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배민커넥트 라이더 체험에 나선 〈시사IN〉 김연희 기자가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음식배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노사가 최초로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지난 10월6일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에선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배달 대행업체 스파이더크래프트, 컬리·직방·토스 등 스타트업 1500여 개가 회원사로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참여했다. 노동조합에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이 참여했다.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네트워크다. 이런 플랫폼에 운전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 부른다. 배달 라이더도 플랫폼 노동자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은 해당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배달 ‘콜’을 수락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적인 노동자보다 회사에 덜 종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에서 비껴나 있다. 물론 적지 않은 일선 배달 대행업체나 그 지점에서는 강제 배차가 이뤄지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이런 경우는 노동자로 볼 수 있다.

이번 협약은 당장 라이더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여러 보호장치를 명시했다. 플랫폼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다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한다. 돌발 위험이 생기면 종사자는 이미 수락한 업무라도 거부할 수 있다. 불가피했다면 기업은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사가 서로를 인정했다. 협약은 이렇게 쓴다. “노동조합은 공급자·소비자·종사자의 효용을 증진시키는 플랫폼의 순기능과 기업의 경영상 권한을 존중하고, 기업은 종사자가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결성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며 단체교섭의 주체로 노동조합을 존중한다.”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라이더는 배민라이더스·배민커넥트, 요기요플러스, 스파이더크래프트 라이더 등 약 7만5000명이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주요 배달 대행업체와 지역의 영세 배달 대행업체들은 이번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쿠팡이츠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쿠팡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가 아니다. 플랫폼 노동을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할지 논쟁이 끝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업계를 대표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노동조합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선 산업 단위의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노사 간 신뢰가 부족하다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포럼에서 간사 역할을 맡은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권현지 서울대 교수(사회학)를 10월20일 만났다.

ⓒ연합뉴스10월6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있다.

포럼을 만들기까지 1년 정도 논의를 거쳤다.

박정환:플랫폼이 들어오면서 뭔가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 룰(규칙)이 없더라. 전략적으로 대응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2018년부터 플랫폼 노동을 주제로 ‘디지털 경제 세미나’를 몇 번 했다. 한 번은 이문호 워크인연구소장 소개로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을 발제자로 모셨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제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웃음).

정미나:그땐 적극적이지 않았다. 조끼 입고 팔짱 끼고선(웃음). 스타트업들이 ‘예전 기업들에 비해 우리는 훨씬 낫다’는 자신감이 좀 있다. 여기저기서 부르면 당당하게 다 갔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연맹과) 너무 자주 본 거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온갖 회의만 가면 여기도 와 있고 저기도 와 있고. 1년이 지났는데 얘기가 진전이 안 되더라. (학자들은) 각자 연구의 맥락이 있으시니 각자의 이야길 하고, 그 사이에 벌어진 현장을 아니까 정작 우리끼리는 얘기가 통하고. 이 상태로 가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기도 너무 빨리고(웃음).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정환:둘이 합의를 봐서 지난해 여름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을 찾아갔다. 이런 걸 해보려고 하는데 논의의 장이 되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큰 반응은 없었다. 그쪽에서는 이 일의 의미를 당장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조국 장관 임명이 논란이던 시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28일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이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들을 노동자로 판단했다. 같은 날 검찰은 타다 운영을 불법으로 보고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 등을 기소했다. 플랫폼 노동 문제를 한번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배달 플랫폼 기업(사)과 정부(정)에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받아들였다. 처음엔 고용노동부도 함께할 의향이 없지 않았는데 막판에는 좀 어렵다고 했다. (중앙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한국노총에서 반대했다. 그럼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에도 3월에 참여를 제안했다. 4월에 포럼이 출범했다.

정미나:플랫폼 노동을 두고 ‘자영업자로 위장된 노동자’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라이더유니온은 우리 기업들 앞에서 시위도 많이 했다. 이 리스크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 우리 생각에 적어도 자신의 일감을 스스로 선택하는 유형은 자영업자다. 그렇기에 강제로 일을 시키는 대신 인센티브를 올린다. 눈 오는 날에도 콜을 수락하게끔. 그런데 자영업자니 피고용자니 떠나서 이런 유형이 있는 건 맞지 않나. 그렇다면 이분들을 보호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데 우리는 동의한다. 그래서 일부 책임질 의향이 있다고 계속 어필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협약이다.

구교현:처음 참여할 때 잘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지 계속 키우는 게 목적은 아니잖나. 어떤 형식이든 논의할 수 있는 장에는 최대한 참여하자는 원칙이 있었다. 서비스연맹과는 현안에서 견해가 다른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같이 운동하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도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이어서 더불어 의논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경총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미나:이 대목 꼭 살려달라(웃음).

권현지:이병훈 위원장에게 참여를 제안받고 일단 반가웠다. 지금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현재 제도로는 보호하기가 어렵다. 사각지대가 넓다. 법과 제도를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그 전 단계로서의 실험이 다양하게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포괄협약’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만났는데 젊은 분들이고 신선했다. 노조나 사용자 하면 예상되는 어떤 태도가 있는데, 그로부터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판에 대한 이해가 깊고, 상대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서로 이해하는 수준도 높았다. 뭔가 되는 판인 거 같다, 제가 생각했던 실험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 그런데 맞았다(웃음).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나 산업별 교섭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일단 노사가 테이블에 앉는 일이다. 특히 기업에선 그럴 유인이 없지 않나?

정미나:노조나 전문가들은 노사가 함께 자리에 앉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으로 알겠지만, 우리는 경험이 없다. 창업한 지 길어야 10년 된 기업들이잖나. 기존 노사관계가 어떤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을 보며 ‘아 민주노총 무섭네’ 이렇게 아는 거지, 막상 사업자단체로서 행동해본 적이 별로 없다. 전경련이나 경총과도 관계가 없었고. 두 번째로는 플랫폼의 특성이 분명히 있다. 라이더분들이 우리한테는 고객이고 공급자다. 그분들이 콜을 잡아주어야 플랫폼이 가동되니까.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했던 선택이 대체로 협력적이고 상생과 대화를 지향했다는 점도 컸다. 당사자가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우아한형제들이 협약에 적극적이었다.

협약에서 가장 이견이 큰 대목은 뭐였나?

박정환:알고리즘과 안전배달료 문제가 막판에 제일 쟁점이었다. 서로의 노동과 사업행위를 어떤 식으로 존중할 것인지에 관한 쟁점들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알고리즘은 자신의 노동을 규율하는 체계다. 이게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오토바이가 갈 수 없는 길을 가라고 할 때가 대표적이다.

구교현:도착 예정시간이 내비게이션의 실거리 시간에 비해 너무 짧다든지, 시간을 초과해서 빨간불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 시간 동안 내가 평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된다든지, 배차를 계속 거절하면 배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데 도대체 그 기준이 뭔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으니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든지, 코로나19로 물량이 많아져서 예전보다 더 장거리를 타는데 실제 수입은 적어진다든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업무 배분 알고리즘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드렸다.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 주제는 앞으로 논의해가기로 했다.

정미나:노조에서 ‘알고리즘’ 하면 배차나 평가 기준을 떠올리지만, 개발자가 생각하는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해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공할지에 관한 규칙에 가깝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하면 기업들은 ‘이걸 왜 공개해? 영업비밀인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기업이 알고리즘 뒤에 숨어서 모든 걸 지배한다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협약에 알고리즘이란 용어가 들어가면 논의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고 봤다. 알고리즘 대신 ‘업무 배분에 관한 기술적 요소’라는 표현을 썼다. 어쨌든 노조가 문제 제기할 경우 소통하고, 만약 업무 배분 결과 차별행위가 벌어지거나 특정 집단이 배제된다면 당연히 시정조치를 할 것이다. 알고리즘 논쟁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건 아니다.

권현지:사회협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자체는 쉬운 일도 아니지만 가장 어려운 일도 아니다. 관건은 협약을 앞으로 어떻게 이행해갈지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풀어가는 과정이다. 이 협약은 그런 의지를 담고 있다. 닫힌 협약이 아니라 열린 협약이다. 앞으로 상설 협의기구를 만들어서 계속 논의하자고 했을 때 몇 가지 핵심 쟁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업무 배분이었다(다른 두 가지는 배달료 기준과 체계 개선, 직업훈련 인프라 구축이다).

정미나:기업 위치에서 교수님이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후속 이행기구’를 강력하게 이야기하셨을 때다. 그때부터 우리끼리 엄청 고민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알고리즘을 까야 할 수도 있다(웃음). 이러면 기업들이 이른바 ‘구라’를 못 친다. 감시받을 거니까. 상설 협의기구 이야기가 나온 뒤로는 기업들이 (협약 내용에 대해) 더 빡빡하게 굴었다. 협약이 나오고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가 카카오톡을 보냈다. ‘방금 협약문 전체를 전사회의에 공유했다’고, 이 협약에 따라 BM(사업모델)을 설계하라고 요청해놨다고 하더라. 그 밑에 팀장 단위 회의에서도 다 공유했다고 한다. 고맙고 뿌듯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었음에도 한국의 이 상황에 대해선 배민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결정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이선규 서비스일반노조 위원장(왼쪽)과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가 단체협약서에 서명했다.

노동조합을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했다.

정미나:15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논쟁을 붙였으면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배민라이더스가 이미 서비스연맹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고 교섭을 하고 있었다(2019년 12월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가 설립되었고 2020년 10월 플랫폼 배달업계 최초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 마당에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나. 아직도 기억나는데, 처음 “배민에 노조 만들어졌대요” 했더니 김봉진 대표가 “어, 노조 만들었으면 (대화)해야지, 요구하시는 게 뭐예요?” 묻더라.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한다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우리보다 더 종속성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어도 사용자가 교섭을 제대로 한 곳이 없다. 우리 입장에선 이분들이 우리 산업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했다. 플랫폼 산업이 쓰레기가 아니라 순기능도 있다는 것.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고 싶었다.

이 협약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나?

권현지:우리 사회에 (노사정) 3자 대화 기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의미 있는 행보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가 얼마나 구속력 혹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 논란이 이어져왔다. 현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노사가 책임 있게 협의하면서 제도에 개입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취약했다. 여기엔 한국의 특성도 있다. 국가가 강력한 가운데 노사가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번 협약이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제까지 정부 주도에 가려져 있던 노사가 처음으로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주체로 등장해, 단체협약을 넘어선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는 하나의 패턴을 만들었다. 중요한 실험이고, 기존의 사회적 대화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거다.

이런 협약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유럽에서 플랫폼 노동 관련 여러 협약이 진행 중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있는 독일에도 (플랫폼 노동 관련) 사회협약이 있는데 사실 내용이 별로 없다. 노조가 참여했을 때 내용이 얼마나 구체화될 수 있는지 이번 협약이 보여준다. 이번에 한국이 이걸 해서 일본에서 되게 놀랐다고 한다. ‘이런 게 될 수도 있구나.’ 일본에 계신 연구자가 바로 번역해 소개하겠다고 하더라.

구교현:우리 조합원 사이에서는 막 환영하거나 좋다는 반응까진 없다. 그냥 고생했다, 괜찮다 정도다. 뭐가 바뀌는 건지 아직 감이 안 온다는 거다. 현장에서는 협약 체결과 충돌하는 상황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서명을 같이 했으니 앞으로 꾸려질 상설 협의기구에 책임 있게 임하려 한다. 어쨌든 노동법의 틀을 확장해 우리 같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이번 협약에 적정 수준의 보수, 근무조건 변경 시 절차, 노동안전보건 조치 등에 대한 최소한의 주제가 들어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미나:지금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 플랫폼 노동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뒤로 빠지고 기계만 내세울지, 앞으로 전면에 나설지. 우리 기업들은 ‘일단 우린 나올게요, 노조 만들면 같이 대화할게요’ 여기까지는 온 거다. 이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큰 성과이자 서로를 구속하는 빡빡한 룰이 형성된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말을 뱉은 이상 안 하면 열 배로 욕을 먹는다.

ⓒReuter2019년 5월 파업에 들어간 우버 운전자들이 ‘우버 최고경영자는 연봉 4300만 달러, 우버 운전자는 시급 9달러’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박정환:그동안 노동운동에서 기업별 노조를 넘어선 산업별 노동조합을 시도해왔다. 지금 굴러가고 있는 게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금융, 공공 정도다. 여긴 거의 60% 이상 조직되어 있다. 압도적이다. 우리는 그렇게 조직되어 있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표성을 민감하게 느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노동조합이 사회적 대화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로서 하나의 선례가 되었다. 두 번째로는 한국 사회 노동조합이 다양한 형태의 대화나 교섭, 협약을 빠르게 많이 해야 한다고 느꼈다. 소송을 통해 판례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성과가 모두에게 보편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조금 회의가 든다. 이런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약자를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협약을 두고 누군가 ‘배달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듯 해주더라. 의미가 있다면 그런 면인 것 같다.

정부에 ‘온앤오프 방식’의 사회보험 징수를 건의했다.

정미나:산재보험료든 고용보험료든, 배달 한 건을 할 때마다 건당으로 부과하자. 아침에 쿠팡이츠 하고 저녁에 배민라이더스를 한다면, 쿠팡이츠 할 때 산재보험료는 쿠팡이, 배민라이더스 할 때 산재보험료는 배민 쪽이 내면 된다. 종이장부로 관리할 때는 못했겠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있어서 가능하다. 전 국민 고용보험도 스타트업들은 다 찬성한다. 이번 협약에 정확한 소득 파악과 사회보험료 징수를 위해 국세청이 역할을 하라는 문구를 일부러 넣었다. 통합징수 좀 제발 하라고(웃음). 왜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구교현:배민에서 시간제 보험이라는 작은 모델을 처음 만들었다.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박정환: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게 낡았다고 생각한다. 산재보험료를 월 단위로 계산하는 거. 이러면 다양한 노동형태를 다 포괄하기 어렵다.

정미나:아직도 전속성(특수고용 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려면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기준) 따지고 있잖나. 우리는 전속성도, 적용제외 신청제도(특수고용 노동자가 원하지 않으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도 필요 없다. 이런 거 다 없애야 한다. 사용자의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안정적인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에 우리는 이견이 없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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