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ua Wong 트위터 갈무리조슈아 웡이 자신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화면을보이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때문에 어린이날 고초를 겪은 부모들이 넘쳐났다. 한국이든 해외든 품귀현상 때문에 기계값만 정가의 두 배가 된 지 오래다. 대형마트 등에서 가끔 추첨을 통해 정가에 게임기를 풀기도 하지만, 당첨됐다는 사람은 못 봤다.

무인도 이주를 상정한 이 게임은 얼핏 보면 밍밍하다. 낚시를 하고 곤충을 채집하고, 꽃을 키우고 과일을 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은 하늘을 쳐다보며 소원을 빈다. 다 큰 어른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따라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동숲에는 ‘마이 디자인’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의상부터 깃발, 집을 장식하는 액자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 모동숲의 바다색은 오키나와의 그것과 닮아 나는 해변을 거닐며 종종 남국의 바다를 떠올린다. 모동숲 유저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가상공간에 만족하며 힐링한다.

그런데 이 가상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3월 중국의 몇몇 유저들이 자신의 섬에 오기 위해서는 체온을 재야 한다며 섬 입구에 임시 검역소를 만들었다. 웨이보에 해당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화제가 되면서 곧이어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은 국가 혹은 정권에 대한 찬양이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분위기다. 강화된 애국심 고양 교육의 영향으로 1960년대생 이후 중국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다는 링링허우(零零後, 2000~2009년 출생자) 세대가 모동숲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섬에 시진핑 찬양 구호 등을 적으면서 자신이 ‘애국자’임을 과시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듯, 중국에서 모동숲은 체제 선전과 과시를 위한 도구로 변해버렸다. 한 중국인 유저는 웨이보에 “게임이 정치화되면 게임 자체를 망치게 된다.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로 게임 속에서 반중국 슬로건이 등장한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다”라는 멘션을 올렸고, 이 예언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4월8일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자신이 꾸민 섬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벚꽃이 핀 그의 정원에는 ‘光復香港(광복홍콩)’이라는 문구가 시진핑,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의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LIHKG.com은 이런 디자인과 홍콩 게임 유저들의 온라인 시위 영상이 모이는 곳이다. 여기서는 게임 유저들이 단체로 모여 잠자리채로 캐리 람의 초상화를 난타하거나 촛불을 켜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기원하기도 한다. 현재 다수의 민주계 홍콩 의회 의원들도 모동숲 유저다.

조슈아 웡 트윗 이후 중국 쇼핑몰에서 ‘모동숲’ 사라져

상황이 이쯤 되자 경악한 건 중국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늦은 2020년 1월에야 닌텐도 스위치가 공식 발매됐다. 지금 중국 유저들이 즐기는 모동숲은 해외 수입판이다. 모동숲 게임은 중국 정부로부터 아직 정식 허가도 받지 못했다. 조슈아 웡의 트윗 이후 타오바오 등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해외 수입판 모동숲 게임 카드가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모동숲 판매를 금지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질병 확산을 소재로 한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도 소리 소문 없이 막아버린 바 있다.

모동숲이 만들어낸 중화권 내전에 타이완도 가세했다. 타이완 국무총리 쑤전창은 최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모동숲 게임 플레이어는 정부를 조롱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타이완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이며, 사람들은 플랫폼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원하는 만큼 즐기세요.”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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