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한 어린이가 AI 기반 수학 교과서‘똑똑 수학탐험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그동안 감당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일터에서 인간을 기계로 대체할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인공지능과 관련된 고숙련 인력, 인공지능을 투입할 가치도 없는 일에 종사하는 저숙련 인력으로 나뉠 것이다.’ 이미 낯설지 않은 주장과 우려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불평등을 줄여줄’ 가능성에 대한 논쟁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교육에서 그렇다. 이 기술의 선도국인 미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켜 새로운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에듀테크(EduTech)’다.

에듀테크를 이해하려면 이 부문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계학습’은 어떻게 활용되나

학습은 ‘문제의 규칙을 익혀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어린이가 ‘1+2’ 같은 연습문제로 덧셈 규칙을 ‘학습’하고 나면 ‘234+375’ 같은 좀 더 복잡한 문제도 풀 수 있게 된다. 기계학습은, 기계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스스로 습득해서 활용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이런 문제. ‘수많은 사진 중에서 강아지를 골라내라.’ 기계학습 이전의 인공지능에서는 컴퓨터에 강아지의 귀여운 특성들을 입력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온몸이 털로 덮였다’ ‘입이 튀어나왔다’ ‘네 발로 선다’…. 컴퓨터는 이런 특성들을 조합해서 어떤 사진이 강아지인지 맞힌다. 그런데 이 정도의 능력을 ‘학습’이라 부르긴 힘들다. 컴퓨터는 단지 ‘강아지의 특성’을 외부(사람)로부터 입력받아 명령대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기계학습에서는 컴퓨터가 훈련을 통해 ‘강아지를 인식하는 규칙’을 스스로 익힌다. 기계학습에서 사람은 컴퓨터에 강아지의 특성을 입력하지 않는다. 그냥 강아지를 비롯한 수많은 사물(고양이·자동차·의자)들의 사진을 컴퓨터에 제시하며 ‘강아지를 골라내라’고 한다. 맞히면 맞혔다고 컴퓨터에 알려준다.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컴퓨터는 맞히기도 틀리기도 할 것이다. 다만 이 훈련을 수십만~수백만 회에 걸쳐 거듭하면서 컴퓨터는 점점 더 어떤 모습을 선택할 때 ‘맞혔다’는 응답을 받는지 알게 된다. 유아가 일어나 걸어가려는 시도를 수없이 거듭하다가 어느새 걸음마의 규칙을 습득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컴퓨터가 상당한 정확도로 강아지를 맞히게 되면, ‘강아지를 강아지로 인식하는 규칙’을 ‘학습’했다고 간주한다. 기계학습의 이런 성과는, 2000년대 들어 인간 두뇌의 데이터처리 방법을 흉내 내어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급진적으로 개선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의 발전 덕분이기도 하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인간은 기계의 창조자인 동시에 기계학습의 창안자이지만, 그 내부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모른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아는 것은 단지 ‘충분히 훈련시키면 맞히더라’는 것밖에 없다. 그 기계의 두뇌인 컴퓨터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 기계학습이 성공하는지에 대해선 내로라하는 컴퓨터 과학자들도 묵묵부답이다.

이제 에듀테크에서 기계학습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콴다’라는 수학 문제풀이 앱이 있다. 10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한 달 사용자가 약 500만명에 이른다. 그중 150만명은 한국, 나머지 350만명은 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타이 등에 있다.

콴다를 만든 기업 ‘매스프레소’의 이종흔 공동대표는 서울 강남과 인천에서 수학 과외를 하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강남에서는 학생 1명에 과외 교사 3명이 붙었다고 한다. 각각 수학 개념 설명, 문제풀이, 질의응답 담당자다. 인천에서는 교사 1명이 모든 기능을 맡는다. 격차를 실감했다. 그는 “기술로 가능한 ‘정보접근성의 평등’을 교육 불평등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돈이 많은 학생이든, 돈이 없는 학생이든 구글이나 네이버로 검색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콴다의 작동방식을 직접 보여주었다. 2차 방정식 문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다. 콴다 앱에서 5초 만에 해당 문제의 풀이 과정을 찍은 사진이 검색된다. 콴다의 데이터베이스엔 해당 문제나 비슷한 문제의 해설 사진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기계학습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기능이다. 콴다가 하는 일은, ‘문제’를 적절한 ‘문제풀이’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다만 콴다가 ‘연결’ 이전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사용자가 찍은 사진이 기계에게는, 하얀 여백의 여기저기에 검은 문자(숫자·그래프·수식 등으로 이루어진 ‘문제’)가 흩어져 있는 ‘정보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콴다는 ‘여백은 쓸모없는 정보’인 반면 ‘문자들은 유효한 정보’라는 것을 먼저 알아채야 한다. 즉, 콴다는 사진 전체에서 ‘문제’ 부분만 짚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검색도 가능하다. 이종흔 대표에 따르면, 콴다가 글자와 그래프, 수식 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AI(인공지능)가 들어가면서 인식률이 훨씬 높아졌다. 사용자들이 찍은 수학 문제 사진이 계속 데이터로 쌓이다 보니(=기계가 수많은 ‘학습’을 거치다 보니), 이젠 화질이 흐릿해도 ‘대부분 이런 모양은 알파벳 a더라’ 혹은 ‘플러스(+) 다음엔 보통 숫자가 나오더라’ 하는 식으로 ‘스스로’ 규칙을 습득했다.”

ⓒ시사IN 신선영인공지능으로 수학 문제풀이를 찾아주는 앱을 개발한 매스프레소 이종흔 대표(위)가앱을 사용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아래).
ⓒ시사IN 신선영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의 보편화

매스프레소가 요즘 집중하는 영역은 ‘개인화(각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다. 학생이 검색한 내역을 바탕으로 전체 진도에서 어느 부분이 비어 있는지, 해당 문제를 물어보는 이유가 공부를 덜 해서인지 혹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분석해낸다. 하루 1000만 건에 달하는 학생들의 검색이 데이터로 쌓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문제를 질문하는 학생은 어떤 부분을 잘 모르더라’는 패턴이 기계학습으로 파악된다. 이에 기반해서 해당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유사 문제나 개념 설명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이종흔 공동대표는 인공지능의 가능성 중 하나로 과외를 대체할 수 있는 ‘개인화’를 제시한다.

“과외 선생님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이 뭔가?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해 어떤 종류의 훈련이 필요한지 선별해주는 것이다. 이 작업을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과외가 값비싼 서비스가 되었다. 기회 불균형도 있었다. 하지만 AI가 데이터로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게 되면, 사람이 일대일로 지도하지 않아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어떤 학생이든 자신의 학습 상태에 맞춰 효과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격차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질문)로 해당 사용자의 학습 상태를 ‘예측’해낸다는 이야기다. 그 예측이 정확하다면, 실제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의 비용을 크게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문의 스타트업들이 공유하고 있는 아이디어다.

또 다른 스타트업 ‘뤼이드’가 만든, 50만 다운로드를 넘긴 앱 ‘산타토익’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자. 사용자가 토익 문제를 풀면, 다른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전에 문제를 풀면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틀릴지는 물론이고 어떤 오답을 고를지(갖고 있지 않은 정보)까지 기계가 ‘예측’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토익의 어떤 파트에서 약한지 알 수 있고, 해당 파트 안에서도 반드시 틀릴(그만큼 취약한 유형의) 문제만을 반복해서 풀 수 있다. 이러면 짧은 시간 내에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뤼이드는 설명한다. 뤼이드는 2019년에는 미국 SAT, 2020년에는 한국의 공인중개사 시험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100만 다운로드를 넘긴 앱 ‘캐치잇잉글리시’는 영어 단어나 표현, 문장을 게임으로 반복해서 익히게 한다. 시작할 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든다. 문제를 연속해서 맞히면 ‘콤보’가 쌓이며 레벨이 올라간다. 다른 이용자들과 ‘배틀’을 하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캐치잇잉글리시를 만든 캐치잇플레이의 최원규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별로 취약한 문장과 표현을 훈련시킬 뿐 아니라, 개인별 ‘학습 스타일’에 맞는 공부 방법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학습은 사람들이 똑같다고 가정하고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지식을 주입해왔다. 사실은 학생마다 진도나 취약점이 다를 뿐 아니라 학습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혼자 앉아 문제 푸는 걸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걸 선호한다.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배틀 옵션을 보여주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며 기쁨을 느끼는 사람에겐 남을 돕는 학습 경로를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습 내용뿐 아니라 방식까지도 ‘개인화’해갈 수 있다고 본다.”

ⓒ시사IN 조남진게임으로 영어를 배우는 앱을 개발한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교육 부문 스타트업인 마블러스(MARVRUS)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음성인식과 가상현실(VR) 기술을 결합한 영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 강사 출신인 임세라 대표의 슬로건은 ‘1초 만에 떠나는 어학연수’다.

VR 고글을 쓰고, 이 회사의 실감형 콘텐츠인 스피킷을 실행해봤다. ‘가게에서 옷 쇼핑하기’를 눌렀다. 어느새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한 옷가게에 들어와 있다. 점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치마를 찾는데요”라고 답하니 “직접 입을 건가요, 선물인가요?”라고 물었다(모두 영어로 진행된 대화다). 그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360° 카메라로 촬영된 옷가게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임세라 대표는 “AI에 VR을 결합하니 시너지 효과가 컸다. 시중에 AI 영어 선생님은 많지만, 막상 학습자는 실제 영어를 말하는 상황에 처하면 얼어붙어버린다. 반면 VR을 결합한 실감형 콘텐츠는 몰입도가 5배, 학습효과가 약 3배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마블러스 임세라 대표(오른쪽)가 VR 기기를 사용한 영어회화 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에서 학생의 학습 상태를 추적·관리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도 있다. ‘대면 수업’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학생 감독 기능’이 비대면에선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서비스다. 아이스크림에듀가 만든 ‘AI 생활기록부’의 경우, 비대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요일별로 몇 시간 몇 분 동안 어떤 과목을 공부했는지, 학습 수행률이 몇 퍼센트인지 등의 정보가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된다. 조용상 아이스크림에듀 대표는 “개별 학생이 문제를 푸는 시간, 문제를 푼 순서 등 인공지능이 바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하루 1500만 건씩 쌓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위험군 아이들을 식별해 도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AI 생활기록부는 ‘인간 교사’들을 대체하기보다는 돕는다. “현재 아이스크림에듀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이 1000명이고, 1명당 학생을 100명씩 관리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15분 동안 학생의 취약점을 상담하고 학습계획을 수정해주는데, 이때 AI 생활기록부로 필요한 정보를 먼저 파악한다.”

ⓒ시사IN 조남진‘AI 생활기록부’를 만든 아이스크림에듀 조용상 대표.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에듀테크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에듀테크 기업들의 제품을 일선 학교들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이며, 코로나19는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정말로 좋은 일인지 현재로선 확신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할 때, 그것이 학생·교사·학부모, 나아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학습자들의 정보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개별 학습자의 상태를 예측한다. 이에 기반해서 학습 경로를 추천한다. 그러나 통계학적 예측이 언제나 정확하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예측하느냐에 따라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개발자의 편견이 개입되기도 한다. 때론 학생의 진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자칫 엉뚱한 결과를 예측하기도

영국의 일부 자치정부는 지난 8월 고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예측된 학점을 부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난한 공립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유독 낮은 학점을 받아 교사·학생들의 항의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인공지능이 개별 학생들의 학점 예측에 소속 고교의 역대 학업 성적을 주요 데이터로 사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국에서 고교 학점은 대학 입학 허가를 받는 데 최우선 자료 중 하나다.

인공지능이 수집하는 학습량과 성적에 관한 광범위한 데이터, 얼굴 표정으로 수업 집중도를 측정하는 안면 인식 기술 등으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도 큰 문제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개발에 참여한 ‘서밋 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 플랫폼이 미국 공립학교 수백 곳에서 사용되어왔다. 2018년 뉴욕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플랫폼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 학생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 보낸 편지의 핵심 내용이다. “프로그램이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과 교사의 지원, 동료들과 이뤄지는 토론과 논쟁의 많은 부분을 없앤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앞서 서술했듯이, 머신러닝이 ‘정답’을 맞히긴 하는데, 그 과정이 컴퓨터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과학자들도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예측에 대한 맹신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목표 중 하나로 디지털 교육 인프라 조성을 꼽았다(30~31쪽 기사 참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보급한다. ‘온라인상에 축적된 학생별 특성을 AI·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지난 9월14일부터는 교육부가 ‘똑똑 수학탐험대’ 서비스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설계한 과제를 학생들이 풀면,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정부가 공교육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첫 사례다. 아직 데이터를 쌓는 단계이지만, 정부도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계성초 조기성 교사 제공10월15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인공지능 기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청사진이 무엇이든,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교육에서 한국 사회가 확인한 것은 ‘격차’였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 2만10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난한 가정의 아이일수록 ‘나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공부한다’ ‘온라인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엄선된 개인 교사 혹은 대체로 전문직인 그들의 부모에게 진정한 ‘개인화’ 교육을 받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인공지능 선생님에게 학습 계획만을 추천받는 어두운 미래(혹은 현재)도 그려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AI가 더 나은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성 서울 서초구 계성초등학교 교사(스마트교육학회장)는 “그동안은 학교 현장에서 학습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인프라가 아예 갖춰지지 않았다. 교실 와이파이조차 코로나19 이후에야 깔겠다고 한 거다. 올해가 공교육에서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이렇게 학습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조기성 교사는 전망한다. “학습 데이터가 공적으로 확보되고 관리되면, 단순히 성적을 맞춤형으로 올려주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분야에 소질과 관심이 있는지 AI가 분석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교사들이 이를 활용해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검색하면 웬만한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에는, 획일적인 수업으로 암기형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맞춤형 교육으로 개성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그게 미래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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