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여느 때보다 조용했던 캠퍼스의 봄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 등교 시기를 놓고 고민이 많은 초·중·고교와 달리, 많은 대학이 강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1학기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재확산 조짐 이후, 대면 강의가 허용됐던 일부 수업이 다시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기지개를 켜던 대면 강의 계획들이 연기되었다. 벌써 5월 말이니 불필요한 계획으로 남길 바랐던 비대면 기말 평가를 실행에 옮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3월 ‘온라인 개강’이 결정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혼란을 예상했다. 온라인 수업용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서툰 시니어 교수들,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놓을 학생들, 평소 버벅거리던 캠퍼스 내 무선인터넷을 걱정했다. 이들을 지원하고 달래고 보수하느라 진땀 흘릴 행정 부서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우리 방역체계와 시민의식에서 본 것처럼, 캠퍼스 구성원들은 마주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했다. 불만과 항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개별 대학과 수업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도전해보지 않은 일을 치러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고 자평해본다.

물론 아무리 ‘인강’에 익숙한 세대라고 하지만 등록금을 지불한 학생들 처지에선 온라인 수업이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수업만이 아니다. 체육관·도서관 같은 학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기숙사에 머무른 학생들은 격리 공간 마련 때문에 방을 옮겨야 하는 일이 번거로웠고, 대구·경북 지역이나 해외에서 온 이들은 2주간의 격리 생활이 답답했을 것이다. 구성원 모두 잘 견디고 이해해주었다. 기꺼이 희생해주었다.

우리의 인내와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학기(혹은 다음 학기에도 계속될지 모를) 온라인 수업의 경험을 정책적으로 잘 활용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이번처럼 대규모의 교수와 학생이 동일한 시기에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는 상황은 전례 없이 독특한 일이고, 어쩌면 기회일 수 있다. 사회적 재난에 의한 비자발적 선택이지만, 비대면 교육 경험이 대학 교육의 방식과 만족도 면에서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되도록 고심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대학과 온라인 공동수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실험에 도전하고, 대학이 이를 적극 장려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국내외 대학의 비슷한 강의와 온라인 공동 수업을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 중 소규모 그룹 토론을 통해 강의실 토론과 온라인 토론의 효과를 비교·분석할 수도 있다. 여러 방식으로 도전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대면 방식이 좀 더 효과적인 강의’ ‘온라인과 접목했을 때 효율적이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강의’ ‘100%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문제없는 강의’ 등이 구분될 것이다. 분야별(인문·사회·이공계 등), 과정별(학·석·박사 과정), 수업별 대면-비대면 강의의 본보기도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점차 온라인 수업이 확산된다면 평가 방식과 공정성, 수업 참여자 간 상호작용의 필요성 등 깊이 생각하고 논쟁해야 할 이슈 또한 많아질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와 수강생들이 어울리며 맥주 한잔 기울이는 시간도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과도기의 혼란을 감수하고 대학 교육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면, 결국 지금보다 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교육 실험에 나서볼 만하지 않을까.

기자명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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