 모아서 펴낸 단행본 〈뉴욕타임스 과학:질문, 발견, 탐구에 관한 150년간의 이야기〉(열린과학 펴냄)에는 1860년에 보도된, 다윈의 〈종의 기원〉에 관한 서평이 실려 있다. 1978년에는 미국 언론사 최초로 과학 전문 섹션인 ‘사이언스 타임스’를 만들었다. 과학팀에는 기자 30명, 에디터 7명이 근무한다. 이 밖에도 많은 프리랜서 기자들이 과학팀과 협업한다. 오랫동안 전문성을 축적해온 〈뉴욕타임스〉 과학 보도는 2020년 팬데믹을 만나 또 한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칼 짐머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과학 저널리스트다. 2013년부터 〈뉴욕타임스〉에 과학 칼럼(The Matter)을 고정 연재해온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자가 됐다. 칼 짐머는 코로나19 기사를 처음 썼던 지난 2월 말을 이렇게 회상했다. “과학팀의 에디터는 원래 내가 무엇을 쓰든 자유롭게 내버려두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오직 코로나19 기사만 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와우, 이거 큰일인데.’ 그래서 답했다. ‘네 도울게요.’(코로나19 최고의 보도는 어떻게 나왔을까 기사 참조)”

조너선 코럼은 〈뉴욕타임스〉 과학 보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인물이다. 그는 그래픽 에디터로 15년간 과학 인포그래픽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칼 짐머와 조너선 코럼이 함께 만든 코로나19 기사들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많은 독자들이 ‘최고의 보도’라는 찬사와 더불어 〈뉴욕타임스〉 기사와 인포그래픽을 공유했다. 그들은 일러스트와 간단한 설명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체의 세포에 침입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었고(아래 〈그림 1〉 참조), 29개 유전자 각각이 하는 역할을 파헤치면서 미지의 바이러스를 지식의 세계로 끌어냈다(〈그림 2〉 참조).

칼 짐머와 조너선 코럼이 만든 코로나19 기사.〈그림 1〉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를 납치하는 법(How Coronavirus Hijacks Your Cells), 〈그림 2〉 단백질에 쌓인 나쁜 뉴스:코로나바이러스 게놈 속으로(Bad News Wrapped in Protein:Inside the Coronavirus Genome).

〈뉴욕타임스〉의 과학 보도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에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과학 정보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기사들도 있다. 학술논문에서나 나올 법한 과학 지식을 과학 전문 매체도 아닌 〈뉴욕타임스〉에서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 짐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에게 비록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없지만, 우리는 최소한 우리의 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짐머와 코럼이 만든 〈뉴욕타임스〉 최고의 히트작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Coronavirus Vaccine Tracker)’에서는 어지러이 쏟아지는 코로나19 백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임상 1상·2상·3상 단계별로 백신 개발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백신별로 개발팀과 백신 특성에 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백신 트래커’는 첫선을 보인 6월 곧바로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찾는 기사’가 되었다. 짐머와 코럼은 중국 주재기자인 수이 리 위와 함께 끊임없이 ‘백신 트래커’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재빠르면서도 깊이 있는 과학 보도를 할 수 있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칼 짐머가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 중에 남긴 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과학 기자를 줄여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반대로 갔다.”

■ “우리가 하는 것은 저널리즘이다”

〈뉴욕타임스〉는 언제나 유명했지만 언제나 잘나갔던 건 아니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 앞에 닥친 위기를 〈뉴욕타임스〉 또한 겪었다. 암흑기로 불리는 2009년에는 멕시코의 억만장자를 찾아가 2억5000만 달러를 빌려와야 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월 〈뉴욕타임스〉의 성공을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발행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뉴욕타임스〉 편집장으로 재직하며 세 차례 인원 감축을 단행했던 빌 켈러는 〈타임〉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뉴스룸에 언제나 낙관이 흘러넘치는 건 아니었다. 우울한 시기였다.”

그러나 어두운 시절에도 〈뉴욕타임스〉는 뛰어난 기자들을 고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팔고,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뉴욕 본사의 일부분을 매각해 그 돈으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했다. 2013년 〈뉴욕타임스〉 뉴스룸에는 1300여 명이 있었다. 지금은 1750명이 있다. 〈뉴욕타임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기자,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2014년 발표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며 전 세계 언론의 교본이 되었다. 그러나 언론 본연의 사명을 지키려는 고집스러움이 혁신의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발행인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타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실 ‘콘텐츠’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페이스북에 삽으로 퍼넣은 쓰레기를 위한 단어다. 우리가 하는 것은 저널리즘이다.”

내부 기자의 평가도 비슷하다. 맥닐 기자는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옥스 설즈버거 가문은 1896년 〈뉴욕타임스〉를 인수했다. 오너가 된 아돌프 옥스는 ‘어떤 정당으로부터도 독립적이며 오로지 진실을 인쇄하는 것에 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미션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한때 사주 가문에 의해 경영되었던 언론사 대부분이 시장에서 매물로 거래되었다. 〈뉴욕타임스〉만이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언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팩트’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만약 기자가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도하면 해고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노동조합도 조합원인 기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기사에 오류가 있어서 독자에게 지적받았을 경우 온라인판 기사를 수정하고 하단에 잘못됐던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지적이 들어왔는데 취재기자가 납득하기 어렵다면 기자는 독자에게 에디터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그쪽으로 의견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The New York Times2019년 1월3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회견하고 있는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왼쪽에서 세 번째).

〈뉴욕타임스〉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단편적인 팩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권력을 감시하는 전통적인 ‘워치독(watch dog)’ 역할뿐만 아니라 복잡한 이슈를 안내하는 ‘가이드독(guide dog)’까지 저널리즘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We seek the truth and help people understand the world)”라는 〈뉴욕타임스〉의 사명은 워치독과 가이드독이라는 두 방향 모두를 비춘다.

팬데믹은 〈뉴욕타임스〉가 고집해온 저널리즘과 디지털 실험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장이 되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는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와 세계가 이상하고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는 지금이 언론사에는 독자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다.”

■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지난 2분기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수익은 처음으로 지면(print) 수익을 앞질렀다.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수입은 지면과 디지털 모두에서 급감했다. 그러나 팬데믹 속에서 믿을 만한 뉴스를 찾아 헤매던 전 세계 독자들이 〈뉴욕타임스〉로 몰려왔다. 코로나19 기사를 무료로 제공했음에도 지난 2분기 신규 디지털 구독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6만9000명을 기록했다. 2020년 8월 기준 〈뉴욕타임스〉 구독자는 총 650만명이며, 이 중 570만명이 디지털 전용 구독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0년간 언론계에서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 2011년 온라인 기사를 유료로 전환한 뒤 100만명 수준이던 구독자는 몇 년에 걸쳐 200만명으로 서서히 늘어났다. 그 추세에 방아쇠를 당긴 게 바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뉴욕타임스〉를 트럼프에 맞서는 ‘진실의 수호자’로 여겼다. 혹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행동으로서 구독을 시작했다. ‘트럼프 범프(Trump Bump·트럼프 집권 후 경기호황)’의 예기치 못한 영향이었다.

그리고 2020년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사건, 코로나19가 〈뉴욕타임스〉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제 트럼프 정부는 끝났지만 팬데믹은 당분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이 비범한 언론사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둡기만 했던 언론의 미래에 강렬한 빛 하나가 켜졌다는 사실이다. 팬데믹 시대에 〈뉴욕타임스〉는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 칼 짐머 기자는 11월30일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팬데믹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다.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신청하기 - https://sjc.sisain.co.kr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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