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진 한국사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는 강의 내내 실사구시형 사례를 곁들었다. 학습법 강의와 상담을 10년 넘게 해와 야전 경험이 풍부한 신 교수는 그 자신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4월1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두 번째 강좌에 참여한 학부모 청중은 강의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학습법 상담은 1995년 ‘사랑의 전화’에서 일할 때부터 시작했다. 10년 넘게 강의했다. 젊었을 때는 강의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처지가 달라졌다. ‘댁의 아이들 잘 크고 있는지’ ‘아이들 성적은 어떤지’ 남들이 물으면 내가 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전문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신을진 교수(사진)는 피부에 와 닿는 학습법 강의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내 아이 성적이 안 나올 때는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야단을 쳤다. 그러다보니 강의하는 게 초조해지고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 내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 생각했다. 1등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나? 우리 아이 잘 보니까 1등이 될 거 같지 않았다(웃음). 그런데도 내가 계속해서 1등 아이를 목표로 삼으면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면 목표가 뭘까? 돌이켜보면서 목표를 ‘1등 아이’에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로 바꾸었다. 부모가 닦달 하지 않아도 혼자 공부하는 아이, 모르는 게 있으면 적극 물어보고 혼자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그런 아이로 목표를 바꾸었다.

보통 부모들은 자녀를 어떤 아이로 키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왔다 갔다 하고 방향을 못 잡는다. 그럴 때 부모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아이가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게 있으면 한번 적어보라고 권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숙제하기’ ‘집에 늦게 안 들어오기’ ‘준비물 챙겨 가기’ 따위 소박한 것도 좋다. ‘우리 아이가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양보할 수 없는 선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모가 중심을 잡는다. 그걸 가지고 아이를 대하는 게 좋다.

잔소리가 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공부에 개입하려면 우선 아이의 생활부터 관찰해라. 그런 뒤 구체적으로 아이의 생활을 적어보라. 이틀도 좋고, 사흘도 좋고 아이 생활을 직접 자세히 살펴보든지, 봐주는 사람의 말을 듣든지 구체적으로 적어봐라. 학교 다녀온 뒤 어떻게 보내는지 적으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생활 주기를 알게 되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생활을 관찰하면 아이와 더 이상 옥신각신하지 않게 된다. 일단 관찰하고 적어보면 의외로 발견하는 게 많다. 예를 들면 엄마가 아이에게 ‘저녁 먹기 전에 숙제하기’를 바란다고 치자. 아이의 생활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갔다 와서 학원에 가고, 친구랑 놀고 와서 꼭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고, 텔레비전 보고 나서 저녁밥을 먹고, 그때서야 숙제한다고 책상 앞에서 졸다가 밤 10시나 11시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된다.

생활을 관찰했으면 개입해보자. 개입을 할 때 “친구랑 놀러 가기 전에 숙제해!” “집에 오자마자 숙제해!”라고 하면 안 된다. 아이가 숙제 대신 꼭 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다. 대신 대화법을 바꾸자. “엄마는 네가 저녁밥 먹기 전에 숙제했으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기에 학교 끝나고 와서 숙제부터 하는 게 좋은데 어떻게 할까?” 이렇게 물어보라. “네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봐야 하고 친구랑 노는 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하지?” 

아이의 ‘두 마음’ 이해해야

도저히 해결책이 없을 거 같은데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저녁 먹기 전에 숙제해야 한다는 엄마의 의지가 확고한 것을 확인하면 아이는 “엄마, 그러면 내가 학교에서 좀 일찍 올게”라고 해결책을 찾는다. 누가 그 행동을 해야 하느냐의 차이다.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율권을 무한정으로 주면 안 된다. 엄마가 원하는 걸 아이에게 알게 하고, 부분적 자율권을 줘야 한다.

4월14일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들.
부모들은 아이를 칭찬하면 학습 태도가 흐트러지거나 풀어질까봐 칭찬에 인색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럴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아이 마음에는 늘 두 가지 마음이 함께 있다. 공부로 치면 ‘조금 더 열심히 하자’와 ‘공부하기 싫어. 놀았으면 좋겠어’라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엄마가 두 마음 중 어느 쪽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 엄마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편들었는데 놀고 싶다는 것도 또 하나 아이의 마음이다. 아이는 반대로 놀고 싶은 쪽으로 기운다. 이럴 때는 작전을 바꾸자. “우리 딸 힘들지? 숙제나 문제가 왜 이렇게 어려우니? 정말 힘들겠다. 쉬면서 해라.” 엄마는 노는 쪽 마음을 편들었는데, 아이는 남은 마음인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쏠린다. 부모가 상반된 마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쪽 마음이 저절로 커지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에게 두려운 것은 문제를 틀린 상황보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야단치면서 가혹한 말을 쏟아낸다. 그러면 아이는 “나는 안된다. 나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고 차츰 부정적인 생각이 쌓여간다.

수학을 50점 받았다고 치자. 부모는 열받는다. “공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냐?”라고 물어도, 애들은 다 안다. “난 수학은 안돼”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에 능력이 아니라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숙지시켜라. 50점을 받았다면 틀린 문제 가운데 한 문제만 찍어라. 어려운 거 말고 쉬운 것을 골라라. 그 문제를 다시 풀게 한 다음 “지금 맞았네. 그런데 시험 볼 때는 왜 그런 거 같아?”라고 물어봐라. “아, 덧셈이 틀렸구나, 덧셈을 헷갈려서 틀렸네.” 엄마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만, 아이들은 “그러네. 엄마 비슷한 문제 또 줘봐”라고 나온다. 아이에게 ‘또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왜 틀렸을까’라고 생각하는 단계부터 아이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공부할 수 있는 아이이고,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해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질문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집에서 아이들의 책을 한번 뒤집어봐라. 까만 부분과 하얀 부분이 구분된다. 읽는 곳만 계속 읽는다는 의미다. 모르거나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는 것이다. 읽기 부분에서 준비운동을 충분히 했는지 점검하라. 큰 제목 먼저 살펴보고 작은 제목 살펴보는 식으로 제대로 읽기 전에 내용의 감을 잡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단계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배운 부분을 쓱 한번 넘겨보고 잘 이해가 안 된 대목은 반드시 표시해두라고 강조해야 한다. 이게 예습·복습 방법이다. 시간은 적게 들지만 효과적이다. 쉬운 얘기 같지만 반드시 습관이 되어야 한다. 수업 끝났다고 바로 일어나는 것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일어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건 무작정 외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짜라고’를 중국 음식점 메뉴라고 생각해보자. 뭐가 생각나나. 우동·자장면·라조기·고추잡채. 이것을 일명 ‘깜지’로 외웠다면 우동 몇 번 자장면 몇 번 적고 외워야 한다. 그런데 ‘우짜라고’로 하면 쉽게 외워진다.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외울 게 너무 많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게 곧 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 자체를 어려워한다. 그러나 외우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아서 어려울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 외우게 해라. 또는 그림을 그려서, 노래를 만들어서 외우게 해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외우기 시범을 보일 때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안 되더라도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노래가 엉망이어도 재미있게 외우게 하는 일이다. 아이는 “뭐야, 말도 안 돼”라면서 혼자 있을 때 해본다. 외우기는 ‘외워야 할 내용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여기게 해야 한다.

야단치기 전 ‘썩소’라도 지어라

아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봐라. 아이가 그냥 넘어가면 바로 야단치지 마라. 야단치면 아이 마음속에 두려움이 싹튼다. 틀린 문제를 발견하는 순간에 ‘썩소’라도 지어보자. 미소를 지으면서 “아들, 어디서 본 문제 같은데 한번 찾아볼까”라고 해야 한다. “왜 틀렸을까”라고 시간을 주면서 아이가 생각하는 과정을 지켜봐라.

스스로 학습법은 곧바로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생을 살아가면서 아이가 어떤 문제나 어려움을 접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학원을 다녀도 좋다. 기초가 부족하면 학원에서 도움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에다 떠먹여주는 학원에서는 결코 스스로 공부하는 단계를 가르쳐줄 수 없다.

스스로 학습법을 익힌 학생은 두고두고 부모에게 감사할 것이다. 공부하는 재미, 어렵고 낯선 내용을 접하더라도 해결 방법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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