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1826년 촬영한 창밖 풍경. 인류 최초의 사진으로 추정된다.

20년 전 대학에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내준 첫 과제는 자신의 방을 사진 36장으로 촬영해오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사진 수업 첫 시간에 늘 내주는 레퍼토리이다. 그중 유독 한 학생의 과제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것은 작은 창 안에 드넓은 경주대릉원이 담겨 있는 흑백사진이었다. 자취방이 대릉원 건너편이라는 학생의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는 최초의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수 없었다. 니엡스는 자기 방의 창밖 풍경을 촬영하는 데 8시간이나 걸려서 성공했다. 이 사진은 인류 최초의 사진이 되었다. 왜 하필이면 창밖 풍경이었을까? 고정된 물체만 촬영할 수 있었던 기술적인 한계도 한 가지 이유일 터이다. 하지만 그 역시 매일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바라보던 첫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싶지 않았을까?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거리의 사진가 개리 위노그랜드는 ‘왜 사진을 찍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사진으로 촬영하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서 찍는다”라고 답했다. 최초의 사진을 촬영했던 니엡스의 동기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이 사진으로는 어떻게 나올까 궁금한 것이 바로 그의 촬영 동기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움을 찾으라고 독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초기 풍경 사진은 전통적인 풍경화의 영향을 받았다. 시골의 목가적 풍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풍경 사진은 자연뿐 아니라 도시로 변화되는 진행형의 풍경과 도시화된 풍경으로 확대되었다. 일상이 바뀌면서 사진으로 바라본 풍경이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통 ‘일상 사진’이라고 부른다. 다만 그 일상 사진들은 호화 레스토랑이나 이국적인 풍광, 천편일률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대부분이다. ‘여행은 일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장되고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그림 같은 풍경만 보다 잃어버리는 균형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된 곳을 ‘뷰티 스폿(beauty spot)’이라고 부른다. 엽서, 여행 브로슈어, 관광 가이드북에서 제공하는 장소들. 뷰티 스폿에서 촬영하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림 같은(picturesque)’ 사진이 만들어진다. 우리를 잠시 현실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자연 풍경으로 이끌어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피난처 구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이상화된 ‘자연’의 이미지는 자연을 우리 삶과는 너무도 멀게, 그리고 잃어버린 풍경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전통적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풍경화는 ‘그림 같은 자연’과 ‘위협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경외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이란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해왔다. 둘 중 하나가 주류를 이룰 때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은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요즘 풍경 사진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 같은’ 사진이 시끄러운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과 함께 보여져야 하는 이유다.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고 거칠지만, 우리 삶의 단면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반짝거리고 보석처럼 미끈하게 다듬어진 풍경과 함께 균형 있게 노출될 때, 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좀 더 근접한 모습이 될 것이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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