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 논쟁이 붙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는 “더 고통을 당하고 계신 분들께 긴급하게 지원해드리는 게 좋겠다”라며 선별 지급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한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별 지급’에 뜻을 같이하면서 무게는 선별 지급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1차 재난지원금에 약 14조원이 들어갔다. 한 해 나라 예산이 약 500조원이니 상당한 규모다. 그렇다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은 효과가 있었나?

우선 경기부양의 효과는 어떨까. “경기부양 효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하나는 재원 조달 방법이다. 1차 때는 재원의 대부분(약 10조원)을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다. 돈을 써야 경기가 도는데, 정부가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을 다 끌어모아서 재난지원금으로 돌린 거다. 이런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면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이 돈으로 지출을 얼마나 늘렸느냐’이다. 받은 돈 만큼 추가로 써줘야 경기부양 효과가 나는데, 데이터를 보면 특히 저소득층에서 기대만큼 소비가 늘지 않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의 설명이다.

올해 2분기(4~6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평균소비성향’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금액의 비율이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00.7%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9.3%포인트 떨어졌다. 소득 4분위(상위 20~40%)의 평균소비성향은 1.3%포인트 늘었다. 5분위는 1.3%포인트 떨어졌다. 소비를 늘린 건 일부(4분위) 계층에 그쳤다는 의미다.

우석진 교수는 “일부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불분명할 수 있다. 다른 방법과 비교했을 때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이 더 효과적인 정책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한 전 국민 지급보다는, 재난으로 타격 입은 계층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동체가 보전해준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재난’이라고 말하지만, 코로나19가 취약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에게 주는 충격은 전혀 다르다. 앞서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8.0%포인트, 사업소득이 15.9%포인트 줄어드는 동안, 소득 5분위(상위 20%)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0%포인트, 사업소득은 2.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연구소가 8월24일 낸 ‘코로나 재확산, 고용위기는 어디서 얼마나?’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가 타격하는 대상이 좀 더 선명히 드러난다. 보고서가 올해 3~7월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 규모를 추정한 결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취업자가 171만3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취업자 104만4000명이 줄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자가 1000명 늘어났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무풍지대였다는 뜻이다. 위기는 공공부문을 비켜갔다. 올해 3~6월 공공부문 상용직 노동자는 36만4000명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민간부문 상용직 노동자는 77만2000명 감소했다.

ⓒ연합뉴스7월3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피해 정도에 비례한 상시적 지원

고용형태와 연령에 따라서도 재난은 불평등하게 들이닥쳤다. “1998년 외환위기 때에는 상용직 근로자가 대량 실직하였다. 반면 2020년 상반기에는 임시직 근로자가 집중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 (2020년 2월부터) 4개월 동안 20대 취업자 수는 15만2000명 감소하였고,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1만5000명 감소하였다. 그리고 이 두 집단에서 실업률과 실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청년층과 노령층이 가장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면 서비스 산업에 임시직이나 일용직의 형태로 이 두 연령집단이 많이 고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경우 상반기 신규 채용 감소도 영향을 주었다(홍민기, ‘2020년 상반기 고용 동향’, 〈월간 노동리뷰〉 2020년 8월호, 한국노동연구원).”

임시직 중에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처럼 애초에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배제된 사람들도 있다.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거대한 비공식 부문’의 존재는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촉발시킨 배경이 되었다. 산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산업의 6월 취업자 수는 2월에 비해 6.6% 감소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이 곧 백신이 나와서 해결될 위기라면,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한 번 더 지급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국면이라면, 소득 감소에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때 지원은 소득 흐름이 끊긴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피해 정도에 비례해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일종의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해서, 지난해 소득이 (월) 500만원이었는데 올해 100만원밖에 못 벌었다면 그만큼 대출을 용이하게 해주고, 나중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확인되면 그에 비례해 금리를 깎아주거나 원금을 탕감해주는 거다. 이런 방식이면 당장 국채를 많이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피해 정도에 비례한 상시적 지원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 방식이 정부에 의한 현금지원일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나라가 빚을 늘린다’는 것 자체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준경 교수는 “만약 외국 사람들에게 국채를 팔아 그 돈으로 지원금을 준다면 위험성이 크다. 나중에 그들이 상환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적자인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외국에 돈을 빌리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의 수요가 총체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때에는 정부가 내국인들이 안 쓰고 쌓아둔 돈을 빌려서(국채를 발행해서) 순환시키는 편이, 거시적으로 봤을 때 경제순환에 도움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빚이 느는 거지만, 국채를 보유한 이들에겐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올해 40.4%로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중 110%(일본의 경우 225%)에 비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이들을 정부가 지원하려 해도, 근본적 난관이 있다. 노동소득자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용노동자도 분기별로 소득을 신고하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다. 이들의 소득은 1년에 한 번, 소득이 발생한 이듬해 5월에 이뤄지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파악된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종합소득세 신고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자영업자의 경우 재작년 소득만 파악된 상태였다. 재작년 소득으로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지원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2차 재난지원금이 논의되는 지금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나 적어도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가 터진 올해 이후 소득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전 국민 지급론’이 지지받는 유력한 근거다. 즉 피해 계층 선별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파악도 어렵다는 이유다.

ⓒ연합뉴스서울의 한 커피숍에 ‘힘듭니다’ 문구가 붙어 있다. 8월30일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영업자의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더 취약한 계층’을 지원하는 방법

1차 재난지원금 당시를 돌이켜보자. 애초 정부는 3월에 납부한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직장인은 100명 이하 사업장에 다니는 경우 작년(2019년) 소득 자료를, 지역가입자는 재작년(2018년) 소득과 재산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결국 보편 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세청의 소득 파악 능력이 상당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용형태에 따라 소득 파악 주기가 제각각이어서 시차가 발생한다.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소득 파악 주기를 최대한 단축해야 코로나19 같은 재난에 소득이 줄어든 이들을 ‘선별’해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파악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다.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밝힌 ‘전 국민 고용보험’ 역시 소득 파악이 관건이어서, 고용노동부 산하에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이 7월31일 출범했다. 여기에는 기획재정부·국세청 등도 참여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산하에 꾸려진 기획단이 소득 파악 관련 핵심 주체인 기재부나 국세청을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획단에 참여 중인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최소한 주로 한 업체에 종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라도 소득신고 주기를 단축해보자고 논의하고는 있는데 간단치 않다. 저소득 취업자들에게 사회보장을 제공하려면 소득 파악이 핵심이고, 이는 고용보험 확대 적용을 넘어서는 문제인데, 아직 기재부 세제실 등 조세 당국 사이에서 그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소득 변동을 알아야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찾아 지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이후로 100일 넘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예컨대 특수고용 노동자나 프리랜서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원천징수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미리 제출(보통은 내년 3월까지 제출)시키는 조치라도 취해졌어야 한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안 되어 있다는 것은 1차 재난지원금의 그 혼란에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 취약한 이들에게 지원한다면,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가. 우석진 교수는 “소득 하위 50%에게 지급하되, 51%는 ‘0원’을 주는 방식 대신 하위 70%까지는 점점 감액해 ‘절벽’을 없애는 형태로 지급하고, 올해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 등은 별도로 증빙하면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이 합리적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보다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예산 규모 1조5000억원)’이 그나마 어려움을 겪는 대상을 가장 잘 선정한 정책인 것 같다. 물론 아직 소득 파악 인프라가 없는 상태여서 이들의 소득 감소를 증빙하는 데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어려워도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연합뉴스8월 마지막 주 배달의민족 주문 건수는 7월 마지막 주보다 26.5%포인트 늘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특별재난연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음식점·헬스장·커피숍 등은 영업에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업종들을 대상으로 지원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받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업종 내 소득 파악 문제가 걸리며, 가능하더라도 특수고용 노동자나 프리랜서는 대책이 없다. 일단은 모두에게 보편 지급한 뒤 나중에 종합소득세 신고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에 대해선 소득세로 환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설령 개정하더라도 의미 있는 액수가 걷힐지 의문인 데다가 ‘줬다 빼앗는다’는 비난에 맞설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어찌되었든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는 이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예컨대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같은 기업은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경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거나, 지난해 대비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 오른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그 소득 증가분이나 일정 수준 이상 소득에 대해 최대 5%가량의 ‘특별재난연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직 외국 같은 전면적 봉쇄를 선택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토론은 바이러스 방역만큼이나 중요한 ‘경제 방역’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재난 앞에 공동체의 연대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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