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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난하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은 선진국들과 비슷해졌지만 우리 곁의 가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336만명이나 되고, 소득이 없는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 하루에 겨우 1만5000원을 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다. 균등화 처분가능 중위소득의 절반보다 소득이 낮은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OECD 빈곤율 평균은 11.6%이고, 한국의 빈곤율은 터키나 멕시코보다 높다. 특히 노동연령층의 빈곤율은 11.8%이지만, 66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이 43.4%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연금제도가 발달하지 못해서인데 엄청나게 높은 노인자살률과도 관련이 클 것이다.

심각한 가난은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가구의 중위소득과 하위 10%의 소득 경계값의 배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나라다. 반면 국제적으로 상위 10% 소득 경계값과 중위소득의 격차는 별로 크지 않다. 최근 20년 동안의 변화를 보아도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져 중위소득과 하위 10% 가구소득의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현대의 많은 선진국들은 연금과 사회복지로 가난을 극복해왔다. 우리 정부도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중위소득 30% 이하 가구에 생계급여를, 40% 이하 가구에 의료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나 심각한 가난을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많이 모자란다.

먼저 현재의 기준중위소득은 공식 소득분배지표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보다 상당히 낮다. 또한 그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에서 3%가 넘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2020년까지 평균 2.06%에 그쳤다. 얼마 전 정부는 2021년 4인 가구 기준의 기준중위소득을 487만7290원으로 2020년에 비해 2.68% 인상했다. 불황으로 인한 가구소득 증가율 하락과 재정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아쉬움이 크다.

가구원 수에 따라 소득을 조정하는 가구균등화지수도 국제적 기준을 사용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다르다. 균등화지수는 보통 가구원 수의 제곱근을 사용하여 4인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소득이 절반이 되지만, 기준중위소득 계산에서는 그 배율이 더 낮다. 2020년 0.37배에서 2021년 0.4배로 높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뜩이나 노인 1인 가구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1인 가구의 기준중위소득이 4%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맞춘 기준중위소득과 가구균등화지수의 변경을 앞으로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왔고 대선 공약이던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최근 정부는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체 수급자는 203만명인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빈곤층이 100만에 달한다. 연락도 하기 힘든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극빈층 노인들의 생계를 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이유다.

이른바 줬다 뺏는 연금 문제도 여전하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인 가난한 노인들은 기초연금 30만원을 받았다가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 이들에게 10만원의 부가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안이 합의되었지만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매년 최대 3조5000억원,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에게 부가급여를 지급하면 5000억원이 더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하에서 국방예산은 매년 약 3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수십조 원을 들여 뉴딜을 추진한다면서 이토록 심각한 가난은 그대로 둘 것인가. 재난으로 가난과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포용적 복지국가를 이야기하는 정부가 할 일이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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