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 앞, 대로변 허름한 상가에 노숙인을 위한 작은 교회가 있다. 교회라기보다는 쉼터에 가깝다. 2011년 문을 연 드림씨티교회는 갈 곳 없는 노숙인들에게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고 목욕과 이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에게 양·한방 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24시간 문을 닫지 않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으며, 재정과 운영이 투명한 교회. 이곳을 지키는 우연식 목사(57)는 10년째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우 목사가 노숙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우 목사는 2005년부터 6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홈리스’를 대상으로 사역을 펼쳤다. 그때 경험이 귀국 후 우 목사를 서울역으로 이끌었고, 노숙인과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10년간 노숙인은 차츰 줄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감염 사태 이후 노숙인들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6월3일 방문한 드림씨티교회는 1층 쉼터의 좌석을 줄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실내 출입을 못하도록 하는 등 방역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마스크나 생필품이 필요한 노숙인에게도 긴급 지원을 이어갔다. 하지만 ‘노숙인은 방역에 더욱 취약할 것’이라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의료 서비스 등 주요 활동은 여전히 ‘멈춤’ 상태다. 반면 이곳을 찾는 노숙인은 조금씩 늘고 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노숙인 지원 단체나 센터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멈추면서 노숙인들의 서울역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다가올 무더위도 걱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노숙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점점 고착화될까 봐 우려스럽다. 공적 지원체계가 닿지 않는 경우도 마주했다. 드림씨티교회를 찾는 노숙인 가운데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불명확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우연식 목사는 “우리마저 문을 닫으면 여기 있는 분들이 갈 곳이 없다. 우리도 방역을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예배도 멈추고 있다. 하나님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라며 ‘예배하지 않는 교회’가 된 사연을 설명했다. 우 목사는 노숙인을 지원하는 것이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정책은 결국 사회 전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질병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부터 파괴한다. 소외된 삶을 꾸준히 살피기 위해 ‘쉼터가 된 교회’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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