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8월16일 서울 광화문 시위 현장. 극우 유튜브 채널은 사람들을 선동해 아스팔트로 불러 모은다.

‘아스팔트 우파’라는 말이 있다. 직접 거리로 나와 대정부 투쟁을 하는 우파를 칭하는 말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태극기 부대’나 전광훈 목사가 대표적인 아스팔트 우파다. 이들의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고 투쟁 방식도 굉장히 과격해서 보수 진영 일각에서까지 종종 비판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의 보수정당은 이들과 확실한 선을 긋지 못한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의회 안에서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 임기 내내 장외로 나가 이 아스팔트 우파들과 결합해 세력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12월, 이들은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국회에 난입했는데, 당시 황교안 대표는 이들에게 “고생하셨다.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격려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의한수’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 대표는 아스팔트 우파의 대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신의한수는 여야 합쳐 모든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 중 가장 사이즈가 큰 채널로 구독자가 약 130만명이다.

신의한수는 그저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더 많은 이들을 선동하고 아스팔트로 불러 모은다. 아스팔트로 모인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들이 중계하는 현장 방송의 조회수도 폭증한다. 현장 방송의 조회수가 확 늘면 이 유튜브 채널은 다시금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동할 능력을 갖게 된다. 코로나19 시대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온택트(Ontact)’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가장 대표적인 ‘아스팔트 우파’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 8월16일, 그러니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다음 날 신의한수 채널의 영상들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왔다. 무려 세 개나!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한 채널의 영상 하나가 10위권 안팎의 순위를 기록하는 것도 힘들다. 영상 세 개가 각각 다른 내용도 아니었다. 광복절 연휴 기간 광화문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를 중계하거나 그 집회를 논평하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중계한 집회는 매우 위험했다. 참석하기로 예정된 사람들 중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인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집회를 금지했지만 이들은 반정부 집회를 강행했고,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며칠 뒤, 정세균 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며 감염병 국면이 다시 ‘심각한 위기’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신도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집회를 중계한 신의한수의 신혜식 대표 또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감염은 이전의 대단위 지역감염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신천지나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의 경우 일각에서는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방역을 명백히 방해할 목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자신의 신도들 중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그리고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게 되면 전파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 뻔한데도 집회를 강행했다. 이들이 ‘방역을 방해하려 했다’는 판단은 단순한 추정이 아니다. 최근 보도를 살펴보면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끄고 집회에 참석했으며, 일부러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집회 이후에 확진 판정을 받자 도주하기도 했다. 참석자 명단을 요청하는 방역 당국엔 허위 명단을 내놓았다. 신도들 중 일부는 “방역 협조를 정부에 대한 도움으로 여긴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행위를 사실상의 ‘백색테러(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우익 세력의 테러)’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8월18일,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확진 사실을 밝혔다. 그는 자가격리 중에 방송을 했다. 방송의 제목은 ‘(긴급방송)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테러다!’였다. 그는 백색테러에 동참하고 그 여파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와중에도 광화문 집회 참가자의 검사 결과가 조작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루 전인 8월17일에는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송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고 웃는 모습을 보이며 방역 당국을 조롱했다. 하지만 이튿날, 그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대표(맨 위)는 8월16일 광화문 시위에 참석해 이틀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TV조선은 “광화문 광장 메운 보수단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분노’”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참정권 행사 아닌 공동체 파괴 행위

이날 집회 참석자 중에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미래통합당 소속 인사들도 제법 있었다. 8월19일, 방역 당국은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극우 유튜버, 보수언론, 극우 저명인사,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아스팔트 우파’라는 이름으로 뭉쳤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바이러스 전파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당사자들이 첫 피해자가 되었다.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신의한수 영상 세 개가 몽땅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 탭’에 올라간 그날, 광화문 시위를 조명하는 다른 영상들도 순위에 올랐다. TV조선은 “광화문광장 메운 보수단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분노’”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고 그 외에도 조갑제와 ‘펜앤드마이크’ 등 여러 극우 인사들이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내보냈다. 이 영상들이 전부 인기 급상승 순위에 올랐다. 모두 광화문 집회를 부추기고 선동하는 내용이었다. 바꿔 말하면 ‘테러를 조장하는’ 방송.

‘방역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이면에는 녹다운 직전까지 몰려 있는 의료진들이 있다. 자신의 생계까지 포기해가며 방역에 협조해왔던 시민들이 있다. ‘아스팔트 우파’들은 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바대로 한국의 방역이 ‘광화문으로부터’ 뚫린다면 그들의 목적은 이뤄질까?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빠질 것은 분명하다. 민생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코로나19 감염자로 가득 찬 병실 때문에 즉시 조치를 받지 못한 응급환자들의 생명이 위독해질 것이다. 시민들은 다시 또 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초조해하며 일상생활을 살아갈 것이다.

공화주의는 시민들의 협조로 유지된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의 의도적인 ‘테러 행위’는 공화주의를 순식간에 깨어버릴 수도 있다. 그들의 행위는 참정권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백색테러다.

기자명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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