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방역' 연속 토론〉

지속 가능한 방역에 대한 어느 의사의 질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두려움 해소’ 아닌 ‘위험 대처’가 중요하다
-김현철 (홍콩 과학기술대 경제학과·코넬 대학 정책학과 교수)

‘당장의 손실’보다 ‘미래의 이득’을 보자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속 가능 방역, 검사·조사·기술보다 ‘질적 전환’이 중요하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

⑤‘균형 잡힌’ 방역이라야 지속가능하다
COVID-19 워킹그룹

⑥우리의 ‘방역 소통’은 충분히 최선이었을까
COVID-19 워킹그룹

⑦“향후 2주가 고비”라는 희망 고문 멈춰라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⑧확진자 수에 집착 말고 '위험 수용 능력' 높여야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합뉴스10월19일 유·초·중·고 등교 인원 제한이 3분의 2로 완화된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조부모가 손주들의 등교를 돕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감염병은 사실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현재의 세계 질서가 구축된 이후 겪은 감염병 중에서 보건·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충격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진단과 추적에 기반해 적극적인 억제 전략을 초기부터 펼친 우리나라는 감염자 수나 경제성장률 측면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대면 교육을 제한하면서 취약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업성취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줄어드는 대인관계, 일상의 급격한 변화,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지금처럼 계속 견딜 수 없다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억제 전략이 너무 과도하고, 세밀하지 않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전략적 목표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는 보건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을 포괄하는 것이다. 국가적 혹은 국제적으로 볼 때 피해의 총량이 최소화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1월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진단·추적·사회적 거리두기에 기반한 억제 전략이 이러한 피해 최소화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 지금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다.

먼저 이 논의를 위해서는 코로나의 보건학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보건학적 측면에서 유사한 질환인 계절성 인플루엔자가 좋은 비교 대상이다. 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은 0.1%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령의 환자일수록 치사율이 증가하는 것도 코로나19와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300만명 정도이고 그중 약 3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50%의 효과를 보이는 예방접종이 있고 유병 기간을 줄여주는 비교적 값싼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질병 부담이 이 정도 수준에서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경우 1차 유행 당시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단적 접근이 어려워 통계가 실제 감염자를 반영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실제 감염자가 통계보다 10~20배 더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해외 많은 국가에서 병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만 진단이 되었기 때문에 1차 유행에서 측정된 치명률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광범위한 진단을 시행한 아이슬란드의 최근 치명률 자료와 진단적 접근이 개선된 유럽의 2차 유행에서 확인된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이 이제까지 중에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자료들을 보면 감염 치사율은 대략 0.1~0.5% 수준에 수렴하고 이는 인플루엔자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는 ‘통제된’ 수준에서 나타난 코로나19의 피해 정도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진정 낮기 때문에 피해의 크기도 인플루엔자 수준인 것이 아니라, 인플루엔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방역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그 정도로 피해 규모가 유지되는 것이다. 효과적인 예방접종이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비약물적 중재(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가 수행되지 않을 경우,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서만 3000만명 이상이 감염된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이에 따르면 최소 3만명 이상의 초과 사망이 발생한다고 추산해볼 수 있다. 게다가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폐렴으로 진행하는 비율도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보다 높다.

이를 종합하면 코로나19가 야기하는 보건 측면의 부담은 최소한 인플루엔자의 10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유행 때 유럽이 겪었던 공황 상태를 2차 유행 때 겪지 않고 있는 것은 유행의 정도가 1차 유행에 아직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상황이 방치된다면 1차 유행의 공황 상태를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를 독감 같은 질병일 뿐이라고 과소평가하는 주장은 현 시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방역 피해가 아니라 코로나19 피해다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의 적절성에 대해서 논의할 때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코로나19에 의한 피해와 코로나19 대응에 의한 피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래의 이득보다 당장의 손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 때문에 감염자 확산을 막아냄으로써 얻게 될 이득보다 코로나19의 대응 과정 중 발생한 피해를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되는 ‘손실 회피 편향’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편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방역 정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된 이득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여져 과소평가되고, 그것으로 놓친 손실은 과대평가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새로운 호흡기감염병으로 인류의 역사에 출현한 이상 이로 인한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해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를 간과하면 자칫 코로나19에 의해 나타날 피해를 코로나19의 대응에 따른 피해로 전이시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일상을 과도하게 제한해 보건적인 측면에서 얻는 이득에 비하여 과도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런 견해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은 집중 보호하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감당이 가능한 정도로 감염을 용인하고 일상이 유지되도록 하여 사회·경제·문화적 피해를 줄이는 전략으로 현재의 억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 맞다.

하지만 이 전략을 현실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고위험군 보호 수단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요양원이나 의료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보편적 검사(universal screening) 등을 포함한 높은 수준의 보호 방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이 아닌 직원을 통해 감염이 유입되어 집단 유행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모든 직원, 보호자, 환자, 간병인이 받거나 직원들의 일상을 극도로 제약해야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은 현실에서 수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

둘째,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험군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제약하기 어렵다.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우리나라에서 조부모의 양육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정치적 문제와 맞물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스스로 뛰어들고 있고, 그것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리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고 있다.

셋째,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의 감염이 증가하게 되면 사람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 일상을 스스로 축소하고 이는 또 다른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 같은 현상을 두 차례 겪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강화 이전에 국민들 스스로 유행 상황에 따라 활동을 줄이거나 늘렸다. 우리가 상당한 수준의 일상적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의 감염이 억제되어 감염될 확률이 낮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우리나라는 감염자 수가 최소화되었기 때문에 의료 체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영향도 최소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코로나19로 인해서 정규 수술이 연기되거나 중환자실이 코로나19 환자로 포화된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고위험 집단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구집단 전체의 감염을 지금처럼 억제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감당하게 될 피해의 총합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연합뉴스10월14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부산 북구 해뜨락요양병원에서 감염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다만 억제 전략이 장기화되면서 대응 인력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으며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나 인구집단의 피해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억제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정책적 지원과 각 분야의 협조와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기관을 보호하고 중증환자 치료 역량을 높일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과 공공 의료기관들이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나서고,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높은 수준의 진료를 위한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 방안을 찾으며 정부는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해외여행도 개별 국가별 위험 정도를 평가하여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취약한 노동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고, 노동시간 조정과 돌봄 강화를 통해 조부모 양육을 최소화해야 한다. 위험의 회피가 어려운 사람들의 보호 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유행의 상황이나 대면 여부와 관련 없이 일관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콘텐츠 개발과 교육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를 이어가고 실행하기 위한 각 분야의 협의체가 조속히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을 일상화하고 감염 전파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개인의 노력들이 가장 굳건한 일상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는 코로나19가 진짜 독감 정도의 병이 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우리는 그 시기가 올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의 억제 전략을 가다듬어가며 유지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일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기자명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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