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5월10일 육가공 기업 베스트 플라이슈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도축 가공 공장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독일 사회의 문제로 등장했다. 지난 5월17일 독일 니더작센주 오스나브뤼크군은 지역에 위치한 육가공 기업 베스트 플라이슈(West Fleisch)의 도축 가공 공장에서 직원 9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 중 다수는 도급업체 소속의 동유럽 외국인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은 약 2주일 전에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또 다른 도축 가공 공장에서 250여 명에 달하는 감염자가 발생해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250명은 해당 공장 직원 가운데 20%에 이르는 숫자다.

가장 먼저 집단감염이 발생한 도축공장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뮐러 플라이슈(Müller Fleisch) 공장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도급계약 노동자 3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공장 직원 3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걸린 셈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루마니아 노동자는 500여 명에 달한다. 언론이 주목한 것은 하도급 노동자들의 공동 숙소였다. 35평 규모 숙소에서 16명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까지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외국인 도급계약(Werkvertrag)’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전반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휴식 없는 긴 노동시간과 적은 임금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도급계약 노동자의 경우 본회사의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도급업체와 본업체 간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임금이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도급계약 노동자의 경우 도급업체로부터 시간이 아닌 업무 할당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기도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일어를 하지 못해서 노동보호법이나 건강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급계약이 육류산업의 근본 문제다”

육류 도축 가공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특히 루마니아 노동자의 도급계약이 증가했다. 식음료·숙박업 노조(NGG) 부대표는 풍케 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에 육류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그는 기업의 핵심 분야에 대해 도급계약을 금지하는 조치 등 투명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소속인 후베르투스 하일 연방 노동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보호법의 개정을 제안했다. 그는 “더는 이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고, 도급계약이 육류산업의 근본 문제다”라며 업체 점검 비율을 더 높이고 벌금 또한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5월20일 연방 내각회의 때 도축·육가공 분야에서 도급계약과 파견직 근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노동시간 규정 위반에 대한 벌금도 현재 최대 1만5000유로에서 3만 유로로 높아진다. 노동시간은 전산으로 기록돼야 한다. 이 법안은 2021년 1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지나치게 저렴한 고기 가격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사회당 소속 게오르크 뉘슬라인 원내부대표는 ‘육류 가격 경쟁이 많은 악의 근원’이라며 낮은 가격 때문에 육류산업의 근무조건이 열악해질 뿐만 아니라, 농가가 생존 위기에 빠지고 동물 복지가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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