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6월9일 청년유니온 주최로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여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이 대체로 영세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반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역시 한국 사회의 취약한 이들이다.

주휴수당 논의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휴수당이란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치 일당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주 1회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루 8시간씩 한 주에 5일을 일했다면, 40시간치 시급에 8시간치 시급을 추가로 받는다. 근로시간에 20%가 가산되는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 8590원의 20%는 1718원이다. 경영계가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이 1만308원(8590원+1718원)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주휴수당은 임금의 약 16.7%(1718원÷1만308원)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비중이다.

주휴수당은 월급제 노동자의 이슈는 아니다. 이미 월급에 포함되어 계산되기 때문이다. 시간제 노동시장에서도 주휴수당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2011년 가을,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커피 전문점 7곳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체불임금 추산액만 197억원이었다. 이후 주휴수당은 시간제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업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만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일주일에 15시간도 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유급휴일까지 보장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그 자체로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국면에서 주휴수당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그리 높지 않았을 때는 주 30시간으로 한 명을 쓰는 대신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두 명을 쓰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다(사람 뽑고 관리하는 일도 비용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적 선택이 되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를 쓰면 임금의 16.7%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아낄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퇴직금과 연차휴가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 또 4대보험 중 산재보험만 적용된다(고용보험은 3개월 이상 일하면 가입되지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대에 그친다). 사업주가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의 사업주 부담분을 안 내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저런 항목을 합치면, 초단시간 노동자를 쓰는 것만으로 대략 30%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러면 기업 처지에서는 초단시간 노동자를 쓸 유인이 발생한다. 2011년 청년유니온이 커피 전문점 주휴수당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커피빈이 아르바이트를 주 15시간 미만으로 돌린 적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67만9300명, 2018년 75만6000명, 2019년 93만2000명에 달한다.

ⓒ연합뉴스6월11일 2021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노동시간 쪼개기’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

각각 16.4%, 10.9% 오른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지난 1월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노동시간 쪼개기’의 영향이 정확히 어떤 계층을 타격했는지가 보인다. “소득이 가장 낮은 1~2분위는 2019년 시간당 임금인상률이 8.3~8.8%로 높지만, 월 임금인상률은 -2.4~-4.1%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고용주들이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해서, 노동시간 쪼개기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주당 노동시간이 1분위는 2.8시간, 2분위는 3.1시간 감소했다. 특히 1분위에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8년 33.7%에서 2019년 41.9%로 8.2%포인트 증가했다(김유선,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

그런데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지 아닌지’가 ‘임금의 16.7%’라는 현격한 차이를 정당화할 만큼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차이일까? ‘주 15시간’이라는 기준에는 어떤 이론적 근거도 없다.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노동조건이 현격히 분절되고,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그 결과 전체 노동시장 구조가 더 나빠진다면,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은 아닐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각종 노동법상의 권리를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 대한 주휴수당 미지급이 차별이라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도 일한 시간에 비례해 주휴수당을 주는 것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 전공)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지난 2년간 풍선효과가 너무 커졌다.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면 소득이 불충분한 사람들이 소위 ‘N잡러’로 내몰린다. 이들 중 일부는 플랫폼 노동으로 뛰어든다. 결과적으로 사회연대와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 초단시간 고용의 유인을 줄이는 게 우선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인상과 별개로 16.7% 오르는 효과가 있다.

다른 하나는, 주휴수당을 무급화하는 방안이다. ‘주휴일’은 보편적이지만, 주휴‘수당’은 세계적으로 없는 제도다. “최저임금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서 주휴일을 유급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김홍영, 최저임금 비교대상임금의 범위 조정, 〈노동법학〉 제66호, 2018년). 그런데 주휴수당을 그냥 0원으로 만들면, 주휴수당을 받던 노동자들은 임금이 16.7%만큼 깎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고려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렇다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으면 어떨까? 그러니까 주휴수당을 무급화하되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휴수당의 기본급화’다. 이 방법 역시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임금을 16.7% 올린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를 쓸 유인이 줄어든다. 최저임금을 직관적이고 명시적이고 단순하게 만드는 부수효과도 있다.

주휴수당의 문제 중 하나는 계산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러면 사업주가 몰라서 못 주거나, 알면서도 떼어먹는다. 위반해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이 편의점·음식점·카페에서 일하는 39세 이하 노동자 66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8일에서 6월7일 사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주휴수당 지급 대상인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62.5%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위반은 형사처벌 사안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편이 위반이 잘 드러나 사업주의 준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기도 더 쉽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쪼개기 고용’을 양산할 뿐 아니라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금의 주휴수당은 취약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본다. 주휴수당 기본급화가 취약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주휴수당은 개근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데, 주휴수당을 기본급으로 만들면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여성·청년·노인이 대부분이다.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사람들이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다면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수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현실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고 최저임금을 23% 인상한다고 하면, 숫자는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원래 주휴수당을 주던 자영업자는 6.3% 인상분(23%-16.7%)만 더 감당하면 된다.

그러나 난관이 적지 않다. 첫째,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주휴수당 문제와 관련된 합의는 권한 밖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국회에 권고한다 해도 주휴수당 기본급화까지는 무리라고 본다. 둘째, 근로자 위원으로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참여하는데, 이들 ‘조직노동’이 주휴수당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을 주휴수당 포함 시간당 1만770원으로 약 25% 올리되 주휴수당을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도 전면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주 15시간 미만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주휴수당 기본급화는 시기상조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받아야 생계가 보장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동결만 막아도 선방이라는 체념도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주휴수당이 무급화되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오르고 이는 조직 노동자들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급 통상임금이란 한 달에 받는 통상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이걸 기준으로 연장노동수당을 계산한다. 그런데 이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집어 넣는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인데, 여기에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20%가 붙어서 209시간이 된다. 분모가 커지니까(174시간→209시간), 시간급 통상임금은 내려간다. 만약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면, 분모가 174시간이 된다. 시간급 통상임금이 올라가고, 이러면 노동자가 받는 연장근로수당이 늘어난다.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각종 수당도 올라간다. 이론상 주휴수당 무급화가 노동자(시급으로 계산된 월급을 받는 생산직 노동자 등)에게 이득이기 쉽다.

ⓒ시사IN 신선영전체 노동자의 4.5% 수준인 초단시간 노동자는 대변하는 조직이 마땅치 않다.

최저임금의 진짜 당사자는 누구인가

노동자에게 이득인데 왜 적극 주장하지 않을까? 복잡한 맥락이 있다. 주휴수당 무급화로 인해 시간급 통상임금이 올라도 그걸 이유로 사측이 연장노동을 줄일 경우 연장·특근수당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본급이 낮고 각종 수당의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가 문제의 바탕에 있다. 현장의 혼란과 반발을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설득하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노조가 제대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 역시 방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종전 임금 보전’을 명시한다 해도 현장에서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시간급 통상임금 인상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빠르게 늘고 있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5% 수준이다. 대변하는 조직도 마땅치 않다. 주휴수당 무급화를 고리로 이들의 권리(연차·퇴직금·사회보험 등)를 찾아오는 식의 타협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재난 앞에 최저임금의 진짜 당사자는 누구인지, 최저임금을 감당 가능한 폭으로 인상하면서 가장 취약한 이들의 권리를 끌어올릴 방법은 무엇인지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댈 때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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