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10월27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가을과 겨울의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치는 최악의 상황, 일명 트윈데믹(Twin-demic)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9월25일 국가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매년 시행되는 사업이지만 백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국민적 불안감이 커졌고, 10월부터는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다수의 사례가 보도되며 의료 현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공중보건학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미국·유럽 등에서 나타나는 백신 반대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예방의학자로서 현재 상황이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시민들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 백신 접종 후 사망과 인과관계

10월 중순부터 언론에서는 다수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큰 결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도되는 사망 사례는 백신 접종과 단순히 시간적으로 선후에 있을 뿐입니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고’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아래의 간단한 추론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0만명이 사망합니다. 일평균 사망자 수는 동절기에 약간 상승해 10월께에는 매일 약 1000명이 돌아가십니다. 그리고 인구의 약 50%가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질병관리청은 올해 국가 예방접종과 유료 물량을 합쳐 인구의 약 57%가 접종할 양의 독감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접종 기간이 두 달 정도라면 매일 전체 인구의 대략 1%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매일 전체 인구 중 1%가 백신주사를 맞는다면, 하루 평균 사망자 1000명 가운데서도 1%(10명)가 1일 이내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이 원인이 되어 돌아가셨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망자 중 ‘1일 이내에 주사를 맞은 사람’을 가려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망자 중 그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사인 불명)가 전체의 10% 정도에 달합니다. 기저질환이 명확하지 않거나 급사에 가까운 사망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예방접종 뒤에 발생한 사망 사례 중 10% 역시 사인 불명일 터입니다.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신 하루 10명 가운데 1명은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백신이 그 한 분의 사망 원인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백신 접종 후 사망으로 보도되는 사례 중 일부는 접종 3일 후에 발생한 경우까지 포함시켜 잘못된 정보(‘백신이 사망 원인이다’)를 더욱 부풀립니다.

이 문제를 키우는 것은 ‘회상 편견(recall bias)’입니다. 회상 편견은 의학 연구를 수행할 때 주의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도덕적 책망 또는 기억할 만한 사전 사건이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기억과 진술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번에는 일부 인플루엔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었던 사고가 회상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온 노출로 백신이 변질되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또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접종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백신주사를 맞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게 인식돼 회상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AP Photo2019년 4월23일 케냐 콤베와에서 엄마 품에 안긴 아이가 말라리아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잠정 결과 분석

앞서 제시된 사고실험이 미심쩍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번에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가능성을 원인별 시나리오로 살펴보겠습니다.

시나리오 Ⅰ. 제조공정상의 문제

만약 백신을 제조하는 공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부작용이 발생한 백신이 한 제조사에서 만든 한 가지 종류여야 하고 동일한 제조번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사망 사례가 보고된 백신은 제조사와 제조번호가 다릅니다. 다양한 백신회사의 제품에서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죠. 따라서 제조공정상의 문제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시나리오 Ⅱ. 백신 대량 운송 과정에서의 문제

대량 운송 과정에서 무료 백신이 변질되거나 훼손되었다면 지역적 유사성이 나타나야 합니다. 백신 운반은 지역별로 냉장차를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접종 후 사망 사례에서 지역성이 관찰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보고된 사례가 지역적으로 넓은 분포를 띠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Ⅲ. 백신 소규모 운송·보관 과정에서 문제

백신을 소규모로 운송·보관하는 과정에서 냉장고의 온도가 적정 온도를 벗어나는 등의 문제로 백신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동일 의료기관 내 접종 환자들에서 경증부터 중증까지 이상 반응이 발견되어야 합니다. 의료기관 내 집단 부작용 발생은 보고되고 있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Ⅳ. 백신 자체의 부작용

대표적인 백신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인체의 면역반응으로 급격하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작용)와 길랭·바레증후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후 매우 단시간 내에 일어나야 합니다. 현재 보고된 사례를 아나필락시스라고 보기엔 시간이 깁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반나절에서 몇 주 사이의 기간을 두고 근육무력증이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례들은 급성 사망으로 보이며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증상의 보고는 없습니다.

■ 미국 백신안전자료원의 연구 결과

미국 백신안전자료원(Vaccine Safety Datalink·VSD)을 활용한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인구집단 전체에서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백신 접종 10만 회당 약 6명에 이릅니다. 이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뜻이 아니라 시간 순서상 백신을 접종하고 그 뒤에 사망이 발생한 사례들입니다. 특히 65~74세 인구집단은 백신 접종 10만 회당 약 11.3명이며 75~84세는 10만 회당 약 23.2명입니다. 이를 통해 백신 접종 후의 사망이 자연스럽게 보고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령층의 사망률은 이미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뒤 사망에 대한 언론 보도가 전수 감시에 가깝다 해도 이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백신은 인류가 감염병과 대적하는 최고의 무기 중 하나입니다. 과거 일부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있었지만 현대적인 백신 제조공정과 운반체계가 확립된 후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특히 사망과 관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근거 중심 의학의 관점에서 백신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에선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제기된 대표적인 의문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의문 1.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후 일주일 동안 발생한 사망자가 1500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왜 미리 말하지 않았나요?

이는 제가 계속 설명드렸듯이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교통사고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사유로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확인해보면 상당수가 아침 식사를 했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아침 식사가 교통사고,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사IN 신선영코로나19 백신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상을 다시 가져올 것이다. 위는 6월9일 세종시 소담동 소담초등학교.

의문 2. 그렇다면 지난해에는 1500명이 보고되었는데 올해는 왜 일주일 사이 50명 정도만 사망했다고 나오는 겁니까?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 자료를 활용해 지난해 기록된 접종 후 일주일 이내 사망한 모든 분이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올해 발표된 사례는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직접적으로 신고 또는 보고된 자료이므로 아직까지 전체 접종 후 사망률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번 논란을 바탕으로 자료 체계를 정비해 정확한 통계가 발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문 3. 올해 나온 사망자는 백신 때문에 죽은 건가요?

앞서 살펴본 잠정 역학조사 결과로는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낮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노년층만큼 백신을 많이 접종하는 영유아 사이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근거가 됩니다. 10월24일까지 신고된 사례 59건 중 46건에 대해 부검 등 원인 조사가 완료되었으며, 46건 모두 백신과 관련된 사망으로 볼 수 없다고 질병관리청은 발표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례는 심장, 뇌졸중, 흡인 등의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 부검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외부에 흔들림 없이 소견을 말해주시는 분들입니다.

의문 4. 접종 후 1500명이 사망했다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접종 후에 1500명이 일주일 이내 돌아가셨지만 이는 모든 종류의 사망을 합친 수치입니다. 장기간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접종한 사람이 접종하지 않은 사람보다 유의미하게 적게 사망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거나 혹은 고혈압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신선한 식품을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해서 모든 병을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혈압 약을 먹고,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하는 이유는 그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독감백신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의문 5. 그렇다면 왜 이런 자료를 바로 설명해줄 수 없나요?

여기에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습니다. 한국은 급격하게 성장한 나라로 부모, 조부모 세대만 해도 가족이나 친구를 수두·홍역·결핵 등의 감염병으로 잃은 기억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백신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왔습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도 이에 따라 큰 반대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삶의 수준이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의 효과보다는 비용과 불편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논란들이 자꾸 일어나는 배경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료를 신속·투명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그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자료원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하려면 예방접종의 시기와 종류, 국민들의 사망과 의료 이용 등에 대한 자료가 잘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자료원 구축은 번번이 지연되어왔습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의문 6. 왜 무료 백신에서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많은가요?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료 백신보다 무료 백신의 접종량이 훨씬 더 많고, 어르신들의 경우 국가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돼 무료 백신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료 백신은 국가 예방접종 대상이 아닌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집단에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일종의 착시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의문 7. 코로나19로 죽은 사람이 300명이고 백신 접종 후 죽은 사람이 1500명이라면 코로나19가 심각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코로나19의 발병이 확인된 자명한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1500명으로 집계된 사망자들은 백신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19는 우리 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담보로 엄청난 국가적 대책이 수립되어서 이 정도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시면 코로나19가 고령층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방역을 포기한다면 미국·유럽의 사례와 같이 몇만명 단위의 추가 사망자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의문 8. 백신에 대한 신뢰는 왜 중요한가요?

우리 모두는 코로나 이전의 삶을 바라고 있습니다. 렘데시비르 같은 치료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코로나19 백신입니다.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된 백신이 개발돼 전 국민이 접종한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백신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코로나 백신 접종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의문 9.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에도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전 국민이 접종을 받을 것입니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먼저 맞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번에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발생한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될 것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지금 나오는 사례는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단순히 백신 접종이 있고 나서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에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처럼 접종 규모가 크면 접종 후 사망 사례도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현상이 백신의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만약 지금과 같이 경쟁적·자극적 보도가 이어지고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한 국민들의 과학적·합리적 이해가 없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자명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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