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산, 봉오동의 기억
최성주 지음, 필로소픽 펴냄

“최운산 장군의 무장독립전쟁 재조명은 선조들의 저항정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홍범도 장군이 이끈 독립군만으로 일본군을 대파할 수 있었을까. 봉오동은 장기간에 걸친 독립군 양성 기지였다. 간도 제1의 거부 최운산 장군이 결성한 사병부대가 그 효시다. 조선 각지의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1915년에 이미 봉오동
산 중턱에는 연병장과 막사, 토성까지 갖춘 군사기지가 들어섰다. 임시정부 창립 이후 최 장군은 이들을 기반으로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했다. 이듬해에는 간도의 독립군이 하나로 뭉쳐 ‘대한북로독군부’가 들어섰다. 홍범도 장군이 합류하기 전에 봉오동은 싸울 준비가 끝나 있었던 것이다. 필자 최성주씨는 최운산 장군의 친 손녀다. 집안 어른들이 전해준 최장군과 봉오동 전투 이야기를 문헌과 증언을 통해 복원했다.

 

 

 

 

 

저도 의학은 어렵습니다만
예병일 지음, 바틀비 펴냄

“의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상식이지만, 왜 그런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산화질소’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의학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다. 산화질소는 전신운동을 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혈관을 확장시켜준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심혈관 위험인자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두드러진 효과를 보인다.
의학교육학과 교수인 저자가 의료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망라했다. 얼굴이 누렇게 뜨는 이유 같은 건강상식부터 왜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졸업해야 하는지까지, 에세이 쓰듯 쉽게 설명했다. 자그마한 궁금증에 책을 들었다가 의료기관 민영화나 원격진료 같은 당대의 첨예한 문제에까지 쑥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동아시아 펴냄

“많은 독자가 보내준 응원은 뒤집어 생각하면 평소 국민이 언론사에 갖는 불신의 방증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배우 심은경씨가 주연을 맡은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이다. 사회부 기자로 부패 스캔들 기사를 주로 써온 그는 한 기자회견 이후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날, 관방 장관에게 그가 던진 질문은 23개. 이 회견 영상은 꽤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앞뒤 없이 돌진하는 한 기자의 성장·취재기를 담고 있다.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실제로 그런 편이다. 일부러 파악하려 하지 않기도 한다. (중략) 앞으로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이런 캐릭터의 기자. 좌충우돌하며 때로 덜컹거릴지라도, 막 응원하고 싶어진다.

 

 

 

 

 

 

 

저기 어딘가 블랙홀
이지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어쩌면 지구를 이해하기에 인간이 가진 그릇은 너무 작은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쩐지 막막하다. 막힌 하늘길이 뚫린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마음껏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좁아지던 찰나, ‘논픽션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가 눈에 띄었다. 지구과학과 천문학을 공부한 저자가 세계 여행을 다니며 쓴 글이다. 저자는 여행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생명과 과학을 발견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기록했다. 사바나의 알싸한 풀냄새와 적막한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칠레 해변 라세레나의 파란색 코로나 등 저자가 목격한 풍경을 통해 생전 가보지 않은 곳을 잠시 상상할 수 있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저자만의 관점이 돋보인다.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함께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됩시다.”

“그런 부정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도 세상이 안 바뀌는데 어떻게 정신건강을 지켜냈어요?” 저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고통 받는 여성을 보며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게 포르노의 지배적 문법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사회다. 현실의 폭력은 늘 상상을 넘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인 저자는 ‘같이’ 고통받았기 때문에, 언제나 지금보다 괜찮아지고 싶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의 대중화 현상이 일어났다. 페미니즘이 소수의견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공통 상식이 되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했다. 지금 시기, 페미니즘이 대중화된 이유는 무엇이고, 여성을 향한 폭력은 어떻게 디지털 사회 초기 자본의 축적 수단이자 남성 연대의 산물이 되었을까.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신소윤·김지숙 지음, 다산북스 펴냄

“과연 가족을 살 때 치러야 할 적당한 가격은 얼마일까?”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에게서 비린내를 맡을 때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강아지 경매장을 떠올린다. 손바닥보다 작은 강아지 수백 마리의 연한 체취가 쌓이고 쌓여 참을 수 없이 진한 비린내가 났다. 낙찰자에게 강아지를 전달하는 직원들이 통로를 지나갈 때면 비린내는 속을 메스껍게 했다. 여기는 지옥의 다른 형태구나, 경매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한겨레〉 신소윤·김지숙 기자는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90일 동안 경매장을 중심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쉽게 ‘사고, 팔고, 버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누군가 추천의 글에 적었듯 ‘10년쯤 후에는 이 책이 반려 산업의 일대 혁명을 가져온 책’이 되면 좋겠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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