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2일 오전 6시쯤 쿠팡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장덕준씨(27)가 욕조에서 웅크려 숨진 채 부모에게 발견됐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아버지 장광씨(58)와 어머니 박미숙씨(52)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지병을 앓아왔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었다. 아들은 세상을 뜨기 이틀 전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생일 기념 가족여행 계획을 세웠으며, 평소 좋아하던 건담 프라모델도 주문했다. 부부는 쿠팡에서 일하는 아들 또래 청년들이 빈소를 찾아와 서럽게 울고 간 그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일용직 노동자로 아들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장씨가 2년 뒤 무기계약직 전환을 고려해 주 5일 이상 근무하며 과중한 업무를 견뎌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 부부는 아들의 부검을 결정했다.
로봇응용학과를 졸업한 장덕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낮 시간대보다 지원자가 적은 야간 근무조로 신청해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심야 노동’을 했다. 추석 기간에는 휴일 없이 주 7일을 근무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장씨 부부가 공식적으로 쿠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쿠팡은 홈페이지에 반박 자료를 올렸다. ‘고인은 택배 분류가 아닌 포장 지원 업무를 맡았고,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았으며, 매월 쿠팡이 상시직 전환을 권유했지만 고인이 자발적으로 일용직을 선택했다.’ 장덕준씨가 과로사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덕준씨는 올해 1월부터 쿠팡 물류센터의 전반적 업무를 지원하는 ‘워터’로 일해왔다. 쿠팡 측은 장씨가 ‘포장 지원’을 맡았다고 주장했지만, 워터의 세부 업무는 그 외에도 20여 개에 달한다. 강한 체력과 민첩함을 갖춰야 수행할 수 있는 업무다. 지게차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워터들이 직접 다른 층으로 손수 물품을 옮겨야 한다. 그 무게가 200㎏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장씨는 올해 4월 무릎을 심하게 다쳐 물리치료를 받았다. 쿠팡에서의 1년4개월 동안 75㎏이던 몸무게는 60㎏으로, 바지허리 사이즈는 86㎝에서 80㎝로 줄었다. 장씨는 생전 동료들에게 “여기는 세기말 7층이에요”라며 자신의 근무환경을 표현하곤 했다.
아들을 보내고 열흘 뒤인 10월22일 장씨 부부는 쿠팡 본사를 찾았다.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관계자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면담 신청을 거부했다. 10월26일엔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리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을 찾아갔다.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전무가 증인으로 나왔지만 어떤 약속도 듣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어머니 박씨는 패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덕준이가 생전에 ‘우리는 쿠팡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도구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제야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덕준이 동료들은 쿠팡이 언제든지 다른 노동자로 자신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잘 알아요. 청년들을 갈아 넣는 이런 노동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덕준이 동생들도 훗날 그런 곳에서 일할지도 몰라요. 그걸 막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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