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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나눔의집 직원들이 〈시사IN〉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민 후원금이 ‘법인’으로 흘러갈 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는 극히 일부만 전출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초반만 해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는 아직 불거지지 않았다. 기사를 준비하던 중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렸고 정의연에 대한 온갖 뉴스가 세상을 뒤덮었다. 불안했다.

5월18일 〈시사IN〉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역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집’과 ‘정의연’을 구분하지 않았다. 나눔의집은 조계종 승려들이 이사로 재직 중인 사회복지법인과 이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요양·보호 시설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보도 직후 사건을 잘못 해석한 극우 유튜버들이 나눔의집을 찾아와 정의연을 비판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사안을 정치적으로 오독하는 사례가 줄지어 뒤따랐다.

정의연보다 나눔의집 문제가 더 시급하고, 더 절박하다. 증거도 넘친다. 이사회 기록에는 조계종 승려들이 후원금을 아끼라고 지시·독려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이들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경기도와 경기도 광주시청은 여전히 굼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월20일 “책임은 책임이고 헌신은 헌신이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지만, 그에게 과연 나눔의집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눔의집 파행 운영의 중심에는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전 나눔의집 상임이사)이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이재명 지사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지사가 과연 자신을 위해 탄원서를 써준 인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부디 ‘괜한 걱정’이길 바란다.

나눔의집 내부고발자인 직원들은 그들의 인생을 걸고 잘못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러나 이사회의 자기반성은 아직 요원하다. 6월2일에 열린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에서 조계종 승려들은 실무 운영진인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의 사직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사회 차원의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꼬리 자르기다. 더 큰 책임은 후원금을 아껴서 땅을 사고 요양원을 지으라고 지시한 이사진에게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오래된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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