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2019년 6월11일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 기원 기도회를 마치고 농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개신교계 내부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정치활동, 불법행위, 비윤리적 행실이 사유가 아니다. 교계에서 문제 삼는 것은 전 목사의 신학관이다. “비신학적”이라는 완곡한 비판도 있고, “신성모독”이라는 구체적 비판도 나온다. 진보적 교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보수 주류 교단에서도 ‘전광훈 이단론’은 움트고 있다. 하지만 전 목사가 실제로 교계에서 퇴출될지를 두고는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이단 규정을 하는 곳은 각 교단의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다. 총회는 매해 가을 열리는데, 교단 산하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연구해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한다. 주요 교단들의 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된 10월19일 기준,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결의한 교단은 한 곳도 없다. 개신교 양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지난 1년간 전 목사 건을 연구해왔으나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예장 합신은 향후 1년간 신학연구위원회에서 조사할 예정이다. 이단대책위원회가 전광훈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본 교단은 예장 합동, 예장 고신이다. 이들 교단 역시 이단대책위원회 보고서는 발표했으나, 정식 의결을 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된 전광훈 목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어 있는 그는 세 차례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 명예훼손·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도 받고 있다. 전 목사는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 원칙을 거부한다. 자신과 같은 종교인이 정치에 뛰어들어 “주사파가 장악한 대한민국”을 교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 사법체계와의 불화는 대개 이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보석 기간인 지난 8월15일에는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기획·참여해 코로나19 방역의 주적이 되었다. ‘석방 후 불법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그의 보석 조건 중 하나였다. 집회 뒤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쏟아졌고,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리적 논란도 있다. 2005년 한 집회에서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라고 말했다.

‘한기총 회장’이라는 직함을 걸고 사회적 마찰음을 내는 전 목사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개신교계 인사가 점차 늘었다. 서서히 심화되는 개신교 ‘불황’도 배경이다. 2010년대 이후 개신교 교세의 약화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교인 총수는 전년 대비 약 2.3% 감소했다. 교인 수 1, 2위를 다투는 예장 합동의 지난해 말 등록 교인 수는 약 255만명. 2011년보다 50만명 가까이 줄었다. 일부 목회자들은 전광훈 목사가 불러일으키는 논란이 교계의 병상첨병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전 목사와 지지 세력이 국가 방역에 전면으로 맞서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9월1일 〈기독신문〉을 비롯한 8개 개신교 언론과 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등 교계 인사들은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일반 국민의 기독교(개신교)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극적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개신교의 신뢰도가 더 나빠졌다’는 답변은 63.3%. 불교(5.3%)와 천주교(8.1%) 신뢰도 하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교계 인사들은 ‘자성’을 말하지만, 밑바닥에는 ‘전광훈 목사와 도매금으로 묶여 비난받는다’는 불만이 퍼져 있다.

ⓒ연합뉴스8월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규탄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하늘을 본 자” 전광훈 목사

최근 본격화된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주장은 이전에 나오던 비판과 궤가 다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 목사에 대한 개신교계 내부의 비판은 ‘전광훈 목사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지는 않는다’에 머물렀다. ‘전 목사가 수장으로 있는 한기총은 이미 대부분 교단이 탈퇴해 유명무실한 조직이며 전 목사의 활동에 동참하는 교인들도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전 목사의 신학관을 종교적으로 문제 삼는 목소리는 주류 교계에서 표출되지 않았다.

‘전광훈 이단론’이 불거진 계기는 지난해 10월22일 전 목사의 집회 발언이다.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산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 등의 말을 했다. 이 집회 영상은 지난해 12월9일 유튜브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는데, 직후부터 ‘이단’ 비판이 나왔다. 다음 날인 12월10일 교회개혁실천연대 대표 방인성 목사는 한 방송에서 “이건 무당이나 이단, 사이비종교에서 나오는 말이지 기독교 신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월30일 “조직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발언이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 애국운동하는 사람들 앞에서 했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나를 그만큼 믿어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성령이 충만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발언과 이어진 해명을 두고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나섰다. 지난 2월13일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에서 전 목사를 이렇게 비판했다.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는 말과 그 발언 동기가 ‘성령 충만으로 인한 것’이란 말은 반성경적이며, 비신앙적이며, 비신학적이다. (…)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전광훈 목사로부터 신앙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의 발표에는 무거운 의미가 있다. 협의회를 구성하는 8개 교단은 사실상 ‘8개 주요 교단’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국내에는 370여 개 개신교 교단이 있는데, 개신교인 80%가량은 이들 8개 교단 소속 교회에 몰려 있다. 대형 교회의 보수 성향 목회자들도 다수 속해 있다.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의 판단은 주류 개신교계의 목소리를 대표한다. 성향이 다른 교단들이 합치된 의견을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개신교는 ‘개별주의’를 지향한다. 각 교단은 큰 틀에서는 동일한 교리를 공유하되 일부 이론적 차이가 있다. 천주교나 정교회 등 여타 종교와 달리 정통과 이단을 판가름하는 개신교 공통의 수장이 없다. 그 결과 A 교단이 이단시하는 인물을 B 교단은 정통이라 여기고, C 교단은 어느 쪽이든 개의치 않는 일도 벌어진다. 8개 교단의 이단 대책 담당자들이 신속히 같은 의견을 내놓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각 교단 이단대책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전 목사의 이단성 연구에 돌입한 시점도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입장을 내놓은 뒤다.

교단 이단대책위원회는 ‘하나님 까불면 죽어’ 발언뿐만 아니라 행적과 발언 전반을 검토했다. 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의 ‘한기총 및 전광훈 대표회장 이단 옹호에 관한 연구 보고’에는 전 목사 발언의 주된 문제점이 망라되어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전광훈 목사 개인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분명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 (…) 이단성 있는 발언과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따라서 전광훈 목사는 이단성이 있는 이단 옹호자로 규정함이 가한 줄 안다”였다. 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는 전광훈 목사가 “성경의 66권의 정경성을 부인”하고 “직통 계시 및 불건전 신앙의 사실화를 주장”했다고 적었다. ‘66권의 정경성(正經性)’이란 성경이 6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가감할 수 없다는 개신교 교리다. 신학자들은 이 구분이 4세기 말 형성되었다고 보며, 인위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고 믿는다. 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모세 5경과 바울 서신만 참된 성경이고 참된 해설서이며 다른 성경들은 열등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2019년 6월18일 실촌수양관)”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지난 4월8일에도 그는 “모세 5경만 성경이고 그 나머지는 성경 해설서”라는 유사한 주장을 했다. 사유를 막론하고 위험한 발언이다. 이단 연구 분야 권위자인 부산장신대 탁지일 교수(교회사)는 “성경 66권 중 특정 경전을 부정하거나 취사선택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단으로 분류되어왔다. 성경의 권위는 교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없는 문제다. 기독교계 전체가 여기에 대해서는 타협점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독신문2019년 1월19일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전광훈 목사의 발언에 대한 질의서를 작성하기로 결의했다.

전광훈 목사가 여러 경전 가운데 유독 ‘모세 5경과 바울 서신’이 특별히 우월하다고 주장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경에 따르면 모세는 신과 직접 대면했던 인간이다. 그는 시내산(시나이산)에 올라가 신에게서 ‘직접’ 십계명을 받았다. 사도 바울은 바울 서신에서 셋째 하늘로 들어올려져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썼다. 전 목사는 모세와 바울이 다른 성경 필자들과도 차별화되는, ‘하늘을 본 자’이며, 이들이 쓴 모세 5경과 바울 서신이 특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2월3일, 그는 과거 수술 도중 ‘바울이 본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나는 입신한 체험이 있다. 내 영혼이 육체로부터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바울이 본 3층천에 올라간 거야.” 전 목사에 따르면 ‘하늘을 본 자’들의 계보는 모세에서 바울로, 바울에서 전광훈으로 이어진다. 탁지일 교수는 과거 많은 이단 교주들이 특정 목적하에 유사한 성경 해석론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단 교주들은 대부분 하나님에게서 모세나 바울 같은 ‘직통 계시’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본인의 말이 성경에 준하는 권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성경의 권위를 뛰어넘는 교리가 되기도 하고, 자신은 교주가 되기도 한다.”

‘직통 계시’란 신에게서 직접 계시를 받는다는 의미다. 현재 대부분 개신교단은 직통 계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신교 이단 연구기관인 현대종교의 탁지원 소장은 “다수 이단의 시작점이 직통 계시”라고 말했다. 직통 계시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종교 교주는 종교계 내부 갈등을 넘어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탁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가 하나님 계시를 받고 있으니 너는 결혼하지 마라, 돈을 바쳐라’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검증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주요 교단들이 ‘직통 계시론자’라는 이유로 이단으로 결의한 인물 가운데에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도 있다.

ⓒ시사IN 조남진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다수 이단의 시작점이 직통 계시(신에게 직접 계시를 받는 것)다”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즐겨 사용하는 ‘성령’은 직통 계시의 수단쯤으로 쓰인다. “내가 성령의 감동으로 치고 나간다” “성령의 충동을 받게 됐다” “(아무개가) 날 보고 성령의 본체라 그래. 사람이 아니라” 등 그의 설교에는 ‘성령을 받았다’는 말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하나님 꼼짝 마’ 발언을 두고도 그는 “성령 충만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성령을 통해 받았다는 계시는 대개 정치적 메시지다. 이를 테면 지난 2월3일 그는 “(이런) 대한민국의 사명에 대해 주님이 보여주셨다”라고 말했다. “지구상의 250개 나라가 짐승(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 중국은 거대한 용, 북한 김정은은 오랑우탄 같은 킹콩이다. (…) 대한민국만 빛으로 되어 있었다. 빛이 북한으로 돌파하여가니 김정은 짐승이 픽픽 쓰러진다. 압록강 넘어가니 북경, 남경 픽 (쓰러진다). (…) 대한민국을 복음화시키고 주사파를 쳐내고, 문재인만 끌어내면 대한민국은 100% 예수 나라 된다.”

궁지 몰린 개신교도가 신비주의에 매달렸다

백석대 장동민 교수(신학과)는 전 목사가 말하는 성령이 전통적 기독교 신학관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성령은 하나님의 영이다. 성령을 받으면 예수님처럼 온유하고, 겸손해지고, 사랑이 많아지며, 회개하게 된다. 즉 성령이 주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장 교수는, ‘성령론의 변질’이 전광훈 목사의 등장 이전부터 진행된 오래된 현상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부 이단만의 문제도 아니며, 시초가 한국 개신교도 아니라는 것이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태동한 생각이다. 성령을 받으면 권력이 생기고, 병을 고치고,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기적을 일으키고 귀신을 쫓아내는 능력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개신교의 이런 경향을 두고 ‘능력 종교(power religion)’라는 비판이 나왔다. 성령을 일종의 요술지팡이처럼 받아들이는 능력 종교 신학관은 개화기 미국 선교사를 통해 한국에 수입되었고, 실제로 광복 후 보수 개신교인들이 사회 주류로 활약하면서 ‘효험’을 입증했다.

민주화와 경제위기를 거치며 보수 개신교와 보수 성향 개신교인은 과거의 위세를 잃었고, 이러한 믿음도 약화되었다. 성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실제로 예배에 나가는 이들은 더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장동민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일부 개신교인은 신비주의적 믿음에 더욱 매달렸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력감에 시달리던 사람들도 합류했다. 성령을 통해 정치적 직통 계시를 받는다는 전광훈 목사를 구세주로 여기는 이들이었다.

이단 전문가들은 전광훈 목사가 신학적으로 폭주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가 이단으로 규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단 입장에서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은 위험이 크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한다. 탁지일 교수는 ‘교회의 분열’을 언급했다. “2000년대 이후 교단에 따라 신학적 보혁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개별 교회 내에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교단이 보수적 성도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의결한다고 해서 사랑제일교회나 한기총, 전광훈의 권위가 약화될지도 미지수다. 탁지원 소장은 “보통 이단 규정을 받은 집단은 더 결속한다. ‘우리만 정통’이라는 의식을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한 전광훈 목사는 이단으로 규정되더라도 새로운 교단을 차려서 목회 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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