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기부만 하면 세상이 좋아질까?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서경원(45·오른쪽)·정경훈(44)씨는 평소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나누어왔다. “비영리조직에서 일하고 노력했지만, 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걸까?” “지갑을 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과연 마음을 여는 데에도 성공했을까?” 시민의 기부 문화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SNS를 통해 정보를 알릴 기회도 많아졌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호응받던 시절이 있었다. 전문가를 모셔와 정부와 정치권에 대안을 제시하며 일침을 놓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시민사회운동이 시민의 일상적인 삶과는 멀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답은 이것이니 시민 여러분은 따라와 달라”는 전문가 중심 의제화, “북극곰을 살리자는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라며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매몰된 캠페인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고민은 새로운 협동조합과 플랫폼을 만들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아름다운재단에서 함께 일한 이지원씨(37)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가 6월에 출범한 사회적 협동조합 ‘오늘의행동’이다.

오늘의행동은 시민 개개인의 실천을 독려하고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으는 플랫폼이다. 주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활 속 사회적 행동’을 제안하고, 그 실천 기록을 공유한다. 가령 ‘생활학자(파트너 소모임장)’가 오늘의행동 플랫폼에서 ‘물건 오래 쓰기’ 행동모임을 만들면, 모임 참가자들은 각자의 ‘실천’을 인증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생활 속 사회적 행동을 위한 각종 도구나 물건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도 오늘의행동의 주요 프로젝트다.

세 사람은 일상적인 운동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고 주장한다. 각자의 삶이 다 다른 것처럼, 해결 방식도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수자원을 아끼기 위해 빨래를 몰아서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미세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빨래를 조금씩 자주 할 수도 있다. 이런 ‘각자의 실천’을 공유하며 서로의 삶을 좀 더 긴밀하게 연결하는 일이 오늘의행동의 핵심 목표다. 세 사람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사람과 사연이 쌓여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늘의행동 홈페이지(todaygoodaction.org)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생활 속 사회적 실천을 찾아보자.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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