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도 무섭지만 ‘낙인’은 더 무서워
  • 변진경 기자
  • 호수 663
  • 승인 2020.05.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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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가 모두 같은 재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전 세계 규모의 최초 사건이다. 동시에 차별, 낙인, 자유, 건강, 인권에 관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시사IN 조남진‘주간 코로나19’ 대담에 참여한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왼쪽부터).

지난 석 달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지금 이 시국에’ 신천지 종교 집회에 가서 예배를 본 중년 여성, 서울 자식 집에 올라온 대구·경북 지역 할머니, 제주도 맛집을 누빈 서울 강남 출신 해외 유학생, 클럽에서 춤춘 게이…. ‘딱 욕하기 좋은’ 정보들이 사방에 흘러넘쳤다. 정보의 출처는 ‘찌라시’도 가짜 뉴스도 유튜브도 아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였다. 방역 당국이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개인정보와 이동경로를 제공하면 언론은 적당히 살을 붙여 확진자의 며칠간 삶을 재구성했다. 확진자의 부주의나 거짓말 같은 소재가 뒷받침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미움의 소재가 된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타인을 비난하고 차별하고 혐오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전제 아래 합리화됐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 인권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 감염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메시지는 이렇게 변형된다. “타인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방역에 더 도움이 됩니다.” 타인을 비난하는 논리나 그것을 참는 논리나 모두 한 가지였다. ‘방역을 위하여.’

그간 처음이고 또 급박해서 논의되고 합의되지 않은 질문들이 산적해 있다. 방역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가 알게 된 수많은 감염자들의 성별, 나이, 주거지, 직업, 동선, 그 외의 숱한 정보가 정말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대체 불가능한 효력을 발휘했을까? 십분 그렇다 치더라도, 그 명분 아래 개인의 여러 권리들이 지금처럼 제한되는 일이 적당하고 타당한가? 방역은 과연 코로나19 시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선, 절대 가치인가? 방역과 인권은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 남을 비난하고 싶을 때 멈추는 마음은 무엇 때문이어야 할까? 방역에 도움이 되니까? 그게 선하니까? 그 이상의 다른 언어가 혹시 필요하지는 않을까?

잠시 벌어지다 말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 질문들을 ‘주간 코로나19’ 아홉 번째 대담에서 풀어놓았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이 질문들을 함께 나눴다. 김승섭 교수는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학문의 언어로 세상에 발화시켜온 사회역학자다. 서보경 교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의료인류학 관점으로 바라보고 공부해온 활동가 겸 연구자다. 3월부터 매주 〈시사IN〉 지면을 빛내온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과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5월18일 저녁 〈시사IN〉 편집국에 모여 3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차별, 낙인, 자유, 건강,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9주간 달려온 ‘주간 코로나19’ 마지막 대담이다.

ⓒ시사IN 신선영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 대명동의 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 입구에 폐쇄 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나?

임승관:오늘 대담 주제인 ‘차별’과 연관된 고민을 품고 지냈다. 이태원 집단감염과 관련해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와 경기도의 협의 자리도 있었다. 만나고 보니 서로의 목적이 같았다.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다. 인권침해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을 텐데, 그럴 때 비난하거나 방어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연결 통로를 만들고 사례를 빨리 공유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명희:지난주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학술대회 ‘혐오와 차별의 유행, 감염병의 정치학’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학계에 발을 들인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나도 온라인 학술대회가 처음이고, 20대 대학생도 처음이다. 코로나19는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같은 처음’을 겪게 한 세계 최초의 사건인 것 같다. 1918년 스페인 독감도 세계적으로 유행했지만 당시 독립운동하던 조선 사람들은 팬데믹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도 전 인류가 경험했다고 하지만 어떤 산골에서는 모를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모두 같은 재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전 세계 규모 최초의 기간 효과(period effect)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연구자로 살아온 김승섭, 서보경 교수 두 분은 코로나19 이후 무엇을 보고 겪고 생각했나?

김승섭:역학자이고 의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감염병 역학자가 아닌지라 처음에는 멀리 있으려고 했다. 긴박한 시기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말을 보태는 게 조심스러워 조용히 공부하면서 뒤에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두 가지 생겼다. 하나는 중국, 대구, 신천지, 성소수자로 이어지는 낙인의 발생이었다. 코로나19가 낙인·차별·건강이라는 내 연구 주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왔다. 또 하나는 감염되어 죽거나 굶어죽거나 두 선택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저소득층 노동자 등으로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이 국면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가 이분들이었다.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에 코로나19와 낙인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4월 초부터는 서울시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도왔다. 5월 초 이태원 집단감염 사건이 터졌다. 내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떠한 낙인이나 차별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익명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와 성소수자 단체가 만나는 자리에도 전문가로 참석했다. 행정 당국이 코로나19 관련해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공개 표명하더라도 그동안 성소수자에게 쌓인 낙인과 차별의 역사가 장벽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서울시에 조언했다. 굳건히 이 장벽을 감안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서보경:의료인류학자로서 HIV 연구와 동남아시아 보건 건강을 주로 연구해왔다. 올해 2월에도 라오스와 태국(타이)을 거치는 일정을 세팅해놓았었다. 라오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나서야 ‘연세대, 중국·동남아 다녀온 모든 학생 기숙사 격리’ 소식을 포털사이트 뉴스로 알게 됐다. 교직원에게는 그런 강제 규정이 없었지만 학교에 폐를 끼칠까 봐 귀국한 뒤 ‘비자발적 자가격리’를 2주간 했다. ‘연세대 교수 확진자, 동남아 출장 다녀와 거리 활보’ 이런 세간의 추문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있었다.

ⓒ시사IN 윤무영확진자 정보를 알려주는 안전 문자메시지에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한 번씩 겪어본 두려움이었다. 내가 확진자가 되어서 동선이 공개되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김명희:확산 초기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연구소는 어떡하고 대담 같이 하는 〈시사IN〉은 어떡하나 등등.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잘~한다’ 이런 비난을 들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웃음).

서보경:확진자 정보를 알려주는 안전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면 연령, 성별, 주거지 등이 포함돼 있다. 타당한 행정이고 투명한 정보공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령, 젠더, 주거지는 아주 복잡한 사회적 메타포다. 아무리 건조한 방식으로 쪼개서 보여준다고 해도 그 메시지 자체가 매우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임승관: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범위에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한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정보공개가 반드시 전부 필요하고, 언제나 효과적일까? 감염된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면 공개되는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자신의 동선과 겹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명 혹은 수백 명 확진자가 하루 동안 발표되는 시기에, 시군구별로 공개하는 확진자 동선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기대와 달리 너무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개인의 자유권 훼손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펼친 강력한 방역 정책이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과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지, 혹은 유행 확산 단계에서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인지 질문이 필요하다.

김명희:미국 NPR(공영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감염된 사람을 비난하나?’라는 질문을 하더라. 이때 미국은 유행 초기였고, 유명 배우 톰 행크스가 감염되어 소셜미디어에 격려와 응원이 막 올라오던 시점이다. ‘한국은 공동체 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라고 묻더라. 확진자를 공개하는 방식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는 확진자의 경로를 스토리화해서 공개한다. 어디 모텔에 갔다, 속옷 가게를 들렀다…. 이렇게 누구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하나의 스토리가 전해졌다. 묘하게 비난하는 톤의 언론 기사와 그 공생관계인 댓글들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김승섭:확진자가 머물렀던 장소와 시간만이 아니라 나이, 성별과 함께 동선을 일일이 공개한 게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그런 불필요한 정보공개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중요하다. 행정 당국 처지에서 보면 공개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구청으로 엄청난 항의전화가 온다. 누구인지 공개해라, 왜 동선을 공개하지 않나, 이웃 구는 공개한다…. 낯선 감염병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이걸 어떻게 해야 막아낼 수 있는가? 결국 과학적 사고와 정치적 리더십이다. ‘지금 이걸 공개하는 게 방역에 결과적으로 결과가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그 정보를 알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등등. 이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구청장 이상의 레벨에서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상황이 인권 관점에서 그나마 나았던 건 ‘효과적 방역을 위해서라도 낙인을 자제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면모가 있었다는 점이다. 방역이 절대 선처럼 작동하고 있어서, 방역에 도움이 된다면 ‘너의 혐오도 참아야 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먹혔다.

ⓒ연합뉴스5월12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열린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국내 확산 초기, 신천지 신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혐오에는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그때는 ‘혐오와 비난이 오히려 방역을 방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임승관: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었을 때 적극적인 진단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보유자를 찾아내고 감염 전파 사슬을 끊어내야 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숙제였다. 학교나 직장과는 달리 노출된 사람을 알아내기 어려운 공간적 특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다수 포함된 인구집단적 특성 속에서 접촉자의 범위를 세밀하게 결정하기는 당연히 매우 어렵다. 결국 선택하게 된 방식은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고 그 시각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모두 접촉자로 분류하는 것이다. 방문객 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 클럽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전표가 나온 사람, 방역 당국의 발표를 매체로 알게 된 사람들, 이렇게 매우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모두 진단검사 의무가 생겼다. 효과는 강력하지만 여러 문제점도 발생하는 방식인데, 이를 비판하기도 어려웠다. 신천지로 인한 ‘대구 유행’ 당시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집회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고 해당된 모든 사람들을 접촉자로 분류하여 자가격리와 진단검사 의무를 부과했다. 2월의 대구 방식이 5월의 이태원에서 그대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심란했다.

서보경: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격화될 때 HIV 인권운동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었다. HIV 당사자들은 상황을 보는 감각이 달랐다. 저렇게 비난받는다는 게 얼마나 사람을 옥죄는지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해도 되나’ ‘우리는 무슨 활동을 할까’ ‘사망자들을 어떻게 애도할까’…. 당사자 활동가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HIV 인권운동의 역사가 코로나19 시대에 말해주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서보경:메르스 때나 지금이나 ‘청정구역’ ‘종식’ 같은 용어를 많이 쓴다. 사실 HIV 인권운동에서는 오랫동안 ‘청정구역’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무엇으로부터 청정하다’고 명명하는 순간 ‘이 청정한 공간을 오염시키’는 누군가를 배제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여러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기본들은 1987년 처음 만들어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의 주요 원칙들과 많이 맞닿아 있다. 당시 법이 정한 HIV 감염자 관리 원칙은, 명부를 작성해 찾아내고 격리해서 치료하며 전파 매개 행위를 무거운 형벌로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낙인과 차별의 역사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오래 경험한 사람은 HIV 감염자일 것이다. 우리가 HIV 정책에서 큰 변화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염병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역시 만들어내지 못한 게 아닐까.

코로나19 관리에서 국가의 ‘처벌’ 의지가 종종 표명된다.

서보경:특정 집단이 검사받을 의무를 지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 권리를 국가가 지녔다. 이전까지 법으로 규제하지 않았던 광범위한 사회적 행동을 감염병 때문에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어떻게 합의할지,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나 역시 당시 이태원에 있었다면 무증상이라도 자가격리를 하고 검사받으러 가야 했다. 나는 재택근무하면 되지만, 이제 막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부장님, 제가 이태원에 다녀와 이런 행정명령을 받았으니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나? 지금의 법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명희:이동통신 기지국까지 털어서 방문자를 찾아낸다고 하는데 소름이 끼쳤다. 지금 대통령 지지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지만, 앞으로도 민주적인 마인드를 지닌 정치인이나 정당이 천년만년 집권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역학조사하지 말라고?’라는 반문이 나온다. 1 아니면 2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

임승관:지난 3월4일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됐다. 대체로 필요한 개정이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특히 ‘감염병 의심자’를 정의하는 항목이 신설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실상 거의 모든 시민이 감염병 의심자로 분류되어 개인 권리의 제한이 가능한 관리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법 개정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 철저한 방역이 절대 선, 절대 가치처럼 얘기되고 있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합리적인 좌표가 있을 텐데 지금은 상당히 일방적이다. 정책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위원회는 감염병 관련 공무원, 의료인, 전문 학자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위원회에 개인의 인권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사람, 정책의 효과를 비용-편익적으로 분석할 사람, 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중심으로 사유하고 판단할 사람은 보통 초대되지 않는다.

김승섭:감염 환자를 최소화하는 정책과 함께 인권이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감염병 의료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과학이고 나머지는 나쁜 의미의 정치로 치부해버리는 분위기가 있다. 과학이 생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권고할 때, 정치는 그 권고를 한국 상황에 맞춰 때로는 따르고 때로는 어느 수준에서 타협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과학은 선한 의도, 정치는 뭔가 방역에 방해가 되는 불순한 의도인 양 취급하는 여론이 있었고 그것이 많은 중요한 논의를 막았다.

ⓒ시사IN 조남진서울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에 집합금지명령 안내판을 붙였다.

원래 약자이고 차별받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위기로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기저질환자’라 불리는 원래 아팠던 사람들, 특히 코로나19 외 다른 감염병 환자들에게 지금은 어떤 시간일까.

서보경:메르스 때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전담병원이 되면서 HIV 감염자들이 모두 병실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그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공공요양병원부터 일반 병원까지 일일이 전화해서 HIV 감염인 입원을 문의했는데 한 곳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모든 위기 대응이 코로나19에 쓰이면서 다른 환자들의 진료나 수술이 거부당하거나 미뤄졌다. 어쩌면 누구나 진료 거부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가 확인시켜준 거다. 많은 사람들이 그간 HIV 감염인 진료 거부를 보며 ‘낙인과 차별이 심하고 무서운 병이지, 고생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대구에서 터졌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HIV 감염자의 건강권을 포함한, 모두가 진료 거부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이야기해야 한다.

김승섭: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약은 전 세계적인 과학 역량이 총동원돼 개발되고 있다. HIV 약도 비교적 빨리 개발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환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로 후진국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결핵과 말라리아는 그 정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다. 결핵 약도 수십 년간 개발이 정체되고 그대로이다.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임승관:사실 지금은 급성기 환자들 문제가 심각하다. 빠른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방역 중심적 의료 정책 때문에 병원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건강을 지키지 못하거나 생명을 잃는 사람이 많을 거다. 지금 대학병원 응급실에 위중한 환자가 이송되어 심폐소생술이 일어나면, 의료진들이 레벨 D 보호구와 전동식 공기정화 호흡장치를 착용하고 음압텐트 같은 별도의 공간으로 옮겨 실행한다. 의료장비도 평소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동맥혈 가스검사 같은 기본 혈액검사 시행도 제한된다. 평시 대비 응급처치를 받고 소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잘 드러나지 않는 피해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선한 결과들은 보통 동시에 충족되지 않는다. 모든 이익엔 비용이 따른다. 철저한 방역이란 것 역시 그렇다. 지금처럼 소강상태일 때 과거를 잘 돌아보고 정비해야 한다.

서보경:어느 대학병원에서 열이 나던 산모가 미숙아를 출산했는데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바로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이게 정말 환자나 아이의 이익을 위한 조치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모든 사회적·의료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진짜 목표는 ‘현재의 팬데믹 위기를 어떻게 같이 헤쳐나갈 것인가’로 잡아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나오면 안 된다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곧 정책 실패로 받아들이는 부담과 두려움이 너무 크다.

임승관:일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러시안룰렛이 우리 병원에서, 우리 학교에서 터지면 안 된다’라는 강박 때문인 것 같다. ‘주간 코로나19’ 첫 대담 때 얘기 나눈 것처럼 ‘감수할 수준의 위험’을 정해야 한다. 과정과 원칙에 맞았다면, 불운한 나쁜 결과를 비난하지 않고 관용하며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합뉴스4월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안심밴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모두들 내가, 우리 가족이, 우리 회사가 확산의 진원지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슈퍼 전파에 대한 공포는 타인을 향하기도 하지만 나를 향하기도 한다.

서보경:팬데믹은 인류 역사에 여러 번 있었지만 특정 개인 간 감염병 전파의 고리가 대중에게 공표된 경우는 HIV가 사실상 최초였다. ‘0번 환자’로 알려진 남성 승무원이 게이로 밝혀지면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에이즈 패닉과 함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여기서 ‘슈퍼 스프레더(super spreader:슈퍼 전파자)’라는 개념이 생겼다. 한 사람이 굉장히 많은 사회적 접촉을 하거나 혹은 의도를 가지고 질병을 퍼뜨렸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0번 환자’는 기입과 해석의 실수로 만들어진 오류였다. ‘Out-of-California’, ‘캘리포니아 외 케이스’라는 의미의 약어로 쓰인 알파벳 ‘O’가 숫자 ‘0번’으로 잘못 해석되고 언론에 퍼져나갔다.

우리는 바이러스 전파에서,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바이러스를 어떻게 퍼트리나’와 연결 짓는다. 감염자 한 사람에게 엄청나게 주의를 기울이는데 사실은 다른 곳에서도 국지적 소규모 감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작은 지류가 여기저기 있고 서로 만나서 큰 지류를 이룬다. 한국 기자들도 자꾸 ‘신천지와 게이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는데 바이러스는 인간 행위자의 특징과 상관없다. 그저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밀집도 높고 오래 이야기하거나 신체 접촉이 많은 환경 안에 있으면 바이러스 증폭이 빨라진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노약자든 가리지 않고 바이러스 나름의 복제 가능성으로 증식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임승관:슈퍼 전파자는 없지만 슈퍼 전파 환경은 존재한다. 방역 실행자 처지에서는 그것을 규정하고 정의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신천지 31번, 용인 66번 같은 개인에게 집중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사실은 그가 존재한 환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모여 소리 높여 기도하고 찬송하거나, 몸이 아픈데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게 되면 전파 위험이 높다는 것. 이런 교훈을 제대로 배웠다면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출입을 스스로 자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뉴스가 보도하는 신천지 교단 확진자를 비난하면서 여전히 교회 주일예배에 간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청년들을 탓하며 가족과 복합쇼핑몰에 가고, 레스토랑에서 부서 회식을 한다. 위험이 마치 어디 멀리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슈퍼전파자 같은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전달하면, 사회가 진정 얻어야 하는 지식과 교훈을 놓치게 된다.

ⓒ연합뉴스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그러나 다른 개인을 원망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나는 이렇게 힘들고 답답해도 ‘집콕’하며 견디고 있는데 누구는 나가서 할 일 다 하고 놀고 즐긴다고 하면 당연히 화가 나지 않나?

서보경: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고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서 설거지와 서빙을 도와드리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손님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었다. 손님이 먹고 남은 잔반과 그릇을 치우면서 이거야말로 비말 교류, 접촉 아닌가 싶었다. 이 시국에 클럽에 갔다는 데에서 도덕적 비난 원인을 찾지만 실제 우리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많은 위험을 매일 감내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폭탄 돌리기에 언제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터지면 ‘왜 너는 그 상황에서 클럽을 열어서’ ‘식당을 열어 음식을 팔아서’라며 비난받는다. 완전히 ‘록다운’하지 않는 이상 ‘나도 너도 의도치 않게 감염될 수 있어’ ‘서로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가 새로운 사회윤리가 되어야 한다.

김명희:클럽 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시 불법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다 약속해서 한날 한시에 그곳에서 모인 것도 아니고 각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 거기에서 모인 거다. 내비게이션에서 이쪽 통행이 원활하다고 하면 차가 몰려들어 그 길이 미어터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서보경:질병 경험을 죄와 벌의 언어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죄와 벌의 언어로 말하는 순간 개인에게 엄청난 책임이 지워지고 사회는 그를 벌해야 하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시민형 방역이라는 게 우리 사회 모델이라고 한다면, 시민들에게 좀 더 사고하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그 어떤 나라보다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다. 자기 사업장을 열고 있는 사람이 위험에 따른 결과에 더 큰 책임을 가지게 되는 구조이다. 클럽 업주나, 김밥집 사장님이나 택시운전사들이나 많은 위험을 다 같이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언어를 ‘다 같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잘 막을 수 있어요’ 정도로 단순화해온 게 아닌가. 그걸 물을 때이다.

김승섭: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면서 버티고 있었던 사람들 시각에서는 확진자가 클럽에 갔고 감염인이 늘어날 때 답답하고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모든 감염 의심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서 지금은 소수자 혐오를 멈춰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이상의 무엇, 다른 관점의 언어가 필요하고 그걸 깊게 만들어야 한다.

임승관:코로나19 시대를 산다는 건 일정 정도 이 바이러스랑 동거하고 지내는 걸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 뿐 병원체를 없앨 수 없는데, 우리에게 너무 지나친 목표가 설정돼 있다. 어쩌면 제1라운드 방역 성공 혹은 그에 대한 과잉 칭찬이 갖고 온 폐해 중 하나이다. 수용 가능한 피해 수준을 정하고 그것에 맞는 사회 작동 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목표 수준이 합리적이지 않다 보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들도 모두 오류와 실패가 되고, 우리는 자꾸 누군가 비난할 타인을 찾게 된다.

김승섭:〈장애의 역사〉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독립적)한 존재가 아니라 인터디펜던트(interdependent, 상호의존적)한 존재이고, 이러한 상호 의존이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다.’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불완전한 인간들이 어쩔 수 없이 서로 의존하면서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서보경:유엔에이즈계획(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에서 코로나19에 줄 수 있는 교훈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카인드니스(Kindness). 친절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인정과 관용을 베푸는 것, 공자의 인(仁)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연대, 세 번째가 돌봄의 윤리이다. 언제나 취약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몸과 완전무결하지 않은 인간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는 조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의료와 보건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임승관:건강권과 자유권은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 이태원 유행을 겪어내면서 배울 수 있었듯, 많은 경우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방법을 잘 모색하면 자연스레 사회 전체의 안전이 확보된다. 이렇듯 인권을 지켜내는 일은 방역의 좋은 수단이지만, 가치와 지향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쉽게 놓을 수 없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것 자체가 논리 오류이고 모순인 것 같다.

김명희: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닌 것처럼 건강에도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 건강 자체가 주는 안녕과 행복이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도구적 측면이 있다. 오로지 건강에만 몰두하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삶에는 다양한 목표와 가치가 있는데 건강이나 감염으로부터의 안전, 이 하나를 위해서 다른 모든 걸 희생해 무얼 얻을 건가 그런 것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김승섭:완벽한 방역과 완전한 건강이 존재한다는 오래된 관념을,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과 건강을 절대 선으로 삼아 모든 문제를 그 뒤로 숨게 만드는 이 패러다임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만약 코로나19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거나, 혹은 다른 전염병이 우리를 찾아와 그것과 함께 계속해서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까.

서보경: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터지고 나서 ‘방역을 위해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맙시다’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 문장의 앞에 ‘(차별하고 혐오해도 되지만)’이라는 괄호 속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싫고 혐오스럽지만 방역을 위해, 나와 우리의 건강을 위해 그 사람들을 내버려 둡시다’로 읽힌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면 실제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의 얼굴과 몸과 형상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똑바로 봐야 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몸에 관해서 들여다보고, 다름 속에서도 공통의 존엄을 말할 수 있게끔 우리의 사유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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