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의 추천사를 원용하자면, 다음과 같이 쓰고 싶다. “내가 노동이나 복지 문제를 다루는 팀에 발령 난 초짜 기자이고, 출근 전에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이걸 보겠다. (중략) 체제의 작동 원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복지국가의 세계적 연구자 G. 에스핑앤더슨이 1990년에 내놓은, “복지국가 연구의 기념비적 저서(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인 이 책은 한국에서는 2007년에야 번역되어 나왔다. 그런데 2020년에 읽어도 유의미한 통찰을 준다. 에스핑앤더슨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복지국가를 자유주의형(미국·캐나다 등), 유럽 대륙 조합주의형(독일 등), 북유럽 사민주의형(스웨덴 등)으로 구분했다. 이 중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각 개인은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도 실업·사고·질병·노후의 위험에 대처하며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격차가 크지 않은 공동체에서 공존할 수 있다.

사실, ‘왜 이 나라와 저 나라는 이렇게나 다른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는가’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흔치 않다. 미국·독일·프랑스·스웨덴 등을 뭉뚱그려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독자에게 이 나라들이 어떻게 다른 경로를 밟아왔으며 뚜렷이 구분되는 체제를 발전시켜왔는지 납득시킨다.

이 책이 주는 하나의 큰 위안이 있다면, 복지국가의 이상향 같은 스웨덴에서조차 각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며,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고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게 한다는 점이다. 각 나라가 우여곡절 끝에 나름의 보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세계적 기준에서도 가장 보편적 사회보험인 ‘전 국민 건강보험’을 만들어낸 한국 역시 복지국가의 길을 가지 못할 것 없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저자가 견지하는 과학적 태도와 탐구의 자세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넘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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