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거리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대를 만난다.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서명대의 슬로건처럼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역차별적인지’는, 전혜원 기자가 〈시사IN〉 제669호에서 이미 심도 깊게 다룬 바 있다. 씁쓸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공공부문 정규직이 일자리라기보다 신분이나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이슈는, ‘그 신분을 누가 차지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이다.

이에 대해 ‘공기업은 누구를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가’라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답에 따라 ‘운영 목표’가 바뀐다. 민간 주식회사의 경우, ‘주인은 주주다. 기업은 주주를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글로벌 대세. 그렇다면 기업의 운영 목표는 주주에게 많은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주인-대리인’)일 뿐이므로 주식가치 높이기에 몰두해야 한다. 주주들은 경영자가 노동자에게 선심(?)을 쓰거나 과도하게 투자해서 주주의 몫을 줄이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래서 경영자 감시·감독 기구를 꾸린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자 개인’과 주주들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장치를 만든다. 주식가치가 오를 때 경영자 개인도 큰돈을 벌 수 있게 하면 된다(예컨대 스톡옵션). ‘나(주주)’와 ‘대리인’의 이익이 일치해야 ‘대리인’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다(공공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청와대와 정부·여당 내의 다주택 고위직들에 대한 주택 매각 요구는 ‘솔선수범’이나 ‘자기희생’과 별도로 매우 합리적이다. 정책과 그 입안·집행자 개인의 이익이 180° 다르다면, 누가 그런 정책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가 민간기업처럼 단순하지 않다. 얼핏 보면 공기업 경영자는 대리인이고 정부가 주인이지만, 정부 역시 국민의 대리인일 뿐이다. 이처럼 복잡한 ‘주인-대리인’ 구조 때문에 공기업의 진정한 주인(국민)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주인의 존재감이 모호한 가운데 정부 인사, 정치인, 공기업 경영진과 노동자 등 다른 개별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경합한다. 공기업은 시장경쟁과 인수합병, 파산 위험에서 제외되어 있으므로 이해관계자들은 비교적 평온한 심정으로 서로 싸우거나 담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는 공공부문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개별 이해관계자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기여하도록 통제해야 했다. 공기업 정규직이 특권적 신분으로 인식되는 사실 자체가 국가의 공공부문 통제가 실패했다는 의미다. 공공부문의 ‘주주’인 시민들은 그 정규직이 특권으로 여겨질 만큼 차별적 자리가 되어 이를 둘러싼 민망한 싸움이 벌어지기를 원치는 않았을 터이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