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학교가 멈췄다고들 하지만, 사실 매일 문을 열었다. 담임선생님들은 원격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교직원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개학을 기다리며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행정 업무를 했다. 그리고 예전만큼의 소란과 활력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소리와 움직임이 일어난 공간이 있었다. 바로 돌봄교실이다.
많은 돌봄전담사들이 원격수업 도우미 또는 교원들과 함께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했다.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긴급돌봄의 주체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그 일을 수행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자 교육부는 돌봄을 포함한 방과후 시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지난 5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했다. 그러나 교원단체의 반발로 사흘 만에 발의안을 철회했다. “학교는 교육의 공간이지 돌봄, 보육의 공간이 아니다”라는 말이 당시 교육계 안에서 많이 나왔다.
이후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학교는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는 법안이 국회 안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결국 돌봄을 학교라는 교육의 영역에서 배제시키고 지자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포함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금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더 이상 ‘학교’의 소관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돌봄전담사들은 이 법안에 반대한다. 7월부터 국회와 각 지역 교육청 앞에서 초등 돌봄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돌봄교실이 지자체 업무가 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그런 식으로라도 기존 법상 사각지대에 있던 돌봄교실이 법제화되면 좋은 일 아니냐고.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지자체가 운영을 민간으로 위탁한 숱한 공적 서비스들이 떠오른다. 국공립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업무가 대표적이다. 원래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위탁의 형태로 민간에 떠넘겼고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민간 위탁된 초등 돌봄교실은 수익을 뽑아내야 하는 구조에서 열악한 서비스와 돌봄전담사 고용불안, 불법파견 같은 시비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다.
학교가 돌봄에 관여하지 않을 때, 돌봄교실 아이들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자연재해, 시설 붕괴, 안전사고 등 위험한 상황을 책임지고 컨트롤할 수 있는 ‘실시간’ 지휘본부가 사실상 사라진다. 교장과 교직원은 지자체로 이관된 돌봄교실에 책임지거나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은 퇴근 후 발생하는 상황이나 물리적 거리가 먼 돌봄교실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지자체 소속의 돌봄전담사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쳐버릴 확률이 높다.
지자체 재정 상태에 따른 돌봄 차별 문제
지역별 격차도 걱정되는 지점이다. 지자체형 돌봄교실의 모범 케이스로 거론되는 서울 중구형 돌봄을 살펴보자. 서울 중구청이 올해 이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총 75억8938만원이다. 학교 수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서울 내 다른 구에 비해 부담이 덜할 수도 있는데, 해당 지자체의 예결위원이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하냐’며 이 사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고 한다. 내가 속한 충북 보은 지역 예결위원들은 지역 예산 중 얼마를 편성해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0.4%이다. 전남·전북·경북·강원도는 20%대에 머물러 있다. 가난한 지자체와 부자 지자체 아이들이 학교 돌봄교실에서까지 차별과 차등을 받아야 하는가?
돌봄 사업은 보편적이고 안정적이며 평등해야 한다. 초등 돌봄은 공적 교육이며 공적 복지다. 초등 돌봄이 무너지면 공적 돌봄이 무너지게 된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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