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10월21일 미국 워싱턴 D.C. 법무부에서 기자회견 중인 제프리 로젠 법무차관.

미국 법무부와 세계 최대 IT기업 구글 간 ‘세기의 소송’이 막이 올랐다. 10월20일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경쟁에 해로운 배타적 관행으로 시장독점을 유지했다”라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역대 선례를 보면 어느 회사든 정부의 반독점 소송에 걸리면 회사의 명운이 좌우될 만큼 그 영향이 막대하다.

실제로 1998년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의 결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누렸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더는 PC에 끼워 팔 수 없게 되면서 이후 검색시장에서 완전히 밀렸다. MS가 소송을 당하던 바로 그해에 탄생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크롬 웹브라우저로 세계 최대의 검색회사로 발돋움했으나 마침내 MS처럼 법무부에 의해 반독점 소송을 당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64쪽짜리 소장에서 구글이 검색과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행태의 불공정행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명령이 없으면 구글은 반경쟁 전략을 통해 경쟁 과정을 무력화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줄이며 혁신을 막을 것이다.”

이번 소장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글이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 등과 배타적 계약을 통해 구글 앱들을 기본으로 탑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구글 검색창은 물론 지메일, 구글 지도 등 구글 앱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다.

다른 하나는 구글이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지배력 1위인 애플과 결탁해 아이폰에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탑재해 경쟁 검색업체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 스마트폰에 검색창을 기본으로 설정한 대가로 2018년 90억 달러, 지난해 120억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프리 로젠 법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행위를 저지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은 앞으로 시장에서 제2의 구글을 영원히 못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오늘날 검색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구글은 유튜브, 구글 지도, 크롬 웹브라우저 등을 통해 검색시장은 물론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 이르기까지 독보적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은 검색시장의 약 95%을 휩쓴다. 데스크톱 분야에서도 크롬 브라우저를 탑재한 구글의 시장지배력은 약 81%에 달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Bing)의 시장 지배율은 13%에 불과하다. 구글이 지난해 검색시장의 광고 수입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1350억 달러다.

구글은 법무부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인에게 무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CNN은 “구글이 향후 법정투쟁에서 ‘소비자들의 구글 선호론’으로 방어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했다.

구글이 소비자를 방패막이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법원의 판결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특정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막으려면 당국의 규제가 아니라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다. 반독점 재판을 맡는 연방 판사는 해당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역대 판결을 보면, 판사들 대다수가 ‘해당 기업의 독점으로 소비자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여부를 판결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왔다. 시장지배력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사IN 윤무영미국 법무부는 소장에서 특히 구글이 스마트폰·이동통신 회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고 기기에 구글 앱이나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탑재해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

실제로 반독점법 전문가인 칼 스자보 넷초이스 법률고문은 CNN에 “법무부의 구글 소장을 보면 반독점 위반의 3대 기준이라 할 ‘시장지배력’ ‘시장지배력 남용’ ‘소비자 피해’ 중에서 ‘소비자 피해’가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법무부가 ‘구글의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명확히 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소비자들의 자발적 구글 선호의 결과인지 아니면 경쟁 회사들에 대한 원천적인 진입 차단의 결과인지를 놓고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향후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구글 소송의 결말이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시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윈도 운영체제에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파는 방법으로 넷스케이프 같은 다른 경쟁업체의 진입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 팔기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끝냈다. 이번 구글 소송도 결국 구글의 강제 분할보다는 스마트폰 업체들에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 설정으로 얹는 행태를 시정하는 선에서 소송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미국 법무부는 이번 소장에서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 폐단을 없애기 위해 법원에 ‘구조적 해소책(structural relief)’을 요구했다. 소장은 “소비자 선택이 줄어들고, 혁신이 줄어들고, 광고 가격경쟁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자는 소비자와 광고주다. 경쟁과 혁신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원에 구글이 현재 장악한 검색엔진 배급망을 철폐해줄 것을 요구한다”라고 적시했다. 반독점 전문가인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구글 소송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의 판박이다. 미국 정부가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그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을 더 이상 기본 설정으로 하지 않는다는 방식의 구제책이 해결안으로 제시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구글 소송과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대선을 겨우 2주 앞두고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이번 법무부 소송에는 텍사스주를 포함해 11개 주가 합세했는데 주지사들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실제 공화당 측 인사들은 ‘구글 등 일부 초대형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진보 성향으로, 보수적 견해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앞장선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해왔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자들에게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공약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구글 소송은 트럼프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로 비춰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번 소송은 여론조사 결과 재선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공화당 인사들이 밀어붙인 결과”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구글을 포함한 거대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사업 행태에 관해선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온 만큼 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든 구글 소송은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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