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6월10일 쿠팡 오산물류센터 입구에 설치된 부스에서 노동자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전미영씨(45·가명)는 코로나19 확진자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4월28일부터 5월25일까지 일했다. 5월26일 새벽,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날 확진되었다. 전씨의 남편과 딸도 다음 날인 5월27일 나란히 확진되었다. 남편은 급성호흡부전과 심정지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전씨와 그의 딸은 입원 중이어서 남편이 이송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40명을 넘어섰다.

전씨가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지 않다. 남편이 다니던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워졌다. 남편은 일을 그만두었고, 설상가상으로 시아버지가 의료사고를 당했다. 남편은 백방으로 다니며 증거를 모았고, 취업준비생인 딸은 2월 예정이던 대학 졸업이 코로나 때문에 밀렸다. 전씨가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서 쿠팡 부천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발견했다. 4월28일,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전씨가 일한 쿠팡 부천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영하 18℃의 냉동창고, 영상 1℃의 냉장창고, 영상 10℃의 상온창고로 분류된다. 전씨는 냉장창고에서 포장업무를 담당했다. 쌀·김치·우유·과일 등 상품을 박스에 담고 송장을 붙여 레일에 태워 보낸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전씨의 동료들은 수천 명에 달한다. 전씨가 수행하는 포장 외에도, 상품을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창고에 진열하고, 진열대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 포장인력에게 가져다주며, 포장된 상품을 지게차 등으로 옮겨 배송지역으로 내보내는 업무 등이 노동자들에게 배분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일용직·계약직이다. 쿠팡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물류센터 운영) 소속이다. 세상은 쿠팡의 자체 배송인력 ‘쿠팡맨’(역시 쿠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 소속.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구성된다)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로켓배송’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과 계약직 없이는 굴러가지 않는다.

이번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물류센터의 코로나19 전수검사 대상 종사자 5008명의 구성을 보면 정규직 98명, 계약직 984명, 일용직 2886명(감염 의심 기간에 일한 모든 종사자를 합산한 수치) 등이다. 계약직 전씨는 노동자들의 구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업 망한 분,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잃었거나 갑자기 무급휴직을 당한 분, 용돈 벌려고 온 젊은 사람…. 대체로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어 삶의 최전선에 있는 분들이 마지막으로 몰리는 곳 같다. 여긴 아무 조건 없이 받아주니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9000원대 시급을 받으며 밥 먹는 1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8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왔다.

ⓒ김흥구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임시 폐쇄된 쿠팡 부천물류센터.

전씨는 쿠팡 측의 감염 관리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출근하면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한 번 짜주는 게 끝이다. 코로나 관련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냉장시설이라 환기를 일절 할 수가 없는데, 일하는 동안에는 1분도 쉴 시간이 없다. 추운 곳에서 마감 시간에 맞춰 물량을 내보내야 하니 입으로만 숨을 쉬게 된다. 마스크가 금방 젖어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렸다가 다시 쓰는 사원도 있었다. 마감 시간이 되면 ‘캡틴’이라 불리는, 빨간 조끼를 입은 관리자들이 마스크도 안 쓴 채 작업장을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질렀다. ‘빨리빨리 하세요! 마감 맞추세요!’ 하고.” 오후조 마감 시간은 오후 7시20분, 9시50분, 다음 날 새벽 1시, 1시50분 네 차례다. 새벽 1시와 1시50분이 가장 바쁜 시간대다. “작업하려면 PC나 스캐너를 맨손으로 만져야 한다. 그 많은 사람이 24시간 만지는데 소독제나 소독 티슈도 없었다. 우리끼리는 ‘만약 여기 코로나 환자 한 명 뜨면 직장폐쇄다’ 그렇게 말했다.”

“나머지 근무자들은 그냥 일하면 된다”  

5월24일 오후 5시 전씨가 출근했더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다른 근무자들에게 물어보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첫 확진자는 5월12일 하루 포장업무를 맡은 일용직으로 알려졌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씨는 첫 확진자가 근무한 그날 오후 5시~새벽 2시의 포장업무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전씨를 포함한 복수의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들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확진자 관련 사실관계를 노동자들에게 정확히 전해주지 않았다. ‘밀접접촉자를 호명할 테니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며 ‘방역을 철저히 했으니 나머지 근무자들은 그냥 일하면 된다’고 할 뿐이었다. “언제, 어느 시간대에, 어디서 확진자가 나왔느냐고 물어도 ‘모른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관했다. 그날도 정상근무를 했다. 2시간 연장근무를 한 사람도 있었다.”

전씨는 이튿날인 5월25일에도 오후 5시에 정상 출근했다가 7시께 조퇴하라는 지시를 받고 집에 돌아갔다. 그다음 날 확진되었다. 전씨는 근무 중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사람이 모이는 직원 식당에 가지 않았으며, 통근버스도 타지 않았지만 감염을 피할 수 없었다.

하려던 일이 코로나19로 중단되어 5월10일부터 이곳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5월27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20대 ㄱ씨는 “일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반경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2층에 하나 있는) 휴게공간도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우리가 알아서 거리를 두었지, 쿠팡 쪽에서 ‘거리를 두라’는 지침은 없었다.” 그는 유일한 휴게시간인 1시간의 식사 시간에도 손을 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밥 먹으려고 줄 서는 시간이 길다. 손에 먼지가 끼어 있는데 손도 못 씻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갈 때도 빨간 조끼를 입은 관리자에게 말한 뒤 데스크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야 한다.

유치원 등에서 체육 강사로 일하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 동안 일감이 끊겨, 4월9일부터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는 ㄴ씨(28)는 귀가한 뒤 얼굴에서 열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추운 곳에 있다가 상온으로 돌아와서 열을 느끼는 것인지 혹은 정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잤다. 아침에 이상이 없으면 ‘병이 아니었구나’라고 안심하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의심 증상이 느껴진다 해도 회사에 나가야 한다. “아프더라도 일단 출근하고 나서 조퇴하는 게 보통이다. 계약직은 3개월-9개월-12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데,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으면 페널티가 있기 때문이다.”

냉동창고에서 일할 때 필요한 방한복과 안전화는 모든 직원이 돌려썼다. 신경이 쓰였지만, 기껏해야 개인적으로 마련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개인 방한복이나 안전화를 달라고 요구했다간 나중에 일감 배정이나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ㄴ씨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다시 구한 본업 거래처를 자가격리 때문에 잃어야 했다.

ⓒ독자 제공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 포장업무 라인.

취약한 노동환경이 공동체에 요구하는 대가

부천물류센터는 폐쇄되었지만, 다른 물류센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2018년 12월 문을 연 오산물류센터는 부천물류센터의 모델이 된 곳이다. 역시 신선식품을 취급하며 내부 근무환경이 사실상 같다. 이곳에서 1년째 일용직으로 일하는 ㄷ씨는 부천물류센터 집단감염 이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천 사태가 터진 다음 날부터 식당에 칸막이가 설치되었다. ‘코비드 와처’라는 인력이 마스크 착용을 단속하고 흡연장 밀착 접촉을 금지시킨다. 그러나 환기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현장의 근무환경은 그대로다. 지금도 일용직은 방한복을 돌려 입는다.”

쿠팡 측이 부천 집단감염 이후에야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ㄷ씨는 팬데믹 이후 배송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코로나19로 주문량이 폭발하니 일용직 중심으로 인력을 1.5배 이상 뽑았다. 현장에서는 출고와 마감 시간이 가장 긴급한 사안이다. 방역이나 위생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ㄷ씨는 ‘특정 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물류센터 집단감염을 어느 정도라도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초창기에는 ‘다음 날 배송’만 있었는데 이제는 ‘다음 날 오후 6시 이전 배송’이라고 시간이 찍힌다. 현장 근무자들은 마감에 쫓기고, 관리자들은 방송으로 ‘○○○○(전화번호 뒷자리) 사원님’이라 부르며 닦달하고 고함지르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팽배해 있다. ‘사원님 같은 분은 우리 센터에 필요 없다’고 공개 망신을 준 관리자도 있었다. 배송 시간을 꼭 명시해야 하는지 다시 고려해봐야 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이런 일용직·계약직들이 쿠팡 부천물류센터 집단감염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팡 근로자모임 뭉쳐야 산다’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개설되었다. 이들은 근무환경 개선 요구안을 취합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전씨 남편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을 널리 알리려 노력 중이다. 이 채팅방에서 활동 중인 40대 고 아무개씨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돼 최근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는 쿠팡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했다. “쿠팡은 코로나 국면에서 로켓배송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터에서 밀려난 여행사 사장님, 무급휴직자, 자영업자들과 저소득층을 갈아 넣어 가능한 특수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물류센터의 취약한 노동환경이 공동체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좋은 노동환경은 좋은 방역으로 연결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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