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석 달이 다 돼가고 있다.

7월 초, 달갑지 않은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그동안 ‘코로나19가 비말로 감염된다’는 견해를 고수하던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공기 전파라니, 숨만 쉬어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일까? 우리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까? 그런데 WHO의 공식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떠들썩했던 국내 언론 보도와는 다소 다른 뉘앙스가 읽힌다.

7월9일 WHO는 ‘코로나19 전파:감염 예방 수칙에 대한 시사점(Transmission of SARS-CoV-2:implications for infection prevention precautions)’이라는 과학적 검토 문건을 업데이트했다(이하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과학적 검토’ 문건). 3월29일 최초로 작성된 이후 2판이 나온 것이다. 업데이트한 버전에서 WHO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주된 감염경로를 ‘비말 전파와 매개물 전파’라고 밝혔다. 비말 전파는 침방울을 통해 2m 이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코로나19가 감염되는 것을 뜻한다. 매개물 전파는 감염자에게서 배출된 비말이 손잡이나 식탁 같은 물건에 묻고 이를 접촉해 일어나는 감염이다.

공기 전파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쪽에 가깝다. “붐비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공간에서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코로나19가 공기로 전파된다’는 명제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업데이트 이전에는 없던 표현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공기 전파는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쟁 가운데 하나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을 때도 그랬다. 독감은 주로 비말을 통해 감염되지만 공기 전파도 일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에어로졸 전파 전문가인 돈 밀턴 미국 메릴랜드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02년 동안 독감을 연구했지만 여전히 전파되는 방식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 이처럼 감염경로를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말 전파와 공기 전파가 흑과 백처럼 나뉘는 관계가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비말과 공기 전파를 가르는 기준은 감염자에게서 배출되는 침방울의 크기다. 마이크로미터(㎛)는 1㎝의 1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아주 미세한 단위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15㎛ 정도 된다. 5㎛만 되어도 침방울의 세계에서는 제법 큰 축에 속한다. 지름이 5㎛ 이상인 침방울은 중력에 이끌려 2m 이내의 거리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반면 지름이 5㎛보다 작은 침방울은 그보다 오랫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며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이 미세한 침방울을 에어로졸이라고 부른다.

결국 공기 전파란 이 에어로졸이 감염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에어로졸이 병을 옮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첫째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배출돼야 하고, 둘째 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살아 있어야 하며, 셋째 공기 중 바이러스의 농도가 감염이 될 만큼 충분히 진해야 한다(위 〈그림〉 참조).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공기를 통해 퍼질 수 있다.

특수하고 예외적인 공기 전파

첫 번째 조건에 관해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을 정리해보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0.35~10㎛로 다양한 크기의 침방울이 튀어나온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은 큰 재채기, 작은 재채기, 큰 기침, 작은 기침, 크게 말하기, 작게 말하기, 숨쉬기로 나누어서 에어로졸 형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모든 경우에서 에어로졸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재채기(sneeze-high)’를 할 때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에어로졸 형태로 나왔고, 그다음이 ‘큰 기침(cough-high)’을 할 때였다. ‘작은 기침(cough-low)’보다 ‘말하기(speak)’에서 더 많은 에어로졸이 발생했다. 숨 쉴 때 나오는 에어로졸 바이러스는 다행히 미량에 그쳤다. 해당 연구는 아직 학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프리프린트’(출판 전 논문)로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둘째, 공기 중에 배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곧 공기 전파라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진 않다”라고 말했다. 죽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검출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체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는 몸을 떠나는 순간부터 감염력을 잃기 시작한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분무 기계를 이용해 코로나19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에 따르면 공기 중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66분 뒤 절반(반감기)으로 줄어들었고, 3시간 후에는 생존 가능한 바이러스가 약 10분의 1로 감소했다. WHO는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 문건에서 이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공기 중에 살아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감염이 일어나는 바이러스 농도를 살펴볼 차례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서 당신의 호흡기로 들어갔다면 곧바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답은 ‘모른다’이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감염량(infective dose)’이다.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려면 최소한으로 필요한 병원체의 양이 있다. 이를 ‘감염량’이라고 부르며, 감염량은 병원체마다 다르다.

ⓒXinhua3월4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왼쪽)과 마리아 반 케르크호브 코로나19 기술책임자가 팬데믹을 선포했다.

홍역은 공기 전파가 명확히 확인된 소수의 감염병 가운데 하나이다. 홍역 바이러스는 ‘감염량’이 매우 낮아서 적은 수의 바이러스만 흡입해도 감염이 된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바이러스는 비말에 포함된 바이러스보다 농도가 훨씬 낮은데, 그럼에도 공기 전파가 가능한 것은 홍역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홍역은 접촉자 가운데 90%를 감염시킬 정도로 감염력이 높고, 기초감염재생산수(R0·환자 1인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평균 수)가 18에 달한다. 코로나19의 ‘감염량’은 아직 연구되지 않았지만 2.5 정도인 R0 값에 비춰봤을 때 홍역만큼 적은 수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걸리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종합해볼 때, 코로나19가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지만 특수하거나 예외적인 사례에 한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100명 중에 99명은 비말 감염이다. 공기로 전파될 확률을 아무리 높게 봐도 4~5%를 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7월13일 하버드 의과대학의 마이클 클롬파스 교수와 메건 베이커 교수는 의학 저널 〈자마(JAMA)〉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살펴보면 장거리 에어로졸 전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경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공기 전파가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일어난다고 말했다. “예외가 있다면 환기가 불충분한 공간에 감염자가 있어 공기 중에 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매우 짙어졌을 때, 긴 시간 그 공간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공기 전파의 위험성을 좀 더 높게 잡는 전문가 그룹이 있다. 전 세계 과학자 239명은 7월 초 ‘코로나19 공기 전파를 다룰 시간이 되었다(It is time to address airborne transmission of COVID-19)’라는 제목으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소개한, WHO가 7월9일 공기 전파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 문건을 일부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공개서한에서 과학자들은 몇몇 대규모 감염 사례가 공기 전파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며, 각 국가와 WHO에, 공기 전파를 막는 조치를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WHO는 공개서한에 담긴 과학자들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이런 단서를 달았다. “미국 워싱턴주 성가대나, 중국 레스토랑, 한국의 피트니스 댄스 수업처럼 붐비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공간에서 에어로졸 전파를 배제할 수 없지만 비말 전파나 매개물 전파로도 이런 종류의 집단감염을 설명할 수 있다(‘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과학적 검토’ 2쪽).”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전파 방식을 가려내는 일은 과학적 판단이기도 하지만, 얼마간은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기도 한 셈이다. 이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 239명 중 다수는 에어로졸 공학자나 유체역학 전문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속한 분야나 접근하는 연구 관점에 따라 ‘공기 전파’의 비중에 각기 다른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나’를 대비해야 한다

결국 코로나19 감염의 모든 사례를 길게 이어진 스펙트럼으로 표현할 때, 공기 전파는 한쪽 끝에 자리 잡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예외’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보편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기도 곤란하다. 이런 불확실성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여기에서 어떤 길을 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방역 전략이다. ‘맞다, 틀리다’의 대결이기보다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 탁상우 서울대 보건환경대학원 연구교수는 ‘프로액티브(proactive:사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리 조심하자’가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접근법이었다. 그래서 불확실한 부분이 있더라도 다소 과도하게 대응을 해왔고, 그런 방식이 효과를 냈다. 공기 감염의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계속 보고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을지라도 공기 감염이 된다고 가정하고 방역 대책을 세우는 게 지금까지 방역 원칙과 일치한다.”

ⓒ연합뉴스7월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 한 자리 띄어 앉기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탁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에 집착하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와 방역 메시지에 ‘다소 과도하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액티브’ 접근법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나를 비롯해 여러 방역 전문가들이 마스크는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잘못된 분석이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 데 실수도 있고, 오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혹시나’를 대비해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은 공기 전파의 가능성 역시 충분히 염두에 두고 방역 대책을 짜야 한다.

한국의 보건 당국이 권고하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은 실제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 때는 2시간에 한 번씩 환기하고, 에어컨을 틀지 않을 때라도 되도록 환기를 자주 하라는 지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말과 에어로졸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메르스의 경험을 통해 비말이라 하더라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2m 이상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숙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조건 조심, 또 조심만 하면 될까?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방역 수칙으로 코로나19를 막아온 경험을 근거로 ‘비말 전파 차단’을 강조한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공기 전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공기 전파가 잘 된다면, 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이 굉장히 붐비는데 이런 대중교통에서 확진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왔어야 한다. 지금까지 마스크 쓰기, 기침 예절, 손 위생이라는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왔다. 1%의 확률이라도 막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역이란 단순히 과학적으로 확정된 ‘외길’을 따르는 일이 아니라 까다로운 선택지들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공기 전파 논쟁은 잘 보여준다.

7월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WHO가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는데 지켜야 할 새로운 방역 지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지 위험하다는 말씀을 이미 드렸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주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고, 밀접하고 밀집한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여러 번 행동 수칙을 말씀드렸다. 3밀 환경을 피하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